누가 무언가를 보고 있습니다. 강가에 쌓여 있는 동족의 사체.

4일 전, 누가 무슨 소리를 들었습니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황급히 도망치는 늑대와 서서히 다가오는 사자의 이빨이 향하는 곳은 물입니다.

물로 배를 채우려는지 한참을 마십니다.

축 쳐진 눈과 떡진 흰머리, 오래 굶주린 듯 비쩍 마른 몸에는 주름과 상처가 가득합니다.

왼쪽 이빨 하나는 아예 빠져 있습니다.

사냥을 하기엔 그는 너무 늙었습니다.

무사히 살아남은 누들이 이동을 시작합니다.

수백 마리가 강가에 모였습니다. 초원 한쪽에 불을 다 먹고 나면 누들은 두 달에 거쳐 마라강을 건너는데 이동을 합니다 불이 많은 땅을 찾아 강 건너편으로 이동하는 것이죠.

그런데 급히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누, 대체 무엇을 본 것일까요?

강 건너편 매복하고 있던 사냥꾼입니다.

누가 건너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죠.

대부분의 누들은 이동을 포기하고 당장에 생존을 택했습니다.

누가 다시 모였습니다. 오늘은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을까요?

뿌연 먼지를 뚫고 마침내 강 건너편으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땅에 발을 내딛는 그때 먼지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표범 한 마리가 사냥에 성공했습니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졌지만 제 몸집만한 누를 공격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한 마리를 죽이는데 성공했죠 초원의 소나기가 내린 날 강 건너편에 풀은 무성해지는 누들은 쉽게 발을 떼지 못합니다 강물에 몸을 숨긴 악어 한 마리, 리더가 먼저 움직인 후에야 누들은 조심스럽게 그 뒤를 따릅니다 강은 누에겐 늘 낯설고 위험한 공간이지만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건너야 합니다 악어와 하마도 누를 몰살시킨 범위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그날은 모든 것이 완벽한 날이었습니다 매복한 사냥꾼도 없었고 비도 오지 않은 맑은 날이었죠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이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습니다  살아남은 새끼 한 마리가 죽은 가족들을 바라봅니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수십 마리가 죽었습니다.

대이동 기간 동안 누를 가장 많이 죽이는 범인은 그들 자신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가슴 아픈 죽음이지만, 마라 강 근처의 동물들에게 이 사건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강을 이동하다 죽는 누는 1년에 약 7천 마리, 톤에 달하는 고기가 됩니다.

대왕 고래 열 마리에 육박하는 영양분이 마라 강에 흐르고, 강 근처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살찌웁니다.

자연에서 누가 죽는 것은 다른 누가 사는 일.

코끼리도 기린도 죽고 나면 모두가 누군가의 양분이 됩니다.

그리고 풀숲에 아딘, 구는 또 한구의 사체, 눈을 부릅뜨고 죽은 사자입니다.

누군가를 먹는다는 것은 지구상의 가장 큰 커넥션입니다.

이빨이 빠진 늙은 사자의 죽음은 또 다른 생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사자도, 악어도 아니었다. 단 한 시간만에 벌어진 대학살 현장｜제작기간 약 2년, ‘누의 떼죽음’ 소름 끼치는 비밀을 밝혀내다｜다큐프라임 - 커넥션｜#골라듄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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