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얘기를 드리는 고맙습니다. 밥 한 공기 다 키우기 두 공기 먹기 뭐 이런 거요.

순식간에 인터넷을 들끓게 만든 이 발언 아니, 밥 좀 더 먹으라고 했다고 이렇게 세상이 들썩이나 싶죠?

이게 다 한 법안 때문에 일어난 소동인데요.

양곡법이 대체 뭐길래 이러는지 크랩이 딱 7분 안에 정리해드립니다.

이 법안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중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이자 야당 역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이 법.

정식 명칭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입니다.

양곡, 양곡. 뭔가 알 듯 말 듯한데 식량의 양, 곡식의 곡. 즉 국민들이 많이 먹는 식량 작물을 관리하는 법이고요.

사실 양곡관리법은 1950년에 제정된 역사가 꽤 오래된 법입니다.

광복 이후 나라를 재건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국 사람들이 굶지 않도록 하는 거였겠죠.

그래서 우리의 주식인 쌀과 보리 등 몇몇 곡식을 지정해 식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도록 정부가 관리한 겁니다.

사실상 대한민국과 함께 태어난 이 법이 그때부터 각 시대 상황에 발맞춰 개정의 개정 개정 개정을 거쳐 지금에 다다랐고 이제는 쌀 같은 곡류 외 콩, 고구마, 감자까지도 포함해 중요 식량으로서 관리하고 있는데 그래도 역시 한국인에게 쌀만큼 중요한 게 있겠어요.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소비량 1위 식품인데다가 거의 완전히 자급하는 유일한 곡물이기 때문에 양곡 관리법에서 쟁점이 되는 건 늘 쌀이었습니다.

국민들의 쌀을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도 쌀값이 폭락해 쌀 농사 자체를 포기하는 농민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그래서 대표적으로 펼치는 정책이 공공비축과 시장 격리 이 두 가지인데요.

우선 공공비축은 유사시를 대비해 매년 40만 톤 정도 정부가 사서 쌓아두는 거고요.

또 이와 별개로 쌀값이 떨어져서 농사 포기하는 국민들이 안 생기게끔 과잉 생산된 쌀을 사들이는 시장 격리도 거의 매년 발동시켜 왔습니다.

공공비축이야 뭐 그대로 저장 고민이 그렇다 치고 이 시장 경리가 실제로 효과가 있냐.

이건 매년 반복되는 논란거리긴 합니다.

오히려 정부가 간을 보다가 매번 쌀값이 떨어지고 나서 뒤늦게 쌀을 사들여 예산만 잔뜩 쓰고 정책 효과는 미미했다는 비판도 많았거든요.

여기에 결정적으로 지난해 쌀값이 45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합니다.

왜 작년에 물가가 안 오른 게 없었잖아요.

비료값만 해도 71%나 오르는 등 생산비는 치솟았는데 이 와중에 쌀은 또 풍년이라서 결과적으로 순수익이 전년도보다 37%나 감소 실제로 지난해 농가당 순수익은 1년에 500만 원, 한 달 6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쌀을 사들입니다. 하지만 쌀값이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나서 몇 달 뒤 시행한 대처라 이미 떨어진 쌀값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죠.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게 바로 이번 개정안입니다.

일단 원래는 이랬습니다. 쌀이 초과 생산돼 쌀값이 폭락할 것 같으면 나라에서 남는 쌀을 매입하게 할 수 있다.

즉 그때그때 상황 봐서 정부가 사든지 할게라는 임의 조항인데요.

근데 이걸 개정안에선 매입하게 하여야 한다.

즉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모두 사드리도록 의무화한 겁니다.

언제 살 건지, 생산량이 얼마나 초과하면 살 건지, 쌀값이 몇 프로 떨어지면 살 건지 이걸 딱 정해서 그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쌀을 사는 거죠.

마치 주식 자동 매수 주문처럼요.

이렇게 되면 쌀값이 매년 들썩이는 일도 줄어들 테고 애써 키운 벼를 갈아엎는 일도 안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건데.

그런데 이쯤이면 당연히 이런 생각도 듭니다.

아니 맨날 그렇게 남는 거면 생산량을 줄이는 게 맞지 않아.

맞아요. 재고가 넘치니 쌀값이 떨어지는 구조적인 문제가 꾸준히 반복되었으니까요.

우리가 밥심으로 산다고 해도 예전처럼 이렇게 밥을 먹진 않잖아요.

실제로 쌀 소비량은 진짜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18% 넘게 감소했죠. 그런데 생산량은 같은 기간 6% 정도만 줄어서 여전히 매 수십만 톤이 공급 과잉 상태인 게 사실입니다.

이렇게 남은 쌀은 5년간 정부가 보관하다가 그 뒤엔 술 만드는 원료 등으로 싸게 되팔게 되는데요.

그러니까 정부는 이렇게 법을 고치면 쌀이 과잉 생산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일단 앞서 설명한 것처럼 지금 양곡법을 따르되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사들이겠다는 게 하나 있고요.

또 다른 대안은 올해부터 시작된 전략 작물 직불제입니다.

이름도 어려워요. 그러니까 이게 뭐냐면 쌀 농가가 밥 대신 전략 작물, 즉 가루용 쌀, 밀, 콩 등으로 전환하면 정부에서 농가에 직접 지원금을 주는 제도인데요.

쌀 생산량을 줄이고 자금률이 낮은 다른 작물들을 더 기르도록 유도하면 자연스럽게 쌀값 폭락도 막고 부족한 다른 작물 생산은 늘어나지 않겠냐 하는 거죠.

물론 이번 양곡법 개정안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전략 작물 직불금처럼 직접 돈을 주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이에요.

아시다시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식량 자급 얘기 엄청 나오죠.

대표적으로 밀가루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뛴다. 생산국들이 수출길을 막아 버리니 우리가 먹는 건 우리가 키울 필요가 있구나 하며 자급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

우리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곡물 자급률 순위를 한번 보면 알 수 있습니다.

1위인 우크라이나가 440%, 프랑스 187%, 미국도 100%가 넘네요.

와, 다들 식량 수출국답게 엄청나죠? 근데 우리나라는 어디에 있나.

보면 아, 여기 곡물 자금률 28%. 순위를 보니까 121은 9개 나라 중 127입니다.

쌀 다음 간의 주식인 미리 자금률이 1%도 안 되니까 이렇게 생산량이 낮은 작물들을 더 많이 키워서 자금률을 좀 높여 보자 하는 게 전략 작물 직불제의 목표인 거죠.

물론 이 방법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있습니다.

매년 쌀을 사주는데도 쌀 생산량, 생산 농가가 급격히 주는데 그럼 쌀은 포기하자는 거냐.

세계 식량 위기 속에 그래도 자금률 90%인 쌀이 있어서 우리나라가 타격을 덜 받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입니다.

아무튼 한쪽은 넘치는 쌀을 사 들여서 다른 한쪽은 쌀 생산을 줄여서 쌀값 폭락을 막아보자는 목표는 같은데요.

다만 목표에 이르는 전략은 아주 상반되는 상황인 겁니다.

한국이라면 밥심이라는 말을 떠올리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쌀이 눈치껏 먹고 있는 이 상황.

과연 양곡법은 또 우리 쌀은 어떻게 될까요?

🍚밥에 진심인 나라를 뒤집어 놓은 🌾양곡법 7분 정리｜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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