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멍하게 듣기 좋은 영상, 지민 카세 있습니다. 얼마 전 영화

《섭스턴스》가 한국 영화관에 개봉했습니다.

북미에서는 9월에 개봉했으니 국내에는

3개월 정도 늦게 개봉한 것인데, 칸

영화제에 소개된 직후부터 별의별

얘기가 다 나왔던 SF 호러 영화입니다. 아, 참고로 이번 영상은

영화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많이

있으니 영화를 직접 보실 분들은 알아서 잘 도망가시면 되겠습니다.

스토리 자체는 워낙 단순해서 영화의

전반부만 봐도 대충 어떻게 끝날지

보이기 때문에 영화를 따라가는데 머리 쓰는 피곤함은 덜합니다. 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들처럼

미리 공부해서 갈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근데 스토리가 뻔해서 루즈

하냐고 한다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뭐 훌륭하다는 의미의 '미쳤다' 보다는

진짜 미친 것 같다는 의미의 '미쳤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자극적인

후반부 신들이 다소 뻔한 소재에서 오는 스토리적 나른함에 긴장감을

제대로 주더라고요. 뭐 비유하자면, 뻔한

분식 코스에 불맛 소스를 끼얹은 느낌입니다. 영화 줄거리는 대략적으로,

잃었습니다. 한때 잘 나갔던 스타 엘리자베스가 어느덧 50대에

접어들고, 출연하던 에어로빅 쇼에서

퇴출당한 뒤 수상한 간호사로부터 우연히 섭스턴스(약물)을 소개받아

어찌저찌 젊고 아름다운 여자의 젊은 신체를 가지게 됩니다. 이 새로운 몸의 이름이 수입니다. 그녀는 7일은

수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기이한 7일 교대 근무를 서게 되는데, 그 과정

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입니다. 물론

여기까지 듣고도 예상이 되겠지만, 수의 신체로 더 살아가기 위해 엘리자베스의

시간을 빼앗으려 하고, 인격은 한 명이지만 신체는 두 명인 이들은 술을

두고 신체 뺏기 싸움을 시작합니다. 요즘은 이런 몸 바꾸기 소재가 웹툰이니

OTT 시리즈에 많이 소개되었고, 결국은 흘러가는 방향이 대체로

비슷하다 보니 영화를 안 봐도 대충 가늠이 가겠지만 후반부 한 시간은 뭐

과하다 싶을 정도로 기괴하고 고어합니다. 저도 어느 정도 듣고 봤는데 1절

2절, 3절까지 예상은 해도 거기에 4절이 있고 5절이 있더라고요. 고도로

발달된 뇌절은 예술과 구분할 수 없다는 표현이 딱

적절할 것 같습니다. 영화 <섭스턴스>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이유로는 이런 소재나 자극성 말고도

여러 오마주 때문도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영화 <샤이닝>의 피바다

장면이라든지 영화 <에일리언>의 변태 장면이라든지, 뭐 이것저것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아는 사람은 아는 이스터 에그와 같은 볼거리들이 많습니다.

가장 유명한 오마주로는 <샤이닝>의 피가 파도처럼 쏟아지는 바로 그

장면이겠지만,  노란색과 핑크색의

색 대비, 혹은 화장실과 무대라는 공간의 대비 등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어요. 이런 걸 하나하나 뜯어보면 작품의 메시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 그런 것들을 뜯어볼 여유도 없이 시각적 임팩트가

워낙 셉니다. 아까 말한 대로 매콤한

불닭 소스를 한 스푼 정도가 아니라 한 사발을 들이부어 놨어서

조리할 때 넣은 무슨 허브인지 뭐

수비드 조리법이 이런 게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의외로 많이 나온 비판은 도대체 서브스턴스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것이고, 이렇게 말도 안 되게 혁신적인 제품이 나왔음에도

미디어가 이걸 모를 수 있냐는 것, 그리고 육신 바꾸기에 대한 정확한

메커니즘 등등 디테일 면에서 좀 더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리뷰도

많이 있었는데, 뭐 소재가 블랙 미러에

나올 법한 단편 영화 소재다 보니

그런 부분은 너그럽게 넘어가도 뭐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근데 찾아보니

아드레노크롬이 아닌, 실제로 서브스턴스를 은유하는 물질이 있다고도

하네요. 신체가 이렇게 하나 더 생기는

건 아니고요. 말도 안 되게 젊어지는 상위 0.1% 내에서만 유통되는

물질이라는 음모론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뭐 이런 소재에서 영향을 얻었을 수도 있겠네요. 후반부의 고어

장면들이라 불리는 장면들은 조금 의견이 갈릴 수도 있는 것이, 몸이

터지고 잘려나가고 피가 분수처럼 쏟고,

물론 잔인하긴 잔인하지만,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에서 흔히 등장하는

식의 유혈이 낭자하게 한, 그 삐끗

감성의 잔인함이 개인적으로 크게 고통스럽진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신체가 서서히 변형되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좀 불편했고, 오히려 후반부 장면들은 영화

트랜스포머 보듯, 뭐 블록버스터 전투

신처럼 그냥 보게 되더라고요. 이런

장면들을 꺼려 하시는 분들에게는 시청을 권해드리진 않지만, 살면서 한

번쯤은 볼 만한 미친 영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음, 두 번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누구는 페미니즘이라는

키워드로 서브스턴스 작품을 해석하여

영화가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미적 강요와 그로 인한 고통을 보여주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완벽하지 않은 '본연의 나'를 잘 챙기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내가 있기에 완벽한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훈훈한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장면들이 끔찍했기에 '훈훈하다'고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무료한 삶에 자극이 필요하다면 영화 '섭스턴스'를 추천합니다.

다만, 영화를 보고 나면 입맛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긴 영상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립니다.

더 재밌는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민 카세였습니다.

영화 '서브스턴스'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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