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살아 있는 행성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무쌍함의 중심에는 판의

운동이 있죠. 연간 판의 이동 속도는 고작 수 cm에 불과하지만, 이로

인해 하루에만 크고 작은 지진이 수십 수백 번씩 일어나며, 거대한 화산

폭발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즉, 판의

운동이 역동적인 지구를 만든 셈이죠.

그러나 시간을 아주 오래 전으로 되돌리면, 그러니까 27억 년 전쯤,

이 당시에 지구는 지금과는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46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한 뒤, 지구는 오랜 시간 대부분이 바다로 덮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약 27억 년 전쯤이 되어서야 지구 내부에서 분출한

마그마가 밖으로 뿜어져 나와 차츰

식으며 수면 위엔 여러 개의 육지들이 만들어졌죠. 그리고 이 육지 주변

얕은 해안가에서는 지금의 남세균과

비슷한 작은 세균들이 광합성을 하며

스트로마톨라이트 같은 퇴적물을 만들었을 겁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이때 만들어졌던 원시 대륙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27억 년 전

헌장에 육지가 지금의 판처럼 움직인

건 아니었습니다. 지각은 단순히 맨틀 위에

둥둥 떠있는 정도였는데요.  그럴 것이 판 운동은 맨틀의 대류에

의해 일어나는데, 지금의 지구는 맨틀의

온도차가 커서 대규모의 대류가

규칙적으로 잘 일어나지만, 27억 년 전 지구의 맨틀은 전체적으로 뜨거웠던

탓에 온도 차가 거의 없어 대류가 약하고 불규칙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구가 차츰 식어감에 따라 지구의 겉부분이 빠르게 냉각되자 맨틀의

온도차가 발생했고 지금처럼 큰 규모의

대류가 일어나면서 이와 함께 지각도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결과 약

19억 년 전 초대륙이 만들어집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초대륙인 판게아보다 훨씬 전에 또

다른 초대륙이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그런데 맨틀의 대류가

활발해지고 꽃가루를 옮기는 곤충이 기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때부터 무려 10억 년

동안 지구에는 별다른 일이 없었습니다. 이 그래프에서 보듯 지구 역사의

수차례 크고 작은 빙하기들이 있었는데, 유독 이 시기 전까지는

특히 캄브리아기 대폭발처럼 생명의

화려한 진화도 일어나지 않았죠.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 기간을 ‘지루한 10억 년’ 또는 ‘지구 역사상 가장 따분했던

시기’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20억 년 동안 지구는 어땠을까요? 해양 지질

학자인 도널드 캔필드 교수는 당시

바다는 황화수소로 가득 차 있을 거라는 이른바 ‘캔필드 해’ 가설을

들고 나왔는데요. 그는 약 30억 년 전부터 광합성 세균이 만들어낸 산소로

지구 대기의 산소 농도는 점차 증가했지만, 바다 깊은 곳까지 산소로

채우지 못했을 거라고 추정했습니다.

대신 해저의 산화에서 발생한 황화수소 때문에 수심 20m 아래부터는

산성보다는 수소 이온 농도가 높아 쓸 거라고 박혀 쭉 그래서 바다에서는

황화수소를 스스로 먹고 사는 박테리아나

고세균, 또 암석에서 풍화된 황산염을

먹이로 삼아 황화수소를 방출하는 환원 세균 등이 번성했을 겁니다. 이렇듯

당시 바다는 황화수소로 가득 차 있었을 테니, 모르긴 몰라도 엄청난

악취가 코를 찔렀을 겁니다. 그것도

무려 10억 년 동안 말이죠.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이 시기는 결코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18억

년 전 지구는 진핵생물이 처음 등장한 시기이기 때문이죠. 진핵

생물은 큰 세균이 산소를 호흡하는 세균이나

광합성을 하는 남세균 같은 작은 세균을 포식하며 진화했는데,

아시다시피 먼 훗날에는 거대한

분류군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실제로 지구 곳곳에는 이 당시에 진핵생물의

흔적이 발견되고 있는데요. 2017년 고생물학자 스테판 베이커는

인도의 빈디아 산맥의 16억 년 전

지층에서 홍주류와 비슷한 진핵생물

화석을 발견했고, 중국에서도 17억 년 전

지층에서 진핵생물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죠. 물론 당시 진핵생물들은

대체로 산소를 이용해 광합성을 했기

때문에 그나마 산소가 풍부한 얕은

해안가에서 번식했을 겁니다. 인간을 비롯해 수많은 동물과 식물, 그리고 균

등이 속한 진핵생물의 등장한 이 시기는 어쩌면 지루한 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시기였을지도 모르죠. 뿐만

아니라 이때는 빙하기만 없었을 뿐, 맨틀의 대류로 판이 이동하며 지구는

보다 역동적인 행성으로서 면모를 보였습니다.  초대륙 로디니아는

여러 대륙으로 분리됐다가 약 10억 년 전쯤에는 이들이 다시 합쳐져서

오디니아란 새로운 초대륙이 생겨

나기도 했죠. 바다에서는 악취가 진동하며 최초의 진핵생물의 굉장하고

거대한 지각변동이 시시각각 움직였던

시기를 과연 지루하다고 보는 게 맞을까요? 아무튼 그건 그렇다 치고

이쯤에서 이런 궁금증이 안 생길 수가

없습니다. 10억 년 동안 지루했던 이

시기는 도대체 어떻게 끝이 났고, 그

이후에는 무슨 일들이 있었길래 생명의

대량 발생이 촉발된 6억 년 전에, 디아

스토라기에서 캄브리아기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을까요? 지루한 10억 년을

빙하기였습니다. 이른바 ‘눈덩이 지구’라고 하는데요, 이 빙하기를

시작으로 지구는 지루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게 되죠. 앞서

말한 로디니아 초대륙 기억하시나요?

지난 2013년 지질학자 앤 그랜트

의 시발점이었다고 주장했는데요,

로디니아 대륙은 약 8억 년 전부터 여러 대륙으로 나누어지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마나가 분출되며

대규모의 현무암 지대가 생성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현무암의

특징 중 하나는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한다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현무암으로 흡수되면서

온실 효과가 급격히 떨어져 지구가

냉각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태양은 지금보다 약 10% 정도 어두웠기

때문에 지구가 눈덩이 지구가 되는 데 한몫했습니다. 또 2017년

프랜시스 맥도날드 교수는 지금의

캐나다 북서부 쪽에서 거대한 화산이

폭발하며 어마어마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분출되었고, 이것이 태양빛을 가리는 바람에 빙하기가

더욱 가속화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한 사실은

빙하기를 더욱 빠르게 만든 대륙은

지구 역사상 가장 지루했던 10억 년!｜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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