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한경 글로벌 마켓 도쿄 나우 김일규 특파원입니다. 일본이 무역 적자의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슈퍼 엔저를 부른 아베 신조 정부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오늘은 아베노믹스와 이를 끝까지 반대하다 물러난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일본은행 총재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보시죠.

일본은 2024 회계년도 상반기, 즉 4월부터 9월까지 3개월 167억 엔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일곱 개

분기 연속 적자 늪에 빠졌는데요. 엔저가 지속됨에 따라 컴퓨터 등 전자 기기와 의약품 수입액이 늘면서 올

상반기 적차 폭은 전년 동기 대비 14.4% 확대됐습니다. 상반기 엔 달러 환율은 달러당 평균

153.156원, 9.7% 하락했습니다. 일본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엔저에도 불구하고 수출 물량이 부진하다는 점입니다. 상반기

수출 물량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3% 하락했는데요. 엔저는 일본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인데 반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일본에선 아베노믹스의 저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아베노믹스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제2차 아베 내각이 펼친 경제정책입니다. 아베

내각은 디플레이션 탈출을 목표로 삼고 이른바 세 개의 화살로 불리는 정책을 펼쳤는데요. 과감한 금융 완화, 확장적

재정 정책과 성장을 위한 구조 개혁이 그것입니다. 1990년대 거품 붕괴 이후 장기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아베노믹스 초기엔 효과가 있는 듯했습니다.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르다는 의미에서 2차원 통화 완화로

기업 심리가 살아나고 수출을 저해하던 엔화 가치도 떨어졌죠. 수출 업체 이익이 개선되자 낙수 효과로 임금이

늘고 고용도 창출되는 긍정적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일본 증시에 해외 자금이 유입되면서 외국인의 일본 주식 보유

비중은 2014년 30%를 넘었습니다. 그러나 세계의 화살은 일본 경제의 고질적 문제를 극복하는 데까지

효과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구조 개혁이 정책의 핵심이야 했는데 보조적인 역할에 치우쳐야 할 금융 완화와 재정

확대가 오히려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지나친 금융 완화는 급격한 엔저로 이어졌고

브레이크 없는 재정 확대는 심각한 재정 적자로 이어졌습니다. 2기로 일본 총리가 지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여자 아베'로 평가받던 다카이치 사나에를 꺾으면서 경제정책 측면에선 반 아베노믹스가 친

아베노믹스를 이겼다는 평가가 나왔는데요. 이바 총리는 지난 8월 저서에서 아베노믹스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그 공과에 대해 제대로 평가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고 썼습니다. 앞서 일본은행은 올해 3월

17년 만에 기준 금리를 인상하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기했습니다. 아베 내각이 2013년부터 밀어붙인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의 마침표를 찍었는데요 지난 7월 금리를 연 0%에서 0.1%로, ES 연 0.25%로

인상한데 이어 이르면 12월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최근 도쿄 아오야마 가쿠인대에서 만난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일본은행 총재는 금리를 더 빨리 인상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대규모 금융 완화는 물가

상승이나 성장률 제고 등의 효과도 없었을 뿐더러 일본 경제에 부작용만 키웠다는 지적인데요 애초 디플레이션

탈출을 목표로 삼고 금융 완화를 정책 수단으로 삼은 아베노믹스는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진단입니다 우선 시라카와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그는 1949년 일본에서 출생해 도쿄대 경제학부, 시카고대 경제학 석사를

나왔습니다 1972년 일본은행에 입행해 2002년 통화정책 담당 이사를 거쳐 2006년 교토대

공공정책 대학원 교수로 재임했던 은행으로 돌아왔는데요 3월 부총재를 거쳐 다음 달인 4월에 바로

일본은행 총재에 취임했습니다 현재 아오야마 가쿠인 대학교 특별 초빙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라카와는

2012년 12월 아베의  내각이 출범하면서 아베와 크게 충돌했습니다 당시 아베는 무제한으로 돈을 풀겠다는

공격적인 언사도 서슴지 않았는데요 시라카와는 아베노믹스에 반대하다 결국 2013년 2월 임기를 두 달 앞두고

사임했습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당시 시라카와가 옳았음을 깨닫고 있는 것이죠 시라카와는 우선

일본은행이 7년 만에 금리를 인상한 데 대해 옳은 결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

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극히 낮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인데요. 그는 일본에서 30년 가까이 실질적 제로 금리가

계속되면서 부작용이 매우 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제 신진대사가 떨어지고 재정 규율도 느슨해졌다는

것이죠. 따라서 금리 인상이 더 빨랐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아베노믹스가 실패한 것이냐는 물음에는

아베노믹스는 실체가 거의 없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존재하는 것은 대규모 금융 완화뿐이었다는 것인데, 금융

완화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일본 물가는 오르지 않았고 성장률도 제자리에 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은 최근엔 2%대 물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선 글로벌 인플레이션 영향일

뿐이라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엔저와 일손 부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그렇지만 목표로 했던

디플레이션 탈출에는 성공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시라카와는 이에 대해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원래 일본 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디플레이션이 아니었다는게 핵심인데요. 그는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과제 설정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며 문제는 잠재 성장률이 떨어지고 생산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물가가 오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엔달러 환율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그가 재임

중인 2011년 달러 환율이 달러당 75엔이라는 기록적인 고점에 일본 기업들이 비명을 질렀는데요 현재

달러당 150엔 넘나드는 것을 감안하면 당시엔 엔화 가치가 지금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는 의미죠 고환율은 수출

기업의 악영향을 미치는데 기업들은 비난의 화살을 일본 은행으로 돌렸습니다 시라카와는 이와 관련 당시

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는데요 한 전자업체 경영자가 일본은행 재실에 찾아와 우리 경쟁력이 있는데 엔화는

비싸고 원화는 싼 데다 삼성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나 그 후 엔화가

싸지고 원화가 비싸졌을 때도 그 기업의 경쟁력은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시라카와는 기업의 경쟁력은

환율이 아니라 상품의 본질적 강함에서 나오기 때문이라며 당시 한국 기업의 상품이 더 강했던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시라카와 제임 시절과 달리 지금은 엔저가 문제가 됐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당시 엔고 때문에 일본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며 산업

공동화가 일어났다고 했는데 이후 엔저 일 때 더 많은 기업이 해외로 나갔다고 했습니다. 인구 감소로 일본

내수 시장이 작아지면서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그는 결국 기업들이 빠져나가면서 엔저

에도 수출이 늘지 않았고 오히려 수입이 늘면서 무역 적자에 빠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엔저가 일본 경제에

플러스라는 것은 명백히 현실과 어긋난다는 것이죠. 그러나 일본 정치권은 여전히 금리 인상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정치권은 언제나 그랬다며 다만 최근 달라진 점은 엔저로 가계의 실질 가처분

소득이 줄고 생활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치권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미국 중앙은행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정부나 정치권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은 모든 국가에 존재한다며 그러나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역사에서 배운

인류의 지혜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단순히 정부나 정치권만 문제는 아니라는게 그의 생각인데요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갖고 통화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국민이 지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였습니다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중앙은행 스스로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민에게 성실하게 설명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일본이 잠재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가 노동력 확대, 두 번째가 생산성 향상인데요. 우선 노동력 확대를 위해 고령자와 여성의 노동 참가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 유입과 출산율 제고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선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여성이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남성의 육아 휴직을 확대하는 것 등이죠. 생산성 제고 방안에 대해선 핵심은 노동시장

환경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대기업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종신 고용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고도 성장기에는 이 종신 고용이 괜찮았지만 지금처럼 환경이 급격히 변할 때는 노동력 재배분이

필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일본은 재정 적자도 심각합니다. 이에 대해선 실효 세율을 높이고 사회보장을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은 소비세가 10%지만 유럽에 비하면 낮은 편이고요. 금융 소득세는 부유층

일수록 세 부담률이 낮아지는 구조여서 재분배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고령자가 모두 가난한 것은 아니라는

것도 고려해 적절한 부담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끝으로 내년 한국과 일본이 수교 60주년을

맞는데요 이에 대해 그는 인접국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며 양국은 비슷한 과제에 직면에 있는 만큼

서로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시라카와가 지적한 문제와 해결책은 한국도 고민할 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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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에 망가지는 일본…아베노믹스 반대했던 전 일본은행 총재 l 김일규의 도쿄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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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무역 적자와 아베노믹스의 문제점

일본은 지속적인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원인 중 하나로 아베노믹스가 지적된다.

2024 회계년도 상반기 167억 엔의 무역 적자를 기록, 7분기 연속 적자다.

엔저 지속에도 불구하고 수입 증가로 적자 폭이 확대되었다.

엔저에도 불구하고 수출 물량이 부진하다는 점이 우려된다.

아베노믹스의 저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노믹스는 과감한 금융 완화, 확장적 재정 정책, 구조 개혁을 목표로 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일본은행 총재의 아베노믹스 비판

시라카와 전 총재는 금리 인상이 더 빨랐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아베노믹스는 실체가 거의 없으며, 대규모 금융 완화는 효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디플레이션 탈출이 아닌 잠재 성장률 저하와 생산성 저하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엔고 시절 일본 기업의 경쟁력 부족은 환율이 아닌 상품의 본질적 경쟁력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엔저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가 없고 수입 증가로 무역 적자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일본 경제의 잠재 성장률 제고 방안

노동력 확대(고령자, 여성의 노동 참가율 증가, 외국인 근로자 유입, 출산율 제고)가 필요하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동시장 환경 변화(종신 고용 제도 개선, 노동력 재배분)가 필요하다.

재정 적자 해결을 위해 실효 세율 인상과 사회보장 억제가 필요하다.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양국은 유사한 과제에 직면해 서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엔저에 망가지는 일본…아베노믹스 반대했던 전 일본은행 총재 l 김일규의 도쿄나우

엔저에 망가지는 일본…아베노믹스 반대했던 전 일본은행 총재 l 김일규의 도쿄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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