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부장님이라면 술 생각날 때마다 자연스레 떠오르는 술집, 하나쯤 있으시죠?

삶이 적적한 때면 나도 모르게 발길이 향하고 싶은 곳,

퇴근 후 왠지 집에 바로 들어가기는 쉽지 않고, 간단하게 한 잔 하고 싶을 때 생각나는 곳.

오늘은 그런 곳을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꼬인 전원' 32번 마차입니다.

4번 출구에서 도보 9분 거리에 있습니다.

주변 가게들과 달리 외부부터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입구부터 술안주 메뉴가 풍성한 게 느껴지는데, 직접 손질한 해산물까지 보니 벌써 음식 맛이 기대됩니다.

5개의 테이블이 있는 아담한 실내포차인데요,

곳곳에 작은 소품과 조명, 정성스럽게 꾸며진 안내 문구에서 사장님의 애정이 느껴집니다.

형광색 가격표까지 붙어있는 원산지 표기 메뉴판을 보니 대부분 국내산을 사용하시더라고요. 제철에 맞춰 가면 더 신선하고 맛있는 안주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을 보니 해산물 안주가 대부분이고, 가격도 합리적입니다.

아따, 똥 찍어 먹는 포장마차에서 빠질 수 없는 안주들이 다 있습니다.

뜨끈한 국물과 함께 소주를 적시는 생각으로 들어왔는데, 우선 알탕을

시켰습니다. 밑반찬 접시가 계속 나와서 놀랐습니다. 총 열 접시가 나오더라고요.

옥수수콘, 양파 무침, 도토리묵 무침, 콩나물 무침,

마늘쫑 무생채, 쌈장, 초고추장인데요,

메인 알탕과 함께 푸짐한 상차림에 바로 소주를 까게 됩니다.

첫 잔 마시면서 미역 초무침으로 입맛을 돋우고,

도토리묵으로 입안 가득히 풍미를 느껴봅니다.

새우볶음은 밥도둑이라 소주를 마셔주고,

소주 3잔 정도 마셨는데, 양이 푸짐합니다. 큼직하게 썰린 무와 애호박이 보이고요,

알이 제법 많이 들어 있는 편입니다. 본인은 물론 다른 해물까지 들어

있어서 알탕과 해물탕이 약간 헷갈리더라고요.

알이 크긴 한데, 알탕 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는 신선한 느낌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냉동을 쓴 정도의 퀄리티는 아니고요,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으면 아쉽지 않은 정도의 맛입니다.

알이 메말라 있는 편은 아니어서 한 입 가득 차는 식감도 느낄 수 있고요

건더기가 많은 편이라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국물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알탕 맛인데, 최고의 품질 좋은 고기라서 조금 더

깔끔하고 깊은 맛이 나는 고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밑반찬도 훌륭했지만, 사장님께서 기본적으로 요리를 잘 하신다는 게

느껴져서 다른 메뉴도 기대가 되더라고요.

[음악] 부드러운 살이 먹고 싶어서 시킨 메뉴인데, 예상대로 좋습니다.

제법 살이 오른 고등어가 나왔습니다. 어떠한 기교 없이 정직하게 구운

느낌의 고등어인데요. 요즘 고등어가 제철인 만큼 맛도 좋습니다.

두툼한 고등어를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으면 고등어 특유의 비린 맛을 잡아주고

고소한 맛과 단맛이 균형 있게 느껴집니다.

소주와 함께 마시면 소주까지 달게 느껴지더라고요.

오늘 과음을 안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같이 내주신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 봤는데요,

초고추장이 고등어 본연의 맛을 덮어 버리는 느낌이 있어서 간장을

찍어 드시거나 그냥 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안주 간에 기대 이상으로 많이 써서 입구에 쓰여 있었던 서대회 무침 문구가

생각이 났습니다. 배는 부르지만 꼭 먹고 가게 되더라구요.

게임 취미랍니다. 서대는 가자미와 비슷하게 생긴 바닷물고기입니다.

서대회 무침은 전라남도 여수 지역에서 즐겨 먹는 음식인데요,

싱싱한 서대를 레몬에 절여 숙성시킨 뒤, 먹기 좋게 찢은 뒤에

각종 채소와 양념장을 넣어 새콤달콤한 맛으로 먹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곳 서대회 무침은 꼬들꼬들하고, 2가지 파프리카와 양파, 마늘 등이 들어 있어서 단순히

밖에서 사 먹는 음식 느낌보다는 집에서 어머니가 재료 신경 써서 무쳐 주신

정성이 느껴지더라구요. 설탕의 단맛이 아니고 과일에서 느껴지는 단맛이라 물리지 않고 계속해서

먹게 됩니다. 숙성된 서대는 쪼개 먹는 것보다 서걱거리는 식감인데요,

아삭한 채소들과 같이 먹으니 시원하고 담백합니다.

밑반찬으로 나온 미역 초무침에 싸 먹어도 궁합이 잘 맞더라구요.

새콤한 거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미역 초무침에 싸서 드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감칠맛 나는 안주 맛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2병째 소주를 했더라구요.

3명을 넘기면 들어올 것만 같아서 남은 안주를 포장 요청했습니다.

이것은 안주 맛집이라 포장이 자연스러운 시스템이더라고요.

사장님께서 능숙한 손놀림으로 위생적으로 검은 봉투에 척척

포장해 주십니다. 보통 이렇게 음식을 포장해 가면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잊어버리거나,

다른 음식이 먹고 싶어서 미루다가 결국 버리기 일쑤인데요,

서대회 무침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업무 중에 저에게 특유의

감칠맛이 생각나게 했으니까요. 퇴근하자마자 집에 와서 밥에 비벼 먹을 정도로 맛있는

음식이었습니다. 이 집에 대해 총평을 하자면, 세월을 함께하고 싶은 곳 정도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포장마차 수준의 안주를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다음에 또 와야겠다'는

밑반찬에서도 사장님의 정성이 느껴지지만, 메인 안주의 정성이 돋보여

손맛이 제대로 느껴집니다. 또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시므로 계절에 따라

이 집의 추천 안주들을 먹어보는 것도 즐거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참고로, 마음 편히 언제든지 가고 싶은 곳이지만 손님이

정말 많았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에는 줄을 설 정도로요.

실내포차 분위기의 아늑한 감성을 느끼고 싶은 분이시라면, 이곳에서 밤새

보다는 악수를 추천합니다. 앞으로도 갉아먹는 리뷰는 계속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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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들에게 소문이 자자한 술집입니다.

주당들에게 소문이 자자한 술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