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한번 풀고 시작해 볼까요? 이름을

맞춰 보세요. 1번, 2번, 3번, 4번. 전부 알고 있으신 분들은 이제 팔짱을

껴 주시면 되고요. 한두 개 알거나 하나도 모르시는 분들은 환영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당신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패션을 좋아하시는, 패션을

좋아하시는 여러분, 반갑습니다! 여러분이 아는 자켓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아마 이 정도 떠오를 겁니다. 그러면 디자이너 머릿속은 어떨까요? 훨씬 많은

종류가 있겠죠. 이 재료들을 이용해서

만지고, 깎고, 혹은 조합해서 또 다른 옷이 탄생합니다. 패션에는 이 재료가

담긴 보물 창고가 있는데요. 바로 역사.

따분한 단어이기도 하지만, 패션에선 설레는 단어이기도 하죠. 60년대

작업복, 50년대 군복, 40년대 기능성

자켓. 이 중엔 먹기 쉬운 재료도, 어려운

재료도 있는데, 보통은 쉬운 걸 선택합니다.  친숙한 팬츠, 청바지, 혹은

버튼다운 셔츠. 하지만 디자이너라면

어려운 재료도 사용하고 싶겠죠. 피셔맨스 탑, 콤뱃 파카.  단어들이

이상한가요? 오늘 주인공은 그런 재료들로 누구나 입기 편하게

요리합니다. 어떤 음식인지, 그리고 마지막엔 제가 추천하는 요리도

재밌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다음 시즌 재료가 궁금해지는 브랜드, 아웃스탠딩!

이야기 시작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빈티지, 그러니까 옛날 옷 좋아하시나요?

이건 최근 아웃도어 재킷, 이건 60년대 재킷입니다. 어떤 게 더 마음에

드시나요? 최근 것은 기능은 더 좋겠지만,

예뻐 보이는 건 보통 오른쪽을 꼽습니다. 하지만 그런 옛날 옷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구하기도 어렵고, 기능도 부족하고, 핏도 불편한 경우가

많죠. 그래서 아웃스탠딩은 그 형태만

가져와서 갈고 닦고 조금씩 수정합니다. 어떤 재료를 가져왔는지,

어떻게 수정했는지, 장르별로 뜯어

볼게요. 마지막에는 망할 뻔했던

아웃스탠딩의 살린 일상복 장르에

대해서도 뜯어보겠습니다. 제가 예전부터 되게 좋아했던 자켓이 있는데, 시중에

나온 건 항상 3% 부족했습니다. 우연히도 그 3% 채운 자켓이

아웃스탠딩에 있었는데요, 그것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밀리터리, 군복을 얘기하면 일단 대한민국 남자들은

거부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군복 기반의 옷을 입고 있죠.

항공 점퍼, 친노 팬츠, 심지어 티셔츠도

전부 군복에서 시작된 옷들입니다. 방금 말씀드린 3세대 체온 자켓부터 볼까요?

원래는 이렇게 생긴 패딩입니다. 미군은

추위를 막기 위해 레이어링 시스템을

개발했는데요. 온도에 따라 정해진 옷을

껴입는 겁니다. 철저히 기능적인 옷이라

전부 군복 같이 생겼는데, 딱 두 가지만 패션으로 입기 좋습니다. 이

후리스, 가장 추울 때 껴입는 이 패딩,

정말 편하고 따뜻한데 이쁘기까지

합니다. 카더라 통신에 썰을 하나 풀면, 일본 대형 빈티지샵에서 이 패딩 재고를

대량으로 수입했다고 합니다. 근데 이걸

바로 팔지 않고, 이 패딩이 좋다, 멋있다

계속 올려치기해서 가격이 고점까지

갔을 때, 그때 하나씩 꺼내서 팔았다라는 썰이 있습니다. 어쨌든

인기가 올라가니 몇몇 브랜드에서도

만들긴 했지만, 아까 말씀드린 3% 부족했습니다.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솜 충전제. 대부분 브랜드에선

신슐레이트(합성솜)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원본은 미군을 위해 개발한

프리마로프트(PrimaLoft) J. 이게 저한텐 중요했습니다. 보어텍스(Vortex) 보면 괜히 성능

좋을 것 같고, 자연스럽게 막아줄 것 같은 감성이 있습니다. 저, 저한텐 프리마

로프트가 비슷한 느낌이었죠. 근데 이걸

왜 안 쓸까요? 실제로 성능도 굉장히

좋은데요. 비싸기 때문입니다. 굳이 보이지도 않고 알아주지도 않는데 비싼

재료를 쓸 필요는 없죠. 근데 아웃스탠딩은 썼습니다. 게다가 원본의

문제점도 개선을 했죠. 이 옷에 가장 큰

매력은 펑퍼짐한 핏입니다. 그 느낌은

살리면서 부담스럽게 긴 기장도 살짝

줄였죠. 후드를 넣었을 때 모양도

이쁘게 조정했는데, 아예 후드를 제거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젖은 옷을 말리는 안쪽 매쉬 주머니나 기타

디테일들은 전부 살린 채로요. 옛날

감성을 살리면서 패션으로 입기 더 좋게 바꾼 거죠. 밀리터리 생각보다

재밌지 않나요? 다음은 모든 옷을 커버하는 마법 같은 재킷, 개파카

M65 피쉬테일입니다. 먼저 말씀드리면, 원본 있으신 분들은

구매하지 마세요. 이 자켓이 마법 같은 이유는 핏 때문입니다. 펑퍼짐해서 체형을

다 가려주는데, 그 핏이 너무나도 자연스럽죠. 아웃스탠딩의 피쉬테일은

원본을 최대한 복원했습니다. 피시테일 디자인을 복원한 경우는 꽤 많지만,

문제는 원단. 아웃스탠딩의 최대한 비슷한 걸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서

그냥 직접 짜버렸습니다. 차이점은

안감에 두었죠. 개파카, 자켓, 후드

그리고 안감을 분리할 수 있습니다. 근데 안감은 좌우가 비대칭이라서 따로

입기 애매한데요. 이걸 살려서 단독

자켓으로 입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 디자인의 전 버전 M 파카는 멜튼 울

소재로 만들기도 했죠. 아, 멜튼 울은

그 떡볶이 코트 원단입니다. 안감까지

있으니 한겨울에 롱패딩 대체가 되지

않을까요? 이건 육군이… 재밌는 해군으로 갈게요. 해군의 가장

대표적인 건 피코트. 근데, 근데 그건

패션으로 입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아웃스탠딩의 고른 해군의 재료는

덱 자켓. 가장 많이 알려진 건 이런

모습인데, 이것의 전 버전을 선택했죠.

그게 더 재밌어 보였기 때문일까요?

원단이나 후크 디테일, 시보리 등등은 원본을 지키면서 지퍼를 추가했습니다.

남성미가 넘치지만 MA-1만큼이나 입기는 쉽죠. 이번엔 바지로 넘어가

볼게요. 가장 유명하고 가장 쉬운 퍼티그 팬츠 볼게요. 1950년대 미국

육군이 입었던 바지인데, 이 바지가 인기가 많은 이유는 딱 하나, 원단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바지는 아마 이렇게 아니면 이런 결일 겁니다. 근데

이건 조금 다르죠. 백사 트위드라는 짜임

있대요. 기능이 좋은 건 됐고, 이게 입을수록 색이 빠집니다. 마치

청바지처럼 예쁘게요. 불규칙하게

오돌토돌 튀어나오는 것도 매력입니다.

근데 원본의 핏은 미리 길이가 너무 길어서

심하게 올려 입어야 되는데요. 아웃스탠딩에서 당연히 입기 쉽게 바꿨죠.

핏은 적당히 현대적이면서 나머지

디테일들은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당연히

원단도 백사 트위드 원단을 사용했죠. 팔짱 끼신 분들, 이미 갖고

있는 거 압니다. 그럼 없을 만한 거 볼까요? M-65 팬츠입니다. 눈에 익은

어려운 옷을 요리해서, 입기 쉽게 만드는 브랜드.  아웃스탠딩 이야기.

패션이 문화가 되고 취미가 될 수 있도록
뻔하지 않고 재밌는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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