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비쩍 마른 형부가 뭘 하겠다고 저러는 거야 말도 안 돼 저게 된다고? 여기 브라질 리우에 어느 식당에

강도가 들이닥쳤습니다. 아이를 인질로 잡은 강도의 뒤쪽으로 민첩하게 움직이는 한 한국 남자가 있는데요. 그

남자를 무시하던 경찰 출신 처제와 장인을 그야말로 경악을 하게 되는데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오늘의

사연을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살고 있는 카렐라 아고 합니다. 저한테

한국은 정말 원수 같은 나라예요. 왜냐면 제 언니를 뺏아간 나라 든요. 사실 정확히는 형부가 한국 사람이라

언니가 한국에 가게 되는데 꼭 언니를 뺏긴 기분이에요. 그래서 그게 정말 싫었거든요. 언니랑 저는 정말 엄청

각별한 사이에요. 물론 다른 자매들도 사이가 애틋한 집안이 많겠지만 저와 언니는 그중에서도 특별한 사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자매는 어렸을 때부터 나이 차이가 좀 나는 탓에 언니와 싸우기보단 늘 언니가 저를 잘 챙겨

주는 편이었어요. 언니가 가진 장난감도 다 저에게 주고 먹을 것도 다 양보해 주는 정말 착한 언니였어요. 그런데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 언니는 저에게 엄마의 역할까지 같이 해 주었습니다. 저희 엄마는 제가 여섯 살 때 총기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물론 브라질은 개인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나라라 위험하긴 하지만 그땐 늦은 시간도

아니었고 정말 한낮이었고 대낮에 그런 일이 어쩌다 가끔 생기긴 하지만 설마 그 일이 엄마와 저에게 생길

거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죠. 기억하기도 싫은 그날은 엄마와 둘이서 집에 있던 오후였어요. 언니는 학교에

가고 아빠는 일하러 갔었죠. 저는 저녁에 페이즈 와다를 해 달라고 막 엄마를 졸랐고, 부족한 메뉴를 사기

위해 둘이서 마트에 갔었죠. 제가 그날 엄마를 조르지만 않았어도 저희 집에 그런 끔찍한 일은 생기지 않았을 텐데

하고 후회했던 적도 정말 많았고, 그것 때문에 너무 많이 괴로웠어요. 아무튼 엄마는 제가 좋아하는 페이즈 와다를

만들기 위해 고기 코너에서 고기를 고르고 있었고, 저는 엄마와 아저씨가 얘기하는 사이 장난감을 구경하고 싶어

슬그머니 빠져나와 장난감을 구경하러 갔을 때였어요. 그땐 그게 뭐라고 세상 무엇보다 알록달록한 장난감을

구경하는 게 정말 좋았죠. 새로 나온 장난감에 손을 뻗으려는 그때, 쨍그랑하며 유리 깨지는 소리가 크게 났고

몇 발 총소리도 났어요. 깜짝 놀라 저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그대로 몸을 웅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엄마에게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무서워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어요. 강도들은 절대 움직이면 안

된다며 꼼짝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얘기했고, 주위 어른들도 모두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총소리가 잔뜩 뒤엉켰다. 감고 두 귀를 막았어요. 두 귀를 막았는데도 무서운 소리가 많

많이 들려 울면서 숫자를 샜어요. 그렇게 얼마쯤 흘렀을까, 누군가 저를 안아 올렸고 깜짝 놀라 쳐다보니

안토니오 아저씨였어요. 아저씨는 경찰인 아빠와 함께 일하는 동료로 저희 집에 종종 왔었죠. 아저씨는 이제

괜찮다며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고 하며 곧 아빠가 올 거니 차에 앉아 있으라고 하셨죠. 저는 경찰차 뒷좌석에

앉아 밖을 둘러봤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 카메라 그리고 구급차와 경찰차가 왔다 갔다 했죠. 그런데

엄마는 보이지 않았어요. 엄마는 늘 어딜 가나 제 옆에 꼭 붙어 있었고 제가 없어져도 금세 저를 찾아와 엄마

옆에서 떨어지면 안 된다고 저를 혼내고 하셨어요. 밖에서 이렇게 오래 엄마와 떨어져 있어 본 적이 없었죠.

차 문을 열고 제가 엄마를 찾아 나가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창밖에 꼭 붙어 엄마만 찾고 있었는데 멀리

아빠가 뛰어오는 게 보였어요. 아빠는 안토니오 아저씨와 뭐라 얘기를 나누던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그리고 나이처럼 울었어요. 저는 아빠가 우는 모습을 처음 봤어요. 아빠는 리우에서 가장 강한 경찰이라 강도들도

맨손으로 때려잡고 상도 엄청 많이 받았는데 그런 아빠가 저렇게 엉엉 우는 모습이 낯설었어요. 아빠가 우는

걸 보니 저도 슬퍼져서 덩달아서 차에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마트에서 엄마는 강도들이

들이닥치고 나서 어떻게든 저를 찾기 위해 마트 안을 분주하게 움직였고 그 모습에 화가 난 강도가 엄마에게

몹쓸 짓을 한 거였죠. 사고 이후 저희 가족은 깊은 우울에 빠졌습니다. 주말마다 가족끼리 놀러 나갔던 것도

더 이상 하지 못했고 집안은 늘 조용했어요. 툭하면 밥 먹다 눈물이 나와 울음바다가 되기도 했죠. 아빠는

그날 이후 더 이상 강력 사건 현장에 나가지 않았어요. 강도 사건을 겪을 때마다 엄마가 떠올라 과잉 진압을

하게 되거나 반대로 우울감에 짓눌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죠. 결국 사이버 수사대로 근무지를 옮겼고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나서는 어느 정도 다시 일에 적응하실 수 있으셨어요. 아빠가 근무지를 옮기고 언니도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린 후엔 가족들은 다시 최대한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씩씩한 언니는 이렇게

있으면 엄마가 더 슬퍼할 거라며 잘 지내는 모습을 봐야 엄마도 편히 지낼 거라는 얘기를 했어요. 아빠를 졸라

주말에 다시 그 교회로 놀러 나가기도 하고 엄마가 자주 해줬던 음식들을 해주며 우리 잘 먹고 있는 거

보여주자며 일부러 더 많이 먹기도 했죠 언니의 노력 덕에 아빠도 기운을 차리셨다 엄마가 있을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저에겐 정말 언니가 엄마나

다름 없었죠 엄마가 챙겨야 할 것들을 전부 언니가 챙겨 줬으니까요 그렇게 저의 모든 학창 시절은 엄마 역할을

잘해준 언니 덕분에 잘 자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 가족은 정말 셋이서 똘똘 뭉쳐 뭐라든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갔죠 그렇게 고등학교를 보내고 어느 덧 진로를 정할 시기가 되었고 저는 경찰이

되겠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들은 아빠는 결사 반대하셨습니다 브라질에서 경찰을 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여긴

갱단 많고 치안이 좋지 않아 정말 위험한 일들이 많았거든요 아빠 역시 강력계에 몸담았던 지라 경찰에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가 경찰이 된다고 했을 때 결사 반대하셨던 거죠 그런데 저는 엄마를

그렇게 보내고 앞으로 나쁜 놈들을 때려잡고 싶다는 꿈을 꿨고 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범죄는 그 한 사람에게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그 가정을 송두리째 파괴시켜 버리니까요 최대한

그런 일을 맡고 싶었죠 제 간곡한 설명에도 아빠는 쉽게 허락해 주지 않으셨어요 언니는 어느 정도 제

마음을 이해한 듯 아빠와 제 사이를 조율했습니다. 아빠의 마음을 제게 얘기해 주기도 하고 저를 대신해

아빠를 설득하기도 했어요. 언니는 어쨌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요. 저희 집에서 언니는 워낙 중요한 역할이다 보니 언니가 아빠를

설득해 준 덕분에 아빠는 마지못해 허락하셨습니다. 대신 절대 다치면 안 된다고 너를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얘기하셨습니다. 조금이라도 현장에서 실수를 하거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하셨죠. 그렇게 저는 경찰이 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어요. 아빠는 제가 경찰이 되는 걸 영 탐탁치 않아하시면서도

물심양면으로 저를 도와주셨습니다 저는 시험 준비를 위해 밤낮없이 공부했고 그 덕에 수월하게 시험을

쳤습니다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저녁 한참 밥을 먹고 있는데 언니의 충격 발언으로 아빠와 저는

사색이 되었습니다 바로 언니가 남자 친구가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도 한국인 남자친구요 저는 애초에

한국인들은 본 적이 없는데 그나마 관광객으로 놀러온 사람들 몇 명이 전부였죠 근데 언니는 도대체 언제

어디서 한국인을 만나 연애까지 하다니 놀라웠습니다 아빠는 한국 남자는 다 비쩍 마르고 힘도 없는 거 아니냐며

못해도 브라질 남자처럼 강인한 체격에 너 한 사람 정도는 충분히 지킬 수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했어요 제

생각도 마찬가지였죠 한국 남자하면 사실 딱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지만 BTS 멤버들을 보더라도 전부

호리호리하게 마른 몸이었던 것 같아 너무 연약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와 아빠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을 때 언니는 결혼해서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저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더 이상 들을 것도 없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절대 안 된다고 한국에 가는 건 결사 반대라고 얘기하곤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언니와 떨어져 산다는 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언니가 언젠가 결혼을 하겠지만 그것도 한참 뒤의 일이라고 생각했고 나도 언니 동네에

같이 살아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 한국까지 갈 거라곤 상상도 못 했거든요 그때 갑자기 지난

달쯤 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언니가 다른 나라에 가서 살면 어떻겠냐고 말이죠 그땐 나도 따라가서

살 거라고 장난스레 얘기했는데 설마 말이 그때 그 말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언니가

들어왔어요 많이 놀랐냐 했죠 언니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말해서 정말 실망이라고 어떻게 한번 얘기도 안

꺼내냐 했어요 그러자 언니는 시험을 앞두고 있는 제게 혼란을 주고 싶지 않아서 제 시험이 끝나자마자 얘기한

거라고 했어요 그러곤 언니 얘길 찬찬히 들려 주었죠 언니 남자 친구는 리우에 서핑 여행을 온 사람이라고

했어요 남자 친구는 다른 일을 하다 소방관이 되기 위해 시험을 받고 시험에 합격하고 발령을 기다리는

3개월간 여행을 왔다고 했죠 언니가 일하던 카페에 단골 손님이었는데 오며가며 친절하고 따뜻한 남자 친구의

태도에 관심이 생겼고 친구들끼리 회식하는 자리에서 가까워졌다고 했죠 처음엔 언니도 여행 왔다 갈 사람이라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어요 그런데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한결 같은 태도로 언니를 대했다고

했습니다 무성의하고 시크한 브라질 남자들과 달리 섬세하고 자상한 매력에 반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언니가

아무리 그 사람을 좋게 말해도 저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그렇지만 제가 아무리 이렇게 말한들 이미

아빠는 언니의 손을 들어 준 것 같았습니다 아빠는 생각이 깊은 언니가 고른 사람인데 당연히 좋은 사람일

거라는 의견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언니 마음이 편한대로 해야 한다며 아빠는 언니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좀 믿음직스럽다 했죠. 물론

아빠 말이 100번 맞지만 그래도 언니가 한국에 간다는 게 정말 싫었어요. 그렇게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언니는

결혼식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가 한국 남자 친구의 가족들을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습니다. 한국에는 상견례 문화라는 게 있는데 결혼 전 가족들끼리 서로 인사하는 자리라고 했죠. 저는 그

말을 듣고 정말 신기했어요. 사실 저희 가족이 워낙 각별한 사이지만 결혼식은 부부 둘만의 문제라 거의 통보하는

형식이 대부분이거든요 요새는 결혼식에서 결혼할 사람을 소개해 주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한국은 가족까지

미리 만난다니 정말 신기했습니다 아빠는 한국의 문화라면 얼마든지 따라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곤 우리가

한국으로 가자고 했어요 언니가 앞으로 어떤 곳에 살게 될지도 궁금하고 결혼 전 마지막 가족 여행이 될 수도

있으니 한국에 가 보면 좋겠다고 하셨죠 마지막이라는 말도 싫고 한국에 가는 것도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죠 그렇게

저희 가족은 상견례를 위해 한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인천 공항에 내리자마자 저는 깜짝 놀랐어요 한국이

좋다는 얘긴 많이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쾌적하고 세련된 공항의 모습에 좀

안심이었다. 단 좋은 곳에서 살아야 할 텐데 생각했는데, 이 정도라면 꽤 마음에 들었거든요. 공항 출국장에는

형부와 형부의 가족들이 마중 나와 계셨어요. 브라질에서 한국까지 먼 걸음 하셨다며 정말 감사하다고 하셨죠.

게다가 짧은 포르투갈어를 준비해서 저희에게 간단히 인사말도 해 주셨습니다. 그러자 아빠도 한국어로

뭐라 얘기하시는데 깜짝 놀랐어요. 무뚝뚝한 아빠가 한국 온다고 인사말까지 외워 오다니 속으로

군필 맞냐고 마른 한국 형부 무시하던 브라질 경찰 처제, 강도만나고 180도 달라진 형부모습에 기겁하는데...

군필 맞냐고 마른 한국 형부 무시하던 브라질 경찰 처제, 강도만나고 180도 달라진 형부모습에 기겁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