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다 채우고도 왠지 씁쓸한 정년 퇴직. 예순세 살의 정효선 씨는 은퇴 후 지금 네 번째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사진 찍으러 왔습니다요.

증명사진이야 이력서에 붙일 사진이라 가장 아끼는 것들만 가져왔습니다.

멋스러운 줄무늬 셔츠에 한 살 젊어 보이는 핑크빛 넥타이.

사진 찍기가 멋쩍어지면 그때부터 늙은 거라는데 이렇게 차려입으니 아직은 뭐, 할 만합니다.

예전에는 1년 365일 중에서 쉬는 날 빼고는 넥타이 이랬는데 넥타이를 푸르는 게 소원이었는데 또 지금은 늘 푸르고 다니니까 또 이렇게 매 보니까 또 색다른 느낌이 있네요.

예, 이제는 매일이 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넷. 세피 좀 조금만 갈게요. 하나 둘 괜찮나요?

네, 괜찮아요. 보세요. 하나, 둘. 지난 32년 양복 입고 일했던 아버지의 꿈은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사진 받아보시는데 어, 마음에 드세요?

아, 예, 마음에 듭니다. 예, 좋습니다. 뭐, 잘 나온 부분이 어디가 좀 잘 나온 거 같데요?

글쎄요, 뭐 그 전체적인 분위기 좋네요. 예전에 찍은 4년 전에 찍은 사진하고 비교해 보시면 어때요?

예, 감사합니다. 그 메일로 좀 보내 주세요. 예, 수고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예, 퇴직 한지는 얼마? 음, 6년째 됩니다. 대기업 부장으로 정년 퇴직을 했습니다.

퇴직하고 6개월 정도 쉬었다가 1년 그 계약직으로 어 기간제로 사회적 사회적 기업에 어 취업을 했었고요.

그 후부터는 이제 계약직도 잘 안 돼서 일용직으로 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설레는 날입니다. 이 나이엔 잘 주어지지 않는 기회, 면접 보러 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정 아, 정효님. 나이 앞에선 경력, 능력, 능력이 무색합니다.

은퇴하기 전엔 육체적인 노동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지금은 이것도 놓칠 수 없는 자리입니다.

경복궁 야간경비원 37명을 뽑는데 지원자는 쉰두 명.

뽑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기업 부장 타이틀은 오히려 부담 가는 대목이죠.

약간 연세가 있으신데도 좀 떨리는 건 여전한가 봐요. 아무래도 그래도 면접.

면접이 김옥균 예, 박영 이광 김성규 네 분 면접 준비하세요.

경쟁자들이 많다 보니 다들 한껏 긴장한 모습입니다.

쉰 명 중 한 명은 황의면. 일하고 싶은 간절함은 청춘의 그것과 뒤지지 않습니다.

제가 오늘 면접 오기 전에 저기 저기 저 작년 4월 달부터 12월 달까지 도봉역에서 신호로 일을 했어요.

그러셨어요? 아침 새벽 4시에 일어나가지고 시부터 네, 이교대니까 시 반까지 네.

그거 할 때 참 좋았어요. 그러셨어요?

이번 경복궁에서도 아마 보람을. 으이 이런 이런 일자리가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과연 뭘 물어볼까요? 아, 한 만원 정도 돼요.

예, 괜찮습니다. 해보시면 예, 무슨 큰 돈은 안 되지만 예, 놀면 뭐 하겠어요.

자, 들어가 최대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면접장에 입장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예, 실례하십니다. 이력서를 내야 되는 건가요?

예, 정효선 씨는 일전에도 이 일을 한 경험이 있는데요. 그래도 결과를 낙관할 수 없으니 진지합니다.

이게 경복궁 그 이제 뭐 다리라 이런데 관절이라든지 이런 어 한상이 있는 분들은 좀 어려울 것 같고 왜냐면 그분 투입하고 한 3.5시간 정도를 서 있어야 되니까 혹시 다리 이런 쪽에 아니면 오래 서 있으면 힘드신 분들은 있으신가요?

지금 뭐 일하고 계시는 거 있나요? 일하는 거 전혀 없습니다. 전혀 없어요?

네. 일하고 싶을 것 같습니다. 예, 그다음에 이 이상입니다. 혹시 경비 업무 해보 보셨나요?

예, 많이 해왔습니다. 거기 1세의 경비 수료증이 있고요. 예, 경비 하시는 데서 잘하신다고 그러던가요?

제가 잘한다면 내가 자화자찬 상한 거니까 상대방이 칭찬을 해 줘야 되는 거 예.

이제 곧 제 차례입니다. 그다음에 저 선 씨 예예.

경비 업무를 해 보셨나요? 저는 경복궁에 근무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아, 예.

그다음에 박호남 그입니다. 감사합니다. 예. 짧고 굵게 이건 유리한 거 맞죠?

퇴직하면 퇴직금 받고 연금 좀 받고 뭐 이렇게 해서 그 또 어 퇴직 후에도 뭐 조금 용돈이라도 좀 벌고 하면은 또 우리 집 사람도 일을 조금 하고 그러면 어 뭐 충분히 되지 않겠나?

그니까 세세하게 디테일하게 이렇게 금액을 얼마 얼마 이렇게 따져 보지는 않았고요.

그야말로 막연히 그냥 하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현실에 딱 닥쳐 보니까 어 내가 지금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었구나는 생각을 합니다.

아버지의 은퇴는 이르고 자녀들의 갈 길은 아직 멉니다.

지난 17일 6월에 경복궁 야간 관람이 시작되던 날 정효선 씨를 일터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남들 퇴근할 때 일을 시작하지만 다들 생기가 돕니다.

다만 2주밖에 할 수 없다는 게 큰 아쉬움입니다. 뭐 관람객 관람도 우선이지만 혹시 관람객분들이 뭐 문화재를 이렇게 만지신 뭐 훼손하는 그런 뭐 그런 액션을 보이신다면 좀 적극적으로 좀 자제 좀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김병 씨 오세요. 정효 씨네 근무 시간은 저녁 6시 4분부터 10시 10분까지 예 예 예 예 이렇게 2주를 일하면 50만 원이 조금 모자란 급여를 받습니다.

오늘 맡으신 업무가 어떤 업무예요? 저는 이제 그 관람객들 표를 받습니다.

수표, 수표 업무입니다. 저는 여기는 그냥 단순한 제 일자리, 일터가 아니고 어쨌든 그 옛날에 우리 역사가 담겨 있는 곳이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광화문에 그 출근할 때 들어올 때 그 옷 매무새를 다 조금 단정히 하고 간단히 목례를 하고 들어옵니다.

그래서 일반 그냥 우리가 그 직장하고 조금 제가 좀 다른 거 같아요.

고궁 안과 달리 밖에는 이미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쪽에 나셨으면 됩니다. 오늘 만만치 않겠는데요. 일하는 정선 씨는 눈빛부터가 완전 새 사람입니다.

당황할 법도 하지만 이럴수록 침착하게 대처하는 여유로움.

오늘 일요일이라서 사람이 좀 많네요.

30분 야간 경복궁 입장이 시작됐습니다. 이 순간 누가 빨리 안 들어가고 싶겠습니까?

네, 감사합니다. 어서 오세요. 같이 오신 거죠? 예. 어떤 남자분은 아니요.

그러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예, 감사합니다. 같이 오신 거죠?

예, 감사합니다. 웰컴. 예, 두 개 다.

예, 굿 나이스 트립. 네, 감사합니다. 네, 어서 오세요. 예, 무거운 건 남자분이 드세요. 예.

어서 오십시오. 감사합니다. 예, 감사합니다. 어서 오세요. 아, 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예.

감사합니다. 이날 다녀간 야간 관람객만 6천여 명.

얼마나 정신없이 바빴는지 이렇게 해가지고 있는 것도 몰랐습니다.

자, 티켓 가지신 분 빨리 오십시오.

2분 남았습니다. 자, 티켓 가지신 분 오세요.

티켓 있으세요? 티켓 있으세요? 예, 이쪽으로 올라오세요.

자, 여자분 치마 붙잡고 올라오세요. 위험하니까 치마 붙잡으세요. 티켓 받으셨죠?

예, 들어가세요. 9시가 되면 입장이 마감됩니다. 자, 티켓 가지신 분 빨리 오십시오.

모두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드디어 묵직한 문이 닫힙니다.

이제 생길까 했는데 이번엔 퇴장하는 관람객이 줄을 있습니다.

안녕하십시오. 오늘 정선 씨는 경복궁의 얼굴이었습니다.

안녕하십시오. 좋은 사진 많이 찍으셨습니까? 예.

감사합니다. 네, 들어오시는 분마다 밝게 웃어주시고 인사해주고 막 그러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여기 찾아오신 분들은 다 손님인데, 문화재 보러 오신 분들인데 친절하게 웃는 얼굴로.

목마르지 않게, 그래서 물을 조금씩 마시고 있습니다.

쉴 틈이 없었지만 정선 씨는 이곳이 참 좋습니다.

서울 시내 삭막한 이 서울 시내 회색 도시에 여기처럼 들어오면 옛날에 임금님들이, 임금님이 계시던 그 궁궐도 있고 나무도 많고 호수도 있고 정말 그 근무하는 환경은 정말로 좋죠.

세 시간 반 아니라 하루에 8시간 근무했으면 좋겠는데요.

어, 좀 아쉽습니다. 세 시간밖에 근무를 못해서.

주 후에 또 어떤 생활을 지내실지? 아, 일단은 2주 일하고 2주 쉬게 되는데요.

그때는 어, 또 다른 아르바이트거리가 있는지 찾아볼 생각입니다.

소박해도 매일 출근을 할 수 있는 일, 지금 정선 씨에겐 그게 가장 큰 꿈입니다.

지난 금요일이죠. 황 아르바이트를 찾던 신 교육을 들었습니다.

이제는 경비원도 자격증이 있어야 되는 시대.

그도 시대에 발맞춰 봅니다. 물론 큰돈 바라고 하는 거 아닙니다.

그리고 그만큼 몸이 따라주지도 않습니다. 공부도 오랜만에 하니 꿀잼입니다.

상대 목을 이제 상대요. 손목을 최대한 안쪽으로 예 꺾어서 너무 꺾으면 아, 이걸 과연 써먹게 될지 아닐지 그건 사실 아무도 모르죠.

다만 뭔가 했다는 뿌듯함으로 꽉 찼습니다.

막연했던 것보다는 이제 이런 그 자격에 필요한 것이 있으니까 교육을 받았으니까 좀 더 좀 자신감 있게 직무에 임할 수가 있죠.

어디든 이제 구해서 자 예, 이제 내에서부터 열심히 돌아다녀야 파 아들아 딸아 아버지 이 나이에 수료증 땄다.

아내도 버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 경복궁 경비 알바 면접에 나타난 퇴직한 대기업 부장님│은퇴한 60대 취직│다큐 시선│#골라듄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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