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오랜 문제였던 시리아 내전이 일단락되는 듯합니다. 지난

12월 8일, 대를 이어 53년간 철권 통치를 이어온 알아사드 정권은

붕괴되었고, 대통령 일가는 러시아로

망명했습니다. 반군의 공세가 시작된 지 고작 11일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시리아 반군은 8년 만에 알레포를 재

장악한 이후, 주요 도시인 하마와 홈스를

차례로 장악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면서

알아사드 정권 붕괴를 선언했죠. 반군은

알아사드 정권 하에서 억압받았던 정치

사범들을 석방시켰고, 알아사드가 물러났다는

소식에 거리는 환호성에 휩싸였습니다.

각국 시리아 대사관에는 곧바로 시리아

국기가 아닌, 별 세 개가 그려진 시리아

반군기가 게양되었죠. 다마스쿠스의

거리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고, 시민들은

일상에 복귀 중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해결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2011년 시작된 내전으로 인프라는 붕괴되었고, 시리아 영토 위에는 서로

다른 이해 관계를 가진 세력들이 난립해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군이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싸우던 여러 반군 세력은 이제 각자가 가지고 있던

목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내전에 개입해 온

국가가 많은 것도 사실이죠. 대표적인

나라만 보더라도 미국과 러시아, 이란,

터키 등이 있는데요.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뉜 아랍 국가들 역시

시리아 내부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온 이스라엘은

즉각 시리아를 공습했습니다. 시리아

내전은 어쩌다 이렇게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한 구도를 갖게 된 걸까요? 그리고 이 많은 세력들은 시리아 내전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 싶어 했던 걸까요?

기나긴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두 편에 걸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승원입니다. 오늘은 시리아 내전에 대해서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겠습니다. 우선 시리아 내전의

구도는 이렇습니다.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이 있고, 이들이 주요

도시 대부분을 장악한 상태였죠.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반군 세력들이 있습니다. 최근 군을 중심으로 설명드리자면,

터키와 가까운 서북부 이들리브 주는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 줄여서 HTS

그 동맹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터키의

국경을 따라 있는 몇몇 도시들은 터키의 군과 그들이 지원하는 반군이

자리하고 있죠. 이라크와 가까운 북동부

지역은 미군이 지원하는 시리아 쿠르드족 주도 SDF, 그 아래는 아직

잔존 세력이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크게 보면 정부군과 반군의 대립

구도인 것은 맞지만, 반군 사이에서도 종교적, 문화적, 지역적 차이가 있어서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는 상태죠. 이렇게 수많은 세력이 난립하게 된

시리아 내전은 어쩌다 시작된 걸까요? 사실 시리아는 1946년 독립 이후,

정치적,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적이 거의 없습니다. 독립 이후로 문민

정부는 군부 쿠데타에 의해 3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이후로도 반복되는

쿠데타로 시리아는 지독한 정치적 혼란을 겪었습니다. 그러다

1970년 하페즈 알-아사드, 현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의 아버지가 대통령직에 오르면서 아사드

가의 장기 집권이 시작됩니다.  철저한 실리주의를 토대로 외교 관계를

구축하기도 했지만, 사실은 무도한 폭정과 악명이 더 높습니다. 국가

비상사태를 유지하며 군 정보망을 강화하고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세력을

탄압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제기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응징했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1982년 2월 일어난 하마 학살이 있습니다. 당시

하페즈 정권에 반기를 들던 무슬림

형제단을 진압한다는 명목 하에 도시

하마를 에워싸고 폭격을 퍼부었을 뿐 아니라, 불도저와 롤러를 동원해서

그대로 도시의 평탄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평탄화 작업이라는

것은 도시 하나를 완전히 초토화시켰다는 뜻입니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당시 이 사건으로 사망한 사람만 2만 명에서 3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유적도 모두 파괴됐고, 그렇게

사망하는데, 그 뒤를 이은 건 아들 바샤르 알 아사드입니다. 이 과정에서

40세 미만은 대통령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헌법이 수정되기도 했었죠.

비교적 온건하고 개혁적인 성향이었던

바샤르의 아버지가 통치하던 시절 잡혀

들어간 정치 사범들을 풀어주는 등 초기에는 일종의 유화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 시기를 다마스쿠스의

봄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하지만 아들

바샤르가 이끄는 새 정부는 이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국가 비상 사태는 그대로 유지됐고, 비밀 경찰이

활동하면서 시민들을 탄압했습니다. 쿠데타로 집권한 바트당이 유일한

정당임을 명시한 헌법도 그대로 유지했고, 시리아 지식인들은

2000년에 99인 선언, 이듬해에는 천인 선언 등을 통해 부조리한

체제와 제도를 개선할 것을 요구했는데요. 아사드 정권은 불법적으로

헌법을 개정하려 했다는 혐의로 그들에게 징역을 선고하는 등

억압적인 태도를 보였고, 1년여의

짧았던 다마스쿠스의 봄은 이렇게

끝나게 됩니다. 이후로도 국민들의 반정부 시위는 계속됐고, 아사드 정권은

억압과 회유를 병행해 나갔습니다. 시리아 내전을 촉발한 것은 2011년

아랍권 민주화 운동을 의미하는 아랍의

봄이었습니다. 그 시작은 10대 아이들의 낙서였는데, 아를 축출해 냈고, 그

소식이 아랍 전역에 퍼지고 있었는데요. 이 소식을 들은 남부 도시

다라의 소년들은 아사드 정권을 겨냥해서 "다음은 당신 차례야"라는

낙서를 하게 됩니다. 말 그대로 아이들의 낙서였는데, 색출하여 혹독하게 고문했던

시민들은 소년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아사드 정부는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면서 분노를

기폭제가 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함자 알카트이라는 13살 소년이 온몸에

고문의 흔적이 남은 채 주검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아사드 정부는 탱크까지

동원해서 시위대 진압을 명령합니다. 이때 병사들이 총기를 버리고 하나둘

이탈하기 시작했는데요. 그중에는 장교

출신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죠. 이들은 민간인 진압을 거부한 병사들을 모아서

자유 시리아 군이라는 반군 조직을 창설합니다.

[음악] 이처럼 시리아 내전은 독재 정권과 이를

축출하려는 시민들의 싸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수적 열세와 무기 차에도

미, 러, 이란, 튀르키예까지... 시리아 내전은 왜 이렇게 복잡해졌을까? / 1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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