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뭐 하는데? 내 갈게 이제, 종태야.

벌써 갈라고? 엄마 안 운다고 했잖아.

내 안 울려고 했는데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걸 어쩌노.

잘 갔다 와라. 너는 데모 같은 거 다니지 말고

공부나 똑바로 해라. 알았나? 내가 너 데모하고 다닌다고

그리고 내가 너보다 성적 더 높거든?

나는 부산대 아니고 서울대 갈 거다. 가서 너 서울대 못 가면 죽는다, 진짜.

가면 되지. 아버지, 저 갔다 올게요. 종태야, 단디 해라.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말고. 이놈의 여편네가

고맙게도 울었네. 아들 가는데 마음 불편하구로.

아, 내 진짜 금방 갔다 올게. 응? 우리 새끼,

몸 조심해라. 어? 상급자가 시킨다고 쫄래쫄래 따라가서

다 하지 말고 앞에서 대충 시늉만 하고 최대한 몸 사려라.

우리 엄마 아들한테 좋은 거 가르치네.

근데 니 혼자 갈 수 있겠나? 걱정하지 마라. 갈 수 있다.

아, 엄마 잠깐 일로 와 봐. 절 한번 드리겠습니다.

야! 니 하지 마라! 진짜 돌았나? 니 닥치라 안 닥치나?

가시나, 저게 미쳤는갑다. 아들, 잘 다녀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잘 갔다 온나. 아이고, 우리 오빠 철 들었는갑다.

닥치라 했다. 진짜 저 진짜 가보겠습니다.

오빠, 가라! 이리 와서 공부나 해라. 서울대 갈 거면.

뭐라노, 저 씨… 종태야, 아이고 됐다. 마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아씨, 왜 이러노? 진짜 갔나? 엄마, 왜 그리 우는데? 진짜…

아들 하나 있는 게 딸도 있다. 가시나, 이게 오빠야. 군대 가는데…

아니, 웃긴다 이가. 들어갈래? 울지 마라! (계엄 철폐! 독재 타도!)

아니, 진짜 쏘는 겁니까? 그냥 신호하면 쏘라잖아.

쟤네들 폭도 아닌 거 같은데, 학생인 거 같습니다.

불지르고 검거하고 난리 쳤다잖아.

저 중에 빨갱이 새끼들도 있대.

예!? 북한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 아닐 겁니다.

저도 부산대 다니면서 유신독재 반대하는 데모했습니다.

자들이 빨갱이면 뭐… 부산대 학생들 다 빨갱이입니까?

입 다물어라! 왜 대열 이탈이라도 하게?

아닙니다 (계엄 철폐! 독재 타도!)

근데… 저기 제 동생만 한 아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새끼가 아까부터… 야 이 XX 새끼야!

분위기 파악 안 돼? 오빠, 니 손 왜 그렇게 떠는데?

아버지, 어머니, 제가… 제가… 사람을… 사람을 너무 많이 죽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울지 마라. 어?

울지 말라고. 오빠, 미안하다. 종태야. 명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깊이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그것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라 믿으며,

자신 있게 거리로 나와 사람들을 잔인하게 짓밟았다.

시간이 흐르고, 역사는 우리에게 다시 질문한다.

11월 3일 7시 31분, 에코 12시 54분

실제 상황, 실제 상황 - 현 시간부로 각 전투 인원 장구류 착용 후 생활관 대기
-실제 상황 맞습니까?

야, 너네들 패치 다 떼. 왜 그러십니까?

우리 알아봐서 좋을 거 뭐가 있다고 붙이고 있어?

빨리 떼.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아버지한테 연락받았는데…

비상계엄령 맞습니까? 나도 몰라, 새끼야.

아니, 전시나 사변, 뭐 그런 국가비상사태에 쓰는 거 아닙니까?

안 그럼 니가 나가서 못하겠습니다, 말해보던가, 새끼야.

2024년에 우리도 알 거 다 아는데, 이렇게 출동하는 거 좀…

자존심 상합니다. 야, 이진혁 하사! 이진혁! 여기 있는 애들 다 같은 생각이야.

전쟁 났는데 지휘관 잘못 만났다고 생각해.

아, XX야! 뭐? 시민들이랑 대치하다가 상황 격화돼서 한 발이라도 쏘면,

그땐 옆에 있는 우리 부대원들 다 쏠 거 아닙니까?

니네 잘 들어. 시민들이 아무리 과격하게 나와도

너네 아무것도 하지 마, 알았어? 대답 안 해?

네, 알겠습니다. 준비해! 못 들었냐?

준비하라고! 네, 알겠습니다. 명령권자, 대통령!

현 시간부로 전투 배치 인원들은 즉시 장구류 착용 후 연병장으로 집합!

아들, 무기도 없는 시민에게 총 겨누는 게 아니다. 이 상황이 내가, 엄마가 될 수도 있다.

야, 이진혁! 너 왜 울어? 팀장님… 나라 지키다 죽으라면…

백 번이라도 죽겠는데, 정치인 밥그릇 싸움하는 데 끌려가서…

자국민한테 총구 들이미는 게, 그게 너무 부끄럽습니다.

저 엄마한테 자랑스러운 아들 되고 싶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정신 차리고, 우리 불법적인 일은 하지 말자.

군인의 의무는 국민을 지키는 것이다.

계엄령은 권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국민을 지키는 마지막 수단이다.

계엄군이 허술했던 이유

장르물이 땡기는 날엔 파라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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