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내놓으려고 왔는데요. 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그건 그렇고

얼마나 손해 볼까요? 요새 워낙 불경기에 고객님처럼 내놓으려고 하는 분들이 많아서요.

원하시던 가격에는 거래가 안 될 수도 있어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냥 최대한 빨리 팔기만 해 주세요.

서울에 사는 60세 김두영 씨는 오늘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이유는 다름 아닌 몇 년

전에 샀던 상가 건물을 내놓기 위해서였습니다. 김씨는 한숨이 이제는 습관이 되었습니다. 김씨 같은 사람이 요새

많았는지 사무실 직원도 김씨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언제쯤 팔릴까요? 요새 주택도 거래가 안 되는

마당에 건물도 쉽게 팔리지는 않아요 알겠습니다 연락 주세요 김씨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나오며 고개를 푹 숙인 채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그렇게 길을 걷던 김씨가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이는 것은

빌딩들의 임대 현수막이 다들 김씨와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인 건물들이 김씨는 잠깐 멈춰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김씨 바로 옆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구도심이나 재래시장들은 가게를 여럿이 내놔도 안 나가서

가게를 못 접는 곳이 수두룩해요 업주들 나이도 60대 70대가 대다수이고 은행이랑 대형마트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주변에

세탁소 사진관 식당 등도 사라지는 중이라네요 여기도 별반 다를 게 없어지는 거 아니야 그래도 우리나라가 나은 편이지

저기 중국 상하이 아파트는 10억짜리 매물이 2억에 안 팔린다. 아아, 김씨는 그런 말을 듣고도 별로

위로가 되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그렇게 다시 정처 없이 걸었습니다. 그러고는 과거를 회상했습니다. 김씨는 몇 년 전 눈만

뜨면 꼬마 빌딩이나 상가 건물들을 알아봤습니다. 그때는 금리가 지금처럼 높지 않았고

다들 건물주가 되고 싶어서 안달이었던 때였습니다. 김씨도 지인들과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관심이

갔습니다. 김씨는 좋은 입지에 있는 건물을 운 좋게 얻었지만 그때는 몰랐습니다. 이 선택이 김씨의 노후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선택이었다는 것을 말이죠. 김씨는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했습니다. 김씨는 서울에 있는 상위권

대학을 졸업 후 곧장 대기업에 취직을 했습니다. 김씨가 대기업에 취직을 하자 많은 선 자리가 들어왔고 김씨는

그렇게 결혼까지 해서 세 명의 자녀를 낳았습니다. 남들은 그런 김씨의 삶을 부러워하기 했지만 김씨는 직장 생활이

맞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비슷한 업무에 대한 반복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끊임없는 경쟁 등으로 김씨는 마흔이

넘어가면서부터 탈모가 왔습니다. 거기다 야근이 잦아 운동할 시간도 부족해 김씨는 한 순간에 늙어

버렸습니다. 어느 날 김씨는 거울 앞에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참 보기 싫게 느껴졌습니다. 김씨는 그렇게 점점

자존감도 떨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 명의 자녀들 키우고 외벌이를 하느라 일을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김씨는 그렇게 50대 중반에 나이까지 열심히 일을 다녔습니다. 어느덧 회사를 다닌지

25년이 넘은 김씨는 이제는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다행히도 김씨는 연봉을

많이 받았고 아내가 절약하는 습관이 있어서 꽤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김씨는 아이들이 자고 있을

때 조용이 아내와 맥주 한잔을 마시며 얘기를 꺼냈습니다. "우리 건물 하나 사서 노후는 좀 편하게

지내볼까? 당신 회사 그만두게. 이제 더는 못 버틸 것 같아. 좀 쉬고 싶어." 김씨의 아내도 처음으로 그런

말을 꺼낸 김씨에게 쉽게 얘기를 꺼내지 못했습니다. "건물주 소리 듣고 살면

좋잖아 김씨 안에도 건물주라는 말이 괜히 설레게 느껴졌지만 왠지 모르게

조금 걱정이 됐습니다 그 부부는 천천히 얘기 나눠 봐요 천천히 말해 볼 것도 없어 저기

강남 있지 거기는 없어서 못 파는 곳이야 다른 곳은 몰라도 강남은 망할 일 없잖아 그거 사게 되면 대출 받아서

사시게요 그래야지 김씨는 직업이 좋아서 대출을 받을 걱정은 없었습니다 이때 당시만 해도 대출 이자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습니다 만약에 이자가 늘어나면 어떡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 아니에요 이자가 왜 높아져 그런

것까지 하나하나 다 따지면 아무것도 못해 김씨는 그렇게 정말로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대출을 받아 상가 건물을

매입했습니다. 김씨는 임대료를 받으면 그것으로 대출금을 갚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쓸 작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지는 않았습니다. 막상 상가 건물을 매입해

보니 대출 금으로만 돈이 나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출 이자뿐 아니라 기본 관리비, 보험료, 재산세 등 상당히

나가는 돈이 많았습니다. 김씨는 생각보다 생활비를 많이 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때까지는 한 달에 300만 원

정도는 벌 수 있었습니다. 김씨는 그렇게 은퇴를 준비했습니다. 김씨는 은퇴 막바지의

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조금은 퍼져 있었습니다. 김씨는 그렇게 얼마 후 한가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퇴직금도 많이 받아서 그

돈은 나중에 자식들 결혼할 때나 도와줄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얼마 후 아들과 딸이 1년 텀을 두고 결혼을 하면서 김씨는

자식들을 도와주느라 퇴직금을 많이 썼습니다. 아내도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료는 생활비는 충분할 것이라

생각해 자식들을 도와주는 것을 말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큰아들과 둘째 딸을 도와주며 이미 많은 돈을 써 버려서

막내 아들을 또 어찌 도와줘야 하나 고민해야 했습니다. 김씨와 아내는 결혼 비용뿐 아니라 큰 아들에게는 집도

지원해줬고 둘째 딸에게는 또 그에 맞게 재산을 미리 증여해 줬습니다. 막내 아들도 부모님이 형과

누나를 도와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막내에게 지원을 안 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막내

아들이 결혼 생각은 없어 보여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습니다. 그렇게 김씨는 몇 개월간 임대료 수익을 받으면서 일을

하지 않고도 편하게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엄청 풍족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김씨는 죽을 때까지

이렇게만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씨의 주변 친구들도 이런 김씨를 부러워했습니다. 하지만 김신은 곧

꿈에서 깨어나야 했습니다. 갑자기 금리가 치솟으면서 대출 이자가 불어났기 때문이었습니다. 김씨는 이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다가 이자가 불어난 것을 뒤늦게 확인했습니다. 계산기를 두드려 본 김씨는 대출 이자가 조금만 더

늘어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김씨는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설마 여기서 대출이자가 더 오르겠어? 하고 생각했지만 몇 개월에 걸쳐 그런 김씨의 걱정이

현실이 됐습니다. 김씨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김씨는 임대료를 받고도 매달 300만 원에서 400만 원의 돈이

마이너스가 났습니다. 김씨는 그간 모았던 돈들로 이 금액을 메꿔야 했습니다. 김씨는 괜히 안내가 걱정할까

봐서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이것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김씨는 이미 반년 동안

거의 2천만 원에 가까운 돈을 내쳤습니다. 김씨는 속상한 마음에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김씨는 만나는 친구들

중에서 자신이 가장 성공에 매번 술값을 냈는데 이제는 안주를 시키는 것도 술을 한 병 더 시키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요새 건물주들 부동산 경기 안 좋아지고 대출 제한되면서 하산하는 사람들 많다고 그러던데 너네 건물은

요새 **김씨의 친구 최씨가 김씨에게 물었습니다**. 안 그래도 씁쓸했던 김씨는

대답을 얼버무렸습니다. 상가 건물 요새 점점 힘들어진다고 그러던데 경기 침체로 다들 지갑 잘 안 열고 이제는 또

온라인 쇼핑이 너무 발전했나? 이번에 쿠팡 써봤는데 진짜 편리하긴 하더라. 물건도 금방 오고

온라인 시장에 성장하는 속도가 무서워. 우리 아버지도 이제 80인데 온라인 쇼핑하는 거 한번 알려 드리니까 뭐

사려고 하면 인터넷으로 혼자서 잘 구매하시더라. 상가가 공급이 넘쳐나는 것도 있는데 온라인 쇼핑이 상가

망하게 하는 1등 공신이라 그 배달 물류 택배가 워낙 좋은데 굳이 뭐하러 밖에 나가서 사 상가나

상가는 앞으로도 희망이 없어질 수도 있어 김씨는 그런 친구들의 대화를 듣고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습니다 몇 년 전에 꼬마 빌딩이나 상가 투자 열풍 불었을 때 투자한 사람들 지금쯤 꽤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씨의 친구는 김씨를 약올리려는 건지 자꾸만 부정적인 얘기를

꺼냈습니다 너는 대출 많이 받아서 샀냐 대출 많은 건물주는 이제 물주가 아니 요즘 집 가진 거지들도

수두룩한데 김씨는 아무 말 없이 소주를 한 잔 마셨습니다 꽃이 하나 시켜도 되냐 김씨의 친구는 익숙한 듯 김씨가

계산할 것이라 생각하고 김씨에게 허락을 받고 안주를 시키려는 듯 했습니다. 밥 안 먹고 왔어 그냥 있는

안주 먹어. 김씨는 자기도 모르게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그때 김씨의 또 다른 친구

장씨가 도착했습니다. 장씨는 도착하자마자 당당하게 꽃이 모듬 세트를 하나 시켰습니다. 김씨의 친구 장신은

중소기업을 다니다가 주식으로 돈을 많이 번 친구였습니다. 늦어서 미안하다 오늘은 내가 살게. 장신은 무슨 얘기 중이었으며

물었습니다. 그럼 너네 건물은 어떻게 되는 거야? 김씨는 이제 이런 질문이 지긋지긋했는데 우리 옆 건물 할머니

1층 여섯 개 상가 중에서 네 개나 비어 있더라고. 나머지 두 개는 부동산인데 불만 켜놓고 사람은 없고

몇 년 전만 해도 월세에 올린다고 날리더니 요새는 들어오기만 하면 인테리어 지원이며 월세 몇 달 지원해

준다고 써 놨는데도 안 들어와 또 그 옆 건물은 상가인데 개인데 세 개 값이어서 그 상가 주인 아줌마

일 다니는 거 같던데 중요한 건 월세를 내리는 건 둘째고 이제 상가 건물 보러 오지도 않는 거

같더라고 그 아줌마도 대출 많이 받으셨나 보네 부동산이라는 게 들어갈 때는 마음대로 들어가지만 나올 때는

마음대로 못 나오는 거 같아 이전에 이자가 올라가기 전에 팔고 나온 사람들이 진짜 운 좋은 사람들이지 갑자기 이자가 이렇게

올라갈지 어떻게 알아 김씨는 안주도 먹지 않고 벌써 술을 혼자서 두 병을

마셨습니다 너 오늘 왜 이리 달려 천천히 좀 마셔 김씨는 안 그래도 이번에 세입자 한 명이 건물에서 나가겠다고 해서 그

문제가 온통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김씨는 그래도 입지 좋은 건물을 구해 공실률은 없었지만 이제

공실이 하나 생기게 되면 임대료 수익 줄어들어 마이너스가 더욱 불어날 것을 우려했습니다 친구들의 말대로 아무리

강남이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니 걱정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요새 50대 이상 중장년 중에 10억원 넘게 고액 채무

파산하는 사례가 많다던데 두형이 너도 곧 그렇게 되는 거 아니야 뭐 재수없는 소리할 거면

나가라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있기가 힘들어 소주잔에 있던 소주를 마저 비우고 자리를 떴습니다 김씨는 뒤에서 말리는

친구들의 손을 뿌리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술값은 내고 가야지. 됐어, 오늘은 내가 산다니까. 김씨는 못 이기는 척 저런

친구들이랑 몇십 년 동안 관계를 이어 왔나 싶었습니다. 김씨는 그렇게 술에 취해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김씨의 아내는 직감적으로 김씨의 건물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았습니다. 김씨는 씻지도 않고 자려고

안방으로 향했지만 김씨의 아내가 그런 김씨와 얘기 좀 하자고 했습니다. 김씨는 피곤하다며 내일

얘기하자고 했지만 김씨의 아내는 꼭 지금 얘기해야 한다며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당신 건물 지금

마이너스에..." 김씨는 그런 아내의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신경 쓸 문제 아니야. 내가 알아서 다 해결할 테니까."

그런 줄 알아 만약 해결 안 되면 어쩔 건데요 나도 노력하고 있다고 조금만 기다려 줘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말을

좀 해봐요 김씨는 정숙이 기로가 찬물을 한 잔 벌컥벌컥 마셨습니다는 좀 깼는지 아내에게 솔직하게 지금의

상황을 모두 말해줬습니다 김씨의 아내는 그런 김씨를 달래 죽이는 커녕 제정신이냐

아 김씨를 쏘아붙였습니다 그리고는 당장 그 건물을 처분하라고 했습니다 그 건물 지금 팔면 손해가

건물주라 자랑하고 다니며 조기은퇴한 퇴직자들 뒤에 숨겨진 진짜 현실 | 사는 이야기 | 노년의 지혜 | 오디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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