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옛날 어느 마을에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가난한 남자가 살았다

가난을 벗어나려면 일을 해야 했는데

게으른 남자는 일하기가 영 싫었다. 일을 해도 하루하루 겨우 먹고

사는 굴레를 벗어나기 힘든 나날이

반복되니 남자는 날이 갈수록 더욱

게을러졌다. 그러던 남자는 먹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어느 날 일을

나가지 않고 굶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배고픔이 견딜 만한

것이었다. 일하지 않고 뒹굴거리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남자는 사흘이나 일을 나가지

않았고, 그렇게 사흘 동안 굶게 되었다.

그런데 굶은 지 나흘째 되자 배가 너무 고파

견딜 수가 없었다. 아이고, 배고파! 이대로는 굶어 죽고 말겠구나!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남자가 이제라도

일을 나가려 했다. 그런데 사흘이나 굶은 탓에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 도저히 일을 할 상태가 아니었다. 이런

상태로는 그 어느 집에서도 농사일 돕는 것을 받아줄 리 만무했다.

다른 소일거리라도 구해볼까, 이 집 저

집을 기웃거리다가 어느 정승집 안을

들여다보았다. 개골 같은 집은 몹시 넓었으며 한켠에는 소들이 여러

마리 있었다. 얼핏 보니 열 마리도 훌쩍 넘는 것

같았다. 마시는 생각했다. 이렇게 큰 부잣집에서 소 한 마리 없어진다고

알겠는가? 마시는 정승집에 소일거리를 부탁하는

대신 뭐라도 훔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런데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다. 몰래 담장을 넘으려니 그럴 기운조차

없었다. 그래서 마시는 하인들이 없을 때 몰래 집안으로 들어가

구석에 숨었다. 곧 해가 지고 밤이 되자 집안의 모든

불이 꺼지고 고요했다. 마시는 이때다 싶어

슬며시 소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주변이 워낙 조용하다 보니 마시는 조용히 걷는다고 걷는

발걸음 소리가 그만 하인 한 명의 귀에

들리고 말았다. "거기 누구냐?" "도둑입니다."

소도둑이야." 아직 잠들지 않은 하인은 마씨를 금방

발견해 붙잡았다. "이 도둑놈!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무슨 짓이냐!" 하인이 마씨를 붙잡고 씩씩대는데,

집주인인 김정승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으리, 집 안에 숨어있던 도둑놈을

제가 잡았습니다. 도둑놈을 데려오거라!"

하인이 마씨를 정승의 방 앞까지 데리고 가니, 김정승이

방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마씨는 별 수 없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김정승이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엇을 훔쳐 가려 했느냐?"

 "소 한 마리만 가져가려 했습니다." "지금은 한창 농번기인데, 네가 소를

가져가 버리면 나는 어찌 농사를 지어 먹고 살 수 있겠느냐?" 마씨는

관가에 끌려가 벌이라도 받게 될까 봐

겁이 나 몸이 움츠러들어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내 짤그랑 하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김정승이

온화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손은 나도 꼭 필요하니 줄 수가 없고,

여기 소 한 마리 값을 줄 테니 이것을 가져가 요기를 하거라. 마씨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보니 자신의

앞에 돈이 놓여져 있는 것이었다. 마씨는 김정승의 뜻밖의 너그러운 처사에

수차례 감사 인사를 하고 돈을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그 돈으로

한동안 돈 걱정 없이 먹고 마시며 지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내다 보니 어느덧 김정승에게 받은 돈이 다 떨어졌다.

그러나 마씨는 이번에도 일을 찾기보다는 도둑질을 할 생각을 했다.

지난번에 갔던 김정승 집에는 신세 진

것이 있으니 인간의 도리로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

다른 부잣집들을 기웃거리다가 이번에는

박정승 집을 털기로 했다. 일전에는 하도 굶어 힘이 없어서

움직임이 둔해 걸렸지만 이번에는

문제없다. 암. 마씨는 이번에도 박정승 집에 하인들의

눈을 피해 몰래 집 구석에 몸을 숨겼다.

그렇게 해가 지고 모두가 잠들기를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한 방의

불이 꺼지지 않는 것이었다. 이렇게 밤이 늦었는데 왜 잠을 안 자는 거야?

마씨는 기다리다 기다리다 답답해 불이

켜진 방 근처 연못까지 이동했다.

언제쯤 잠이 들 것인지 동태를 살펴보려 한 것이다.

방 가까이 갈 때까지 들키지 않은 마씨는 용기가 붙어 더욱 방 가까이에

가서 창호문 옆으로 살짝 귀를 가져다

댔다. 방 안에서는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한 사람은 어린

처녀 목소리였고, 한 사람은 청년의 목소리였다.  "또 시집 가는 날이

언제라고? 나는 아무것도 몰라. 아버지 하시는 대로 하는 것이지."

“그래, 너는 나 없이 살 수 있니? 네가 아닌 사람과는

단 하루도 살고 싶지 않은 게 내 마음이지.”

마씨가 가만히 들어보니 처녀는 박정승의 딸이었고,

청년은 정승 딸과 몰래 연모하는 사이인 듯했다.

그러면 너 시집가는 날을 알아서 내게 말해주어

그러면 전날에 시집갈 때 보내는 궤짝

속에 아무도 모르게 들어가 있을게. 궤짝에 들어가 있다가

뭘 하려고 궤짝을 열어서 기다리다가

궤짝을 열었을 때 우리 사이를 가로막는 것은 무엇이든 내가 다

끝장을 내버릴 거야. 그러고 나면 함께 도망가자.

정승의 딸과 청년은 혼인할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았는데, 두 사람이 무언가

일을 꾸미는 듯했다. 아이고, 철없는 총각일세.

기울였다. 시집가는 집이 김정승댁이 맞지?

맞아. 김정승네 외아들이라고 하셨어. 마시는

깜짝 놀랐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혼인 상대방이 바로 자신에게 돈을 주었던 김정승의 외아들이었던 것이다.

그는 도둑질하려던 것도 있고, 그 길로 김정승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담을 넘어 김정승의 방 앞에 가서 문을 두드리며

작은 목소리로 김정승을 불렀다. 잠에서 깬 정승이 문을 열었다. "아니,

너는 네가 어찌 이 야밤중에 나를

찾아온 것이냐?" "나으리, 아드님은 어디

계십니까?" "네 아들 말인가? 아들은 저기

윗방에서 자고 있겠지. 왜 그러는가?"  마시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나으리,

아드님께서 곧 장가를 가십니까?"

네가 그것을 어찌 알았느냐?"  "파혼

하셔야 합니다." 뭐? 정승은 황당했다. 자신이 돈을 주고 돌려보냈던 도둑이

한밤중에 찾아온 것도 모자라 자신의 아들을 파혼시켜야 한다고, 집안일에

#035 은혜 갚은 도둑 ( 게으른 도둑이 정승댁을 털러 갔다가 몰래 엿듣게 된 놀라운 이야기, 전래동화 ) 민담, 전설, 옛날이야기, 어른을 위한 동화, 달빛 이야기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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