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3년 동안, 36대만 생산된 자동차가 있습니다.

단 4년 동안, 15개의 레이스를 우승하고,

이 차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차를 사려면 7천만 달러는 내야 합니다.

수집가들은 대체 왜, 60년 가까이 된

이 차에 열광하는 걸까요? 오늘은 페라리 250GTO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젊은 레이싱카 디자이너이자 드라이버였던 엔초 페라리는

1930년대, 이탈리아의 자동차 회사인 알파 로메오에서 큰 활약을 하며

자신의 이름을 딴 사내 레이싱팀, 스쿠데리아 페라리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

엔초는 자신의 이름이 붙은 팀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곧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패전국인 이탈리아에 있던 스쿠데리아 페라리는

문자 그대로 사라졌습니다. 엔초는 전쟁이 끝나자마자

그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은 독립적인 레이싱팀,

오늘날의 스쿠데리아 페라리를 다시 만들며

자신을 버린 알파 로메오에 대한 복수극을 시작합니다.

마침내 F1의 두 번째 시즌인 1951년 시즌

컨스트럭터 챔피언십 포인트를 계산하게 된다면

챔피언은 페라리였습니다. 전의를 상실한 알파로메오는 F1을 떠나고

페라리의 시대가 막을 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엔초 페라리라 하더라도

평생 F1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렇듯이 모터스포츠는 어디까지나

돈을 버는 게 아닌, 돈을 쓰는 스포츠이고,

그 자금줄은 대회 상금, 지인의 후원, 레이스카 판매 등으로는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엔초는 1940년대 후반부터 레이스용 차량이 아닌, 공도용 차량을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그 일환으로 탄생한 차가 바로 3000cc V12 엔진을 단 그랜드 투어러,

페라리 250입니다. 1952년부터 생산된 이 차는 태생부터 잘 팔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탈리아의 레이싱 명가 알파로메오의 핵심 인력이 차린

스쿠데리아 페라리가 만든 스포츠카이니까요.

그랜드 투어러라는 장르에 걸맞게,

유럽의 아름다운 길들을 여행하며 오랫동안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게 설계된 이 차는,

단숨에 페라리의 새로운 돈줄이 되었습니다.

엔초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광고 효과를 최대로 누리기 위해

250을 유럽 전역의 레이스에 출전시켰습니다.

수제작이었기 때문에 나서는 경기에 맞춤 생산한 차로 트로피를 휩쓸었죠.

포르쉐를 제외하면 현실적인 적수가 없었습니다.

페라리 없는 알파로메오는 재기불능해 보였고,

메르세데스는 끔찍한 사고로 인해 모터스포츠와 절연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950년대 중반에 접어들자,

페라리의 홈 그라운드인 F1은 점차 영국 팀들이 주류를 이루고,

급기야 1957년 시즌에는 페라리가

단 한 경기도 우승하지 못하는 무관의 굴욕을 맛봅니다.

이러한 흐름은 페라리의 돈줄인 250으로 출전하는

그랜드 투어러 레이스에까지 퍼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재규어의 경우에는 1955년부터 1957년까지,

D-타입이라는 전설적인 차로 르망 24시 레이스를 3연속 우승하며

페라리를 위협했죠. 이렇게 레이스에서 다른 팀들에게 밀리는 것

그 자체는 굴욕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이 결과를 본 관중들이 페라리에 실망하고

페라리의 차를 더 이상 찾지 않게 된다면,

만회할 기회조차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이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또한 1960년대 초반에는 존 쿠퍼의 미드십 레이스카 디자인이

유행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사실 프론트십 구조를 가진 기존의 250을 개량하여

새로운 레이스카를 만든다는 건 팀을 경영하는 관점에서 봤을 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엔초는 장기적인 경쟁이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실질적으로 회사의 사활이 달렸다고 볼 수 있는 GT 레이스에서

단 한 개의 승리라도 하루라도 더 빨리 따내는 것이 더욱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그랜드 투어러 클래스에서 호몰로게이션에 맞춰

한두 해 정도만 버틸 요량으로 만들어진 스포츠카가 바로

250 GTO인 것입니다. 5단 수동 변속기가 물린 이 차는 300마력, 30kgf·m를

후륜으로 쏟아붓습니다. 무게는 900kg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제로백은 5.4초, 최고속은 280km/h입니다.

엔초 시대의 페라리는 방금 말한 것과 같은 기계적인 부분만 적극적으로 다루고

차량 외관의 부분은 카로체리아에 대부분의 일을

그래서 250 GTO 역시 당시 막 알파로메오에서 이적하며 엔초의 총애를 받던

지오토 비자리니의 손에서 대부분 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공기역학은 엔진을 못 만드는 놈들이나

신경 쓰는 거라고 말하던 엔초와는 달리

디자이너이자 테스트 드라이버였던 비자리니는

그 당시 자동차 디자인에는 생소한 개념이던

윈드터널 테스트를 피사 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도입하며

공기역학적으로 우수한 차를 디자인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길고 낮은 노즈, 굉장히 작은 프론트 그릴,

망치로 일일이 두들겨 단차를 최소화한 매끈한 알루미늄 패널,

롱테일의 시초격인 일체형 스포일러 형태로 마무리된 디자인이 탄생했고

이것은 이전의 페라리 디자인 철학과는

확연히 다른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런데 방금의 몇 마디만 들어도 감이 오시겠지만

비자리니를 포함한 그의 수하 직원들은 엔초 페라리와의 가치관 차이로 인한 불화가 상당히 심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250 GTO의 개발 막바지였던 1962년에 해고되었고,

그 역할은 우리가 612 스칼리에티로 잘 기억하고 있는

카로체리아 스칼리에티로 전권 위임되었습니다.

그런데 1962년은 프로토타입 테스트까지 다 끝난 시기였기 때문에,

스칼리에티는 차량 내부 구조 설계에만 일부 가담했습니다.

프로젝트 말미에 디자이너를 바꾼 것은,

아무래도 250 GTO를 완성한 디자이너가 비자리니만은 아니길 바란

엔초의 뒤끝이 아니었을까 하고 추측해 봅니다.

물론 250 GTO 이후 페라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카가 공기역학에 상당한 공을 들여 디자인되었으니,

엔초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비자리니의 선견지명 덕에 페라리는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는

엔지니어링을 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이름부터 호몰로게이션을 받았다고 딱지를 붙인

이 250 GTO가 호몰로게이션을 받은 게 좀 웃깁니다.

우선 대부분의 과정에 장인의 손길이 필요한 차이기 때문에,

당연히 많이 생산하는 것은 어려웠겠죠

다른 라인을 모두 중지하고 250 GTO를 만드는 데만 전력을 다해도

한 달에 30대는 만들 수 있었을까요? 그런데 250GTO가 속한 클래스인 그룹 3의 호몰로게이션 기준은

무려 백 대입니다. 이 상황을 페라리가 어떤 방식으로 극복했는지

예를 들어서 보여드릴게요. 그들은 우선 33대의 250 GTO를 생산했습니다.

그래서 FIA에서 나온 검사관들을 페라리 본부가 있는 마라넬로에서 맞이하여 30대를 보여주고요,

그 일부를 이몰라로 가져가 다른 차인 척 테스트 주행을 하고 있었던 척하며

숫자를 뻥튀기했습니다. 똑같은 방식으로 몬자에서도 차를 보여줬고요,

이런 방식으로 무한 증식하는 거죠. 물론 이 사실이 후일 밝혀지긴 했지만,

FIA를 속여서 호몰로게이션을 받아내는 것이

[르망] 페라리 250 GTO | 이 차가 830억원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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