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음악] 랑신, 여기 오늘은 평소보다 피곤하게

하루가 시작된다. 어제 투망에 그물 사고가 났다. 그물이 와이어에 걸려서

올라온 것이다. 그물 사고가 나면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조업을 못하기

때문에 선원들은 밤잠 못 자면서 수리를

한다. 오늘이 수리 2일 차이다. 그물 소리는 절망과 희망,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느낄 수 있다. 그물 사고가 막 났을 때는 매우

절망적이다. 소리가 차츰차츰 진행되고

풀려가는 그물을 볼 때면 희망이

보이고, 그물 사고 후 수리를 완벽하게 끝냈을 때는 새로운 시작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딱 엉켜 있는 그물이 풀려가는

시점이다. 이때 저멀리 운반선이 보인다.

한국에서 출항하면 2년간 바다에 나와

있는 원양어선은 2~3개월에 한 번씩

육지로부터 보급을 받는다. 오늘 만나는 운반선은

정기적으로 부식을 받는 게 아닌, 갑자기 부족해진 선용품을

오늘 주로 받는 것은 유류와 윤활유다. 작은 드럼으로 오면 바로

펌핑해서 유창고에 넣는다. 개인 품목도 받을 수 있다.

품목을 한꺼번에 올라온다. 야, 아트 자리 거

먹어라. 그물 수리한다고 고생하는 선원들도 밥보다 먼저 달달한 수박

맛을 느껴본다. 이럴 때는 조리장도 신경

써서 식사를 준비한다. 달달했던 점심 덕분인지

수리는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점심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리가 끝났다.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해가 저물어 갈 시간.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나면 개인 택배 품목을 열어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이번 택배 품목은 아내가 직접

하나씩 준비해서 보내주었다. 택배 품목 받을 때는 항상

기분이 좋다. 배에서 야채를 못 먹는다며

야채를 보내주었다. 째는 생필품과 요깃거리가

가득하다. 신발부터 신고 시작한다. 원양어선에서 필요한 물품을

보급받는 택배는 선박에 필요한 물품만

아니라 개인이 필요로 하는 물건까지 받을 수 있다. 유튜브 댓글에 읽었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관리가 필수고 버프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자도 마찬가지 [음악]

코파 안경을 보면 눈이 쉽게 피로해져

눈 마사지와 스팀 마스크도 챙겨 주었다. 자도 자도 눈이 피로하면 스팀

마스크가 좋다. 요깃거리도 종류별로 갖다

왔다. 배에서 초콜릿을 먹으면 당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나저나 오늘따라 아내가 탁송품 개봉이 끝났다. 인증샷은 필수다.

아참, 야채즙도 올리고 슬리퍼도 벗어서

찍는다. 그런데 야채즙만 빼면 이걸 어떻게 한 박스에

넣지? 신기할 따름이다. 배에 부식을 보관하는 냉동고다.

이곳저곳 내 이름이 적힌 박스가 눈에

보인다. 나도 곧 이 박스처럼 얼어버릴

것 같아. 영하 10도가 넘는 냉동 창고에서 탁송품을 빼앗아 나가야겠다.

사람은 추위에 노출되면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다. 이대로

을가라는처럼 말이면 마나 버틸 수

있을까? 냉동은 총 여섯 박스가 왔다. 냉동은

곧 식품, 식품은 곧 아내의 사랑이다.

나는 결혼 80일 만에 원양어선을 타고 태평양으로 나왔다. 배를 타고

나온 지 곧 1년, 2개월 동안 떨어져

지내고 있는 중이다. 멀리서 고생한다며 챙겨주는 아내의 사랑이 가득 담겨

있는 선물이다. 아내에게 항상 미안하고

감사하다. 두 번째 박스에는 고메 소바,

치킨이 있다. 아내가 교촌 허니콤보에 맛이

난다고 했는데, 태평양에서 먹으니 그

이상의 맛이었다. 빙어도 왔다. 이곳은

이자카야가 태양인가? 다음 박스는 목살과 장조림이

왔다. 아내가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항상 먹고 싶은 반찬이 있지만

매번 조리장에 말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말해도 내가 원하는 맛이 아닐 때가 많다. 그럴 때 아내가 보내준 반찬 한

번씩 꺼내 먹으면 입맛이 돈다. 다음

박스에 들어 있는 새우장. 가장 좋아한다. 이렇게 간장과 새우를

따로따로 포장해서 보내는 섬세함이 감동이다. 이것은 곧

사랑이었다. 택배를 준비할 때만큼 귀찮은 게 없다. 특히 이렇게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하는 품목은 더 그렇다.

아내의 마음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대망의 아이스

박스다. 양꼬치가 들어 있다. 양꼬치는 곧 낭만이다.

낭만인데, 두 번은 못하겠다. 배부를 줄

알았다. 대패삼겹살과 통삼겹살도

왔다. 삼겹살 말고도 닭주물럭과

차돌박이도 왔다. 머나먼 바다에서 든든한 식량이

생긴 하루다. 면 3~4개월도 거뜬하겠어.

이제 각 박스에 먹기 좋고 찾기 편하게 소분하는 일만

남았다. 차돌박이 먼저 소분한다. 택배로 차돌박이는 곧

받아본다. 집에서 장본 뒤 소분하는 것

같은 대패 삼겹살도 같은 방법으로

소분한 배식으로도 고기가 많이 들어온다. 하지만 부식 자체는 전

선원이 같이 먹기 위해 선적하는 것이고, 나만 따로 빼

먹는다면 과적으로 선원들이 먹을 게 줄어들게 된다. 먹고 싶을 때 눈치

보지 않고 먹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더 먹고 싶은 것들은 시켜서

먹는다. 그리고 내가 따로 사서 먹는 게

더 맛있다. 이제는 언제든지 꺼내서 먹기만

하면 된다. 통 삼겹살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살짝 녹여 썰었다. 오랜만에 실력 발휘 좀 해볼까

한다. 삼겹살이 먹음직스럽다. 거침없는 칼질을 시작한다.

고등학교 때 잠깐 정육 마트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그때 배운 걸 여기서 써먹는다. 고기는 나쁘지 않아.

[음악] 보인다. 여기서 더 잘게 자르고, 집에

나눠 담아 소분해 둔다. 시간만 고생

하면 3~4개월이 편해진다. 장조림도 한 통

해동시키고 새우장도 간장과 함께

담아주면 탁송품 정리가 끝난다. 오늘 그물 수리도 맞췄고

탁송품 다 받았으니 내일은 고기 잡아야겠다. 지금까지 원양어선에서 받는

아내의 선물이었습니다. 다음에는 더 재미있는

영상으로 찾아올게요. 안녕. 다시 한번 선물을 준비해 준

아내에게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사랑해요. 안녕.

결혼 80일만에 원양어선 타러간 남편을 위한 아내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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