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하드코어 RPG 커뮤니티 RPG Codex에, "RPG의 문제는 RPG 개발자들이 신화와 판타지/SF 문학에 정통하지 못하다는 것이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2023년 9월에 올라온 이 게시글은 지금까지도 19페이지에 걸쳐 계속 토론되고 있는데요,

그중 극히 일부 내용만 살펴봅시다. 유저 척은 많은 RPG가 세계관이나 캐릭터를

흥미롭게 만들려는 시도를 분명 하고 있는데도, 실제로는 매력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개발자들이 판타지, SF, 호러, 신화 등을 충분히 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상상력을 풍요롭게 할 만한 '양식'을 섭취하지 못했고,

그 결과 상상력이 부족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들이 주로 영향을 받는 것은 다른 RPG들입니다. 문제는 그것들도 상상력이 빈약한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죠. 많은 RPG, 특히 판타지 장르는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며

현재 인기 있는 것을 복사하는 데 그칩니다. 그 예 중 하나가 파이널 판타지 16으로, 이 게임은 왕좌의 게임을 복제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개발자들이 문화적 교양이 부족하고, 진정으로 영원한 고전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RPG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이 받은 가장 문학적인 영향이라 해봐야 아마도 D&D 관련 문학일 것이고,

이는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을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매우 인위적이고 공식화된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죠.

포스트 글쓴이가 원하는 RPG 개발자는 사변 문학에 능통한 사람입니다. 그저 반지의 제왕, 겨울왕국과 같은 인기 작품만 읽는 사람이 아니라,

덜 알려진 작품들까지 읽는 사람들 말이죠. 예를 들어, 휴고상 수상작이나 60~70년대의 컬트 클래식 같은 것들도

읽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너무 많은 RPG 개발자가 세계관 구축에 엄청난 노력을 들이고도

결국 "평범"한 결과물만 내놓는 것에 지쳤습니다. 요약하자면, RPG 장르가 글의 품질과 세계관 면에서 번영하려면

문학적 영향을 많이 받아야 합니다. 충분히 책을 읽은 사람만이 RPG 세계를 디자인할 자격이 있습니다.

SF와 판타지 문학의 고전에서 최소 100권을 읽지 않았다면, RPG 글쓰기나 세계 디자인에 도전할 자격이 없다네요.

유저 아데는 cRPG들은 이제 포가튼 렐름 D&D 설정에서 막 벗어나 오리지널 신,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기타 인디 RPG들처럼, 자체적인 IP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개발자들은 자신만의 IP를 시도하고 있고,

아직 시작이니 완벽하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할 수 있습니다. 엘더스크롤도 자체 IP로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며 그 자체로 잘 만들어진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모든 게임이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 연결되어 있죠. 어바우트도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세계관으로 진행될 예정이고,

이는 아마도 천천히 발전해 갈 겁니다. 또 하나 언급되지 않은 점은 게임 산업이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래를 생각해 보면, 엘더스크롤은 미래에도 컬트 클래식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고전 영화들처럼,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람들이 계속 보는 그런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네요.

유저 티라니는 RPG 개발자들은 판타지나 SF 문학만 잘 읽지 않는 게 아니라, 아예 읽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트위터나 게임 기사 외에는 말이죠. 또한, 많은 RPG 개발자들이 실제로는 자신들이 만든 장르의 게임조차

잘 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RPG 개발자들이 열정적인 장난감 제작자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작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게임 개발자들은 본질적으로 영혼을 갉아먹는 기업일에

속아 넘어간 사람들이고, 다른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적은 급여를 받는다네요. 유저 이스마울은 원 포스트에 동의하며,

지금 우리는 원래의 본질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파생작품의 파생작품만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작가들은 아마 신화가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된 이유가 인간 본성과 삶의 보편적인 진리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사실, 요즘 모든 게 '사회적 구성물'이라고 불리고 있는 현실에서, 그들은 아마 그런 보편적인 진리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믿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네요. 유저 크리오는 AAA 게임에만 국한하면, 포스트 글쓴이의 말이 맞겠지만,

언더테일, 테인티드 그레일 같은 게임들은 여전히 훌륭하다고 말했습니다. AAA 게임들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데올로기입니다.

좋은 작가와 프로그래머들이 필터링되고, 만약 그들이 살아남아도, 연봉 30만 달러를 받는 '다양성 담당 최고 책임자'가

그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죠. AAA 자칭 RPG들은 앞으로 장비 파밍, 쿨다운 관리 게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그 게임 세계는 '공산주의 캘리포니아' 버전의 판타지나 SF 세계일 거라네요. 유저 제드는 D&D나 엘더스크롤도 초기에는

깊이 있는 다양한 시도를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드래곤랜스는 TSR이 AD&D를 위해 만든 톨킨풍의 세계관으로,

총 12개의 연계된 모험 모듈로 구성된 서사적인 판타지 이야기를 중심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이는 마치 반지의 제왕 3부작처럼 구성되었으며,

모험 모듈을 느슨하게 따라가는 소설 3부작도 함께 출간되었습니다. 이 소설들은 TSR 내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판매량을 기록했죠.

엘더스크롤 세계관은, 최소한 인간이 거주하는 탐리엘의 여러 지방은, D&D의 후에 미스타라라고 개명된 '알려진 세계' 캠페인 설정과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이는 로버트 하워드의 코난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하이보리아 세계처럼 펄프 판타지 스타일을 취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는 현실 세계의 특정 문화를 기반으로 하지만, 엄격한 일치성을 요구하지 않고 자유롭게 각색되었습니다.

다양한 역사적 시대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시로딜/티아티스는 로마 제국을,

해머펠/일라루암은 이슬람 중세 중동을, 하이록은 르네상스 시대의 영국/프랑스를,

스카이림/노던 리치는 바이킹 시대 스칸디나비아를 기반으로 하고 있죠. 알려진 세계의 국가는 탐리엘의 4개 인간 지방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는 있지만, 실제 세계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있고,

필요 시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문화와 역사를 활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아니면 플레이어가 역사나 대중문화를 통해

공백을 스스로 채우게 할 수도 있죠. 그레이호크는 게리 가이가이가스의 개인 캠페인 설정을 기반으로 한,

비교적 일반적인 캠페인 설정으로, 톨킨풍보다는 기본 어드밴스드 던전 앤 드래곤 규칙 세트와

완벽히 일치하도록 설계됐습니다. 1985년 10월 가이가이가스가 TSR에서 축출된 이후, TSR 경영진은 캠페인 설정 자료에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980년에 출간된 간략한 문서와 1983년에 출간된 대규모 월드 오브 그레이호크 박스 세트 외에는

그동안 캠페인 설정과 관련된 자료가 거의 출판되지 않았습니다. 드래곤랜스와 알려진 세계 캠페인 설정에 대한

여러 단편적인 정보는 기존 제품에 포함됐지만, 캠페인 설정 자체를 다룬 제품은 1987년이 되어서야

드래곤랜스 어드벤처스 하드커버 책이 출간되고, 알려진 세계를 위한 장기적인 가제티어 시리즈가 시작되면서

비로소 등장했습니다. 가이객스가 TSR과의 소유권 문제뿐 아니라 그레이호크의 소유권 문제로도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TSR은 그레이호크 관련 자료의 출판을 중단하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캠페인 설정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 결과 에드 그린우드의 개인 캠페인 설정인 포가튼 렐름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TSR은 그린우드의 원작이 지닌 독특한 요소를 많이 제거하고,

더 현실적이고 역사성을 기반으로 하도록 수정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매우 평범하고 일반적인 캠페인 설정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는 AD&D의 새로운 기본 설정으로 자리 잡았고, TSR이 1988년 말 그레이호크 제품을 정기적으로 다시 출판한 후에도

표준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TSR은 1987년 초 포가튼 렐름 박스 세트를 출시하며 대량의 캠페인 설정 자료를 발행하기 시작했고,

의도적으로 드래곤랜스와 그레이호크를 가리거나 약화시켰습니다. 특히, 그레이호크는 1994년에 완전히 취소되었으며,

드래곤랜스는 인접 소설 출판으로 거의 완전히 전환되었죠. TSR은 또한 동아시아와 중동을 기반으로 한

두 가지 대체 AD&D 규칙 및 캠페인 설정을 시도했습니다. 동아시아는 1985년 오리엔탈 어드벤처스와

1988년 카라-투르 박스 세트였고, 중동은 1992년 시작된 알-카딤이었죠. 그러나 알-카딤은 시작 후 2년 만에 취소되었습니다.

1989년, TSR은 비교적 전통적인 그레이호크, 알려진 세계/미스타라, 드래곤랜스, 포가튼 렐름과는 매우 다른,

첫 번째 비전통적 캠페인 설정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스펠재머는 본질적으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AD&D였지만

기대만큼 판매되지 않아 1994년 그레이호크와 함께 취소되었습니다. 1990년에 출시된 레이븐로프트는 영웅적 판타지 대신

고딕 호러 장르를 구현하려는 시도였으며, 비전통적 설정 중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판매된 것으로 보입니다.

1991년의 다크 선은 포스트아포칼립스 판타지를 기반으로 하며, 새로운 염력 규칙을 통합하고,

레이븐로프트를 제외한 다른 어떤 설정보다 훨씬 어두운 분위기를 가졌습니다. 1994년 플레인스케이프는 기존 AD&D 차원 우주론을 기반으로 했지만,

캠페인 활동의 거점으로 시길이라는 새로운 도시를 주요 요소로 삼았습니다. 1995년에 출시된 버스라이트는 기본적인 세계관은

하이보리아나 알려진 세계 설정의 펄프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도메인 통치를 고레벨 엔드게임이 아닌

초급 1레벨 캐릭터들의 플레이 기반으로 전환시키면서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이 캐릭터들은 혈통에서 유래한 몇 가지 특별한 능력도 부여받았죠.

이렇게 D&D 계통도 포가튼 렐름 말고도 다채로운 시도가 있던 겁니다. 유저 SCY는 RPG 개발자들은 판타지나 SF를 안 읽는다는 반론으로,

스벤 빈케를 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벤 빈케는 자신이 판타지/SF 문학의 엄청난 팬이고,

거의 모든 것을 읽었으며 드래곤랜스 책들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기 코덱스 사람들은 라리안의 글쓰기를 욕한다네요.

유저 사라는 디비니티 시리즈 어떤 게임도 응집력 있는 세계관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디스크월드 식의 부조리극 설정에 가까웠죠. 발더스 게이트 3의 경우, 내부에서 스토리와 글쓰기에 주요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게임 업계는 너무 인맥 위주고, 인재가 부족해서, 스벤 빈케가 현 라리안의 작가 팀을 해고하면,

더 후지고 시시한 사람들만 고용하게 될 뿐이라네요.

RPG의 문제는 개발자들이 판타지·SF 문학을 안 읽는다는 것이다

모험러의 모험기와 허튼소리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