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갑자기 결정된 이사에 정신없던 한 달의 기록입니다. 지방 가득 있던 물건들이 사라지고

텅 빈 집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네요. 깨끗이 비우고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좋은 기억이 가득한 집을 떠납니다. 이사를 결정하고 짐에서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책을 가장 먼저 정리했어요. 어떤 책을 가져가고 또

어떤 책을 떠나보낼지 결정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잠깐만, 코칭 이거 딴 거 돈 드린 거

갖고 있어요. 그거 받으려고 돈을 얼마나

썼냐고요? 아, 독일어 공부 진짜 열심히 했는데…

비기너 색깔 3권은 그대로 가져오고, 나머지 1권은 중고로 되팔거나 나눔을

했습니다. 서울에 엄마랑 이모가 놀러 오셔서 이사 전에 같이 관광을

했어요. 서울에 오랫동안 살았지만 산이

강이 있는 서울은 언제 봐도 정말 매력적인 도시

같아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이모랑 그릇 정리를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이사 소식에

놀라셨죠? 저도 제가 이렇게 갑자기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는데, 당분간

서울을 떠나 부모님 집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이 있었는데요. 노마드의 삶을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제 자신에 대한 의문이 항상

있었어요. 노마드의 삶을 살고는 싶은데,

하지 못하는 이유들을 스스로 자꾸 만들면서 합리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주된 이유가 집이 주는 안정감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최대 6년까지 살 수 있는 좋은

아파트, 내 취향대로 꾸며진 완벽한

공간… 몇 년의 시도 끝에 얻은 이 공간을 포기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이런 저에게 영향을 준

두 가지 일이 있었는데요. 첫 번째는 제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이미

실현하며 살고 있는 캠블리 선생님들과의 대화고, 두 번째는

외국 생활을 함께 했었던 친구와의

대화였어요. 친구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너

외국에서 지낼 때랑 그때를 얘기할 때가 눈이 제일

반짝거려. 좋아하는 게 확실한데 뭘

고민하는 거야?"라고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좀 더 주체적이고

도전적으로 살고 싶어서 회사라는 안전 공간에서 벗어났지만, 스스로 또 다른

안전 공간을 만들어 안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들은 그날, 저는 이 안전 공간을 벗어나기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지금 이사한 지 일주일 남았는데, 냉장고가 제일 큰일

났어요. 냉동실에 있던 소고기 해동시켜

놨습니다. 이번에 집을 정리하면서 보니까 옷이며 책이며

음식이며 제가 가지고 있는 게 정말 많더라고요. 개인 짐은 큰 캐리어 두

개로 끝내고, 본가에 옮겨 둘 짐도

최소화하고 싶었는데, 매일 당근마켓을 두

세 개씩 하고, 동생 집에도 물건을

승용차로 세 번이나 보냈는데도 짐이

도저히 줄어들지 않아서 결국 이삿짐은

1톤 트럭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뭘 구입할 때 세 번

고민하고, 또 한 번 더 생각하기로 다짐했어요.

이사 전날이라 어느 정도 정리가 많이 됐지만, 이날도 컨디션이 좋진 않아서

엄마가 오셔서 도와주셨어요. 한 달 동안 혼자 이사

준비를 하다 보니, 이때는 그냥 이사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만 컸던 거

같아요. 편집을 하고 있는 지금은 벌써

그랬고, 그냥 본가에 잠시 와 있는 느낌이에요. 부지런히 당근을 한 덕분에

다행히 큰 가구랑 가전은 전부 팔았어요. 부모님의 도움으로 이사도 잘

맞췄습니다. 처음으로 가져본 나만의 공간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많이 성장했습니다. 이제 이 익숙한 안전지대를 떠나 또다시 새로운 경험을

쌓고 성장할 수 있길, 비워낸 곳에 새로운 기회가

퇴사 후 2년, 짐 다 버리고 본가로 다시 돌아갑니다. 서울살이 끝

퇴사한 30대, 나다운 삶을 만들어가는 여정을 기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