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범은 1943년 충청북도 옥천에서

태어나 서울로 상경하여 서울 성남중학교와 성남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는 학창 시절 유도, 검도, 복싱 등 다양한 무술을 연마하여

10단이 넘는 등 대단한 실력자였습니다.

운동뿐 아니라 공부도 잘하여 미래의 검사와 판사를 꿈꾸며 고려대학교 법과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1964년 대학 졸업

후에는 해병대 장교로 입대하여 5년간

복무 후 제대했습니다. 해병대 복무 당시에는 월남전에도 참전했는데, 당시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죠. "기왕이면 군복을

입었으니까 남자답게 한번 가 보자"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외동아들인데 어머니가 걱정할까 봐 집에 알리지도

않고 월남전에 참전했죠. 나중에 알고

흘리셨다고 해요. 실제로 박상범은 월남전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동굴

수색 작전 중 박격포탄을 맞았지만 불발탄이라 다행히 목숨을 건졌습니다.

군에서 제대한 후에는 사법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절에 들어갔는데, 청와대

경호실에서 자신을 찾는다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과거 군에 있을 때

청와대 경호실장이었던 박종규와의 인연이

있었는데, 박종규는 박상범의 뛰어난 무술

실력과 군 경험, 그리고 장교 생활을 했던

경험을 무척 탐내고 있었죠. 그렇게 박상범은

통과하고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를

시작합니다. 그는 청와대 경호실 내에서도 무술 실력이 월등하여 최고

수준의 한 명으로 꼽히곤 했죠. 과거

차지철 경호실장 시절, 한 무술 단체가

청와대에서 시범을 보인 적이 있는데, 박정희 대통령은 그 무술 단체의

무술 실력을 칭찬했다고 합니다. 이에

자존심이 상한 차지철은 그들과 경호실

직원들과의 실전 대련을 추진합니다. 차지철이 선수로 지목한 사람은

박상범이었고 한쪽이 완전히 쓰러져야

끝나는 실제 싸움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대통령 앞에서 피를 보이며 싸우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와 서로 시범만 보이며

끝났었죠. 그리고 박상범, 박정희 대통령

시절 대통령의 장남이었던 박지만 씨와

특별한 인연도 있다고 말합니다. 박지만 씨가 육사를 다니던 시절, 하루는

외박을 나와 친구들과 명동에서 놀게

됩니다. 이때 박정희 대통령께서

경호실의 아들을 데려오라고 지시했고,

경호실 직원들은 한참이나 명동에서 지만

씨를 찾아 헤맸습니다. 그렇게 지만 씨를

찾았지만, 지만 씨가 안 가겠다고 버텼고,

갑자기 박상범의 얼굴에 일격을 가했습니다. 박상범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합니다. 젊은

시절 자유롭지 못한 생활을 하다 보니

화가 났겠죠. 그럴 수 있습니다. 지금은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박상범은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에서 모두 현장에 있었던 인물로

수많은 죽을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유경수 여사는

문세광의 총에 맞아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국민들이 선명히 기억하는 사진이 한 장 있죠. 총소리가

울리자마자 단상으로 뛰어올라 총성이 난 방향을 향해 권총을 겨누고 있는

젊은 경호원의 모습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람을 박종규 경호실장으로

착각하는데, 이 사람은 박상범 경호관입니다. 당시 박종규 경호실장은 총을

바닥에 떨어뜨린 상태였습니다. 이 사진에서 보면 박상범 바로 옆에 행사 기록부를 들고 있는 사람이 박종규 경호실장입니다.

사진 우측 하단을 자세히 보면 박종규

경호실장이 떨어뜨린 권총도 보입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군인 출신답게

총성에 놀라자마자 재빨리 연단 뒤로

엄폐하고, 앞에 있던 박상범에게

『부인은 괜찮으냐?』고 물어봤다고

합니다. 이때 박상범은 『별일 없으신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죠. 박상범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기억합니다. 『전 커튼 뒤에 대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탕!』하는 소리가 들려 바로 튀어나갔지요. 문세광이 무대 쪽으로 총을

쏘며 달려오고 있었죠. 각하께서 연설대

밑으로 피하는 동시에 앞으로 튀어나간

저에게 『부인은 괜찮으냐?』고

물으셨습니다. 문세광은 현장에서 검거되었는데, 이 모든 일이 불과 3초

사이에 일어났습니다. 이처럼 박상범은 본능적으로 목숨을 걸고 연단 위로

뛰어나갔지만, 육영수 여사의 죽음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이에 죄책감을

느끼며 경호원을 그만두겠다고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에도 박정희의 신임을

받으며 최근접 경호를 담당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친밀감을 담아 박상범

경호관을 ‘늘 군’이라 불렀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저녁 행사에서 수척해서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면 박상범이

대통령을 업어서 모시기도 했는데,

박정희 대통령은 엎혀 가면서 기분이

좋았던지 ‘요놈아, 요놈아’ 하고 박상범

경호관 머리에 꿀밤을 먹이기도 했습니다.

박상범 본인의 회고에 따르면, 1978년 박정희 대통령은 박상범을

따라오라고 하여 산책을 나가면서 집권

20년째에는 이렇게 하겠다는 개인적인 구상을 밝혔다고 합니다. 훗날 박상범은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허허벌판에

포항제철이 들어서고 고속도로가 생기는

것을 제 눈으로 봤습니다. 헬기로 전국을 다니며 땅을 한참 둘러보시고는

혼잣말처럼 '됐다, 여기다' 이런 적이

많았습니다.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을

생각하며 살던 분이었습니다. 업무적으로는 굉장히 철저한 분이어서

다들 어려워했죠. 하지만 참 정이

많은 분이었습니다. 1979년 10월 26일 금요일 오후 7시, 궁정동 안가에서

대통령이 참여하는 만찬이 열렸습니다.

만찬에는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

김재규 중정부장, 김계원 비서실장이

참여했죠. 당시 박상범을 비롯한 대통령의

경호원들은 궁정동 안가 안쪽에서 따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죠. 안가에서

대통령 경호관들이 중정 경비원들에게 경호를 위임하고 자신들은 식사를 하며

쉬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자신들의 상관인 차지철과 김재규의 사이는 매우

나빴습니다. 대통령 경호원들과 중정 직원들은 거의 친구들이거나 서로 잘 아는

사이였고, 중정의 안가 직원들은 박상범 경호관을 형이라 부르며 따르고 있었죠.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긴 전설적인 대통령 경호원 박상범 이야기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긴 전설적인 대통령 경호원 박상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