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은 통일국민당을 창당하고 대통령 선거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는데, 그의 나이는 78세였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김영삼은 매우 분노하게 되는데,

지금부터 정주영과 김영삼의 치열했던 싸움의 원인을 들여다보자.

통일국민당의 1992년 5월 15일 전당대회를 통해 정주영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한다. 고(故) 민자당은 90년 1월 3당 합당 이후 김영삼의 민주계와 신군부, 민정계의

격렬한 싸움 끝에 결국 김영삼이 당권을 잡는다.

91년 9월에는 김대중의 평화민주당과 노무현의 꼬마민주당의 야권 통합

으로 민주당이 탄생하고, 대통령 후보는 역시 김대중이었다. 즉,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의 삼파전이었다.

정주영 대표는 한 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민자당 정권이 다시 5년간 집권하면 이 나라와 이 민족은 영원히 몰락

하고, 선진국이 되는 꿈은 영영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며, 민자당 김영삼

후보를 겨냥하며 둘의 치열한 싸움을 시작한다.

김대중은 이 둘의 싸움을 매우 반겼는데, 그 이유는

정주영과 김영삼의 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이었다.

김영삼의 지역 기반은 부산, 경남과 대구, 경북이었는데

정주영은 대구, 경북을 집중 공략하여 자신의 지지 기반을 넓혀 나간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김영삼은 대선 후보로서 등극하는 과정에서 신군부

민정계와 격렬한 권력 투쟁을 벌였는데,

이러다 보니 심지어 민정계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 경북에서 김영삼

에게 반감을 가진 이들이 생겨났고, 정주영은 이 틈을 파고든

것이었다. 김영삼은 정주영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돈으로 매수하려 한다고 매우 분노하였다고 한다.

당시 통일국민당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집단은 현대그룹 관계자들인데,

통일국민당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대기업을 모태로 탄생한 정당이라는

점이며, 이는 재벌의 정치 참여라는 비판을 불러오기도 했다.

정주영의 대선 출마로 인해 정부의 현대그룹 탄압으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 나가면서 현대그룹 관계자들은 더욱 자발적으로 당원으로

입당하여 적극적으로 선거 운동에 나서는 모습도 나타난다.

실제로 14대 총선에서 현대 그룹 계열사가 밀집되어 있는 울산 3

지역구에서 민주당 득표율은 54%로, 현대그룹의 지원과

가족들의 지지를 얻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직전 선거에서 대중매체를 통해 지명도가 높은 탤런트나 유명인사들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신생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높였으며, 정주영과 친분이

있었던 이주일, 최불암, 강부자 등의 중견 탤런트가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

이 중 가장 어렵게 영입한 이는 이주일이었는데, 정주영보다 서른 살이나 어렸지만 같은 영동 지방 출신으로

정주영과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친분을 가졌다고 한다. 이주일 영입으로

인생 코미디가 아닙니다에서 이주일 출마를 시키려 한 국민당과

이를 방해하려는 여당의 신경전이 대단했는데, 후보자 등록을 앞두고

반강제로 홍보 활동을 벌였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이주일은 국회의원을 그만두면서

"여기에는 나보다도 코미디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라고 말하며 정계를 떠났다고 한다.

세 번째, 직전 선거에서 기존 정치권 세력에서 밀린 사람들이 대거 이탈하여

국민당에 입당하게 된다. 1990년 1월 3당 합당으로 새 정당이 합쳐지면서 지구당 위원장과

지역구 보선 역시 3분의 1로 줄어들면서 많은 이들이 공천 탈락과

함께 민자당의 비판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92년 10월의 송선희 후에는 민자당 내부에서 김영삼 민주계와

민정계와의 싸움은 더 격화되었는데, 결국 김영삼이 당권을 잡고

여기에 밀린 민정계 인사들이 거의 대부분 통일국민당의 중앙을

이루게 된다. 여기에는 6공의 한 축이라고 불린 박철언,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에 나섰던 이종찬 등도 포함되어 있다.

당연히 이들은 모두 김영삼에게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으며, 통일민주당 입장에서는 경험 있는 정치인들과 이들의 지지 세력인

대구·경북이 필요했기 때문에 서로에게 의미 있는 연합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부터는 당시 일대 파란을 몰고 왔던 통일국민당의 선거 전략에 대해

알아보겠다. 통일국민당은 대기업을 모태로 하는 기업으로 경제 분야의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는데, 아파트를 반값에 전 국민에게 공급하겠다,

경부고속도로를 2층으로 짓겠다라는 놀라운 공약과 함께 모든 일간지에 정책

광고를 대대적으로 게재하는 등 격적인 선거 형태를 보여준다.

특히 아파트 반값 분양 정책의 관건은

당시 부동산 가격 폭등과 함께, 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노태우 정부에 대한 불만이 맞물려 매우 커다란 관심과 반향을 일으켰다.

물론, 일각에서는 국민당의 이러한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경제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1992년 3월 14대 총선이 다가왔다.

설날 바로 다음 날 진행된 총선에서 정주영의 통일국민당은 예상 밖의

의석수를 확보하며 성공적으로 국회에 입성하고,

김대중의 민주당은 97석, 김영삼의 민자당은 149석을 확보하며

과반수 확보에는 실패한다. 물론 숫자로만 보면 149석은 참패까지는 아닌 것 같지만,

90년 3당 합당으로 200석을 훌쩍 넘었던 민자당으로서는

그야말로 대실패인 것이다.  통일국민당을 지지한 사람들은

민자당도 싫고 민주당도 더 싫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 현재와

다르게 하나도 없는 모습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통일국민당은 호남에서는 단 한 석도 얻지 못하고,

비례대표에서만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3당 합당으로 호남 지역이

정치적으로 고립되면서 호남 사람들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결집할 수 있었지만, 비호남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특수한 상황과 3당 합당 이후 발생한 많은 불만으로 인해

더욱이 노태우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당시 극심한 지역주의 대립으로 민주당을 적절한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결국 김영삼의 민자당은 국민당 덕분에 과반수 확보에 실패한 것을 볼 수 있고, 당시 김영삼은 매우 분노했다고 한다.

그리고 김영삼과 정주영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린 사건이 발생하는데, 바로 초원복집 사건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주영이 김영삼의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을 집중 공략하자, 민주당은 이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흔들리는 민심을 붙잡기 위해 부산시

남구 대연동에 위치한 초원복집에서 선거 전략을 논의하는데, 문제는 중립을 지켜야 하는 부산 지역 기관장 등과 현 무장 출신 김기춘이

노골적으로 지역 감정을 부추겨야 한다는 내용을 발언했다는 것이다.

김기춘 전 장관은 지역감정을 유치한지는 몰라도 고향 발전에는 긍정적이다

파이팅!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부산·경남 사람들, 이번에 김대중, 이날 정주영이 어쩌고 하면 영도다리 빠져

죽자라고 말했고, 참석자들은 보수 언론 등을 통해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일으키도록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이 내용은 통일국민당에 의해 도청되고, 개선 사활을 앞두고

녹음 테이프로 폭로하게 되는데, 김영삼의 측근 중 한 사람은 일을 그르치게

되었다며 쓰러지는 일까지 발생한다. 아… 아… 아… 아…

[음악] 하지만 여기서 반전이 발생하게 되는데,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김영삼 편들기가 힘을 얻고,

부산·경남에서는 김영삼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김영삼을

중심으로 유권자들이 결집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역으로 통일국민당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도청을 하고 사생활을 침해

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프레임을 완전히 전환하고,

정주영에 대한 비난 여론이 퍼지게 된다.

1992년 12월 18일, 대한민국 14대 대통령 선거 결과

민자당 김영삼 후보가 4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고,

민주당 김대중 후보가 34%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국민당 정주영 후보는 16%에 그쳤습니다. 김영삼 후보는 부산에서 73%,

정치10단 김영삼과 경제10단 정주영의 대결(feat. 초원복집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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