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러시아 북 카프카스 지역에서 한 민간인 버스가 체첸 반군들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총을 든

반군들이 소리를 지르며 승객들을

위협하던 긴박한 순간, 뜻밖의 일이

벌어졌는데요. 반군들이 인질로 잡았던

승객 중 일부에게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무례를 범해 죄송합니다."라고

사과까지 하며 그들만 안전하게 하차시킨 것입니다. 훈련받은 승객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고려인이라는 것. 오직 고려인들에게만

따뜻했던 체첸 반군의 특별한 예우의

배경에는 60년 전 맺어진 두 민족의

가슴 뭉클한 인연이 있었습니다. 1937년 스탈린의 소련은 일제의 만주

진출을 우려하며 연해주에 거주하고 있던 18만 명의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습니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이주에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열차에 올라탄 고려인들은

쉬지도, 먹지도 못한 채 이동하다 보니

수많은 고려인들이 기차 안에서 목숨을 잃어갔습니다. 그 수가 기차에 탄 고려인의 절반 정도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약 한 달간 쉼 없이 달려 도착한 곳은 황량한 카자흐스탄의 벌판 한가운데였습니다.

소련군은 살아남은 고려인들을 그곳에 내려놓고 떠나 버렸는데요. 지친 몸을 누일 만한 공간도, 허기진 배를 채울 만한 음식도 없이 황량했던,

죽음의 땅, 그런 곳에 고려인들이 남겨진 것입니다. 절망밖에 없는 곳이었지만, 고려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쉴 곳이 없어 맨손으로 토굴을 파서 겨울을 보냈고,

봄이 오자 보따리 속에 싸온 벼와 채소 씨앗을 땅에 뿌려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농기구가 없어 맨손으로 밤낮없이 땅을 파서 논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씨를 뿌렸다 해도 소금기가

워낙 많은 척박한 모래 땅이라 벼농사가 가능할까 했는데, 고려인들의

노력은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또한 현지인들이 먹지

않던 야생 채소를 캐어 먹고, 심지어

이것을 상품화까지 시키며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구어 나갔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고려인들이 척박한 땅에 적응해 나갈

때, 갑자기 새로운 무리가 그곳에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체체 인들인데요,

한창이던 스탈린은 체체 인들이

나치와 내통할 것을 우려해 10만 명의 군대를 동원, 대대적인 강제 이주를

감행했습니다. 소련군은 위문 공연이라는 명목으로 체체 인들을

모은 뒤, 갑자기 총칼을 들이대며 화물

열차에 태웠습니다. 반항하는 이들은 즉시 처형되었고, 사토 지역에서는 700여 명의 주민들이

마구간에 갇혀 생매장되는 비극도

벌어졌습니다. 혹한 속에 짐짝처럼

실려간 체체 인들 중 상당수가 도착하기도 전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살아남은 이들은 정말 비참한 모습으로 카자흐스탄에 도착했는데요

기차에서 내린 체체족 이들의 모습은 7년 전 고려인들의 모습과

똑같았습니다. 그래서 고려인들은 망설임

없이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동양인들이 선뜻 건네온

선의에 체체족들은 처음엔 당황했지만

곧 진심어린 감사를 표했습니다. 고려인

여성들은 체체족 아이들을 씻기고 돌보고,

밀농사밖에 몰랐던 그들에게 별을

심는 법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고려인들이 보여준 따뜻한 온정에 체체족

교도였던 체체족들은 원래 개고기를

금기시했지만 고려인들과 지내며 이마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두 민족은 그렇게 10년간 동고동락하며 깊은 유대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1956년 후르시초프 집권과 함께 강제

이주민들의 귀환이 허용되었는데, 체체족

인들은 고려인들에게 함께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했고, 상당수의 고려인들이 이에 응했다고 합니다. 카자흐스탄에 정착한 고려인들은 이곳에서도 농업의 역사를 일으켰습니다. 오이, 참외, 배추 등 새로운 작물을 도입했고, 특히

그들이 재배한 수박은 러시아 전역에서 명성을 떨쳤다고 합니다. 그러나 1991년, 체첸이 독립을 선포하면서 전쟁이 발발했고, 많은 고려인들이 다시 터전을 잃고 흩어졌습니다. 하지만 체첸 인들의 마음 속에는

고려인들에 대한 고마움이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2001년에 발생한 버스 납치 사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던 것이죠. 죽음의 문턱에서 손을

내밀어 준 사람들, 이것은 누구라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재미있었습니다. 안녕!

"한국인만 버스에서 내리시오" 체첸인들이 유독 한국인에게만 친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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