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식충 식물을 모르시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감각 털을 건드리면 덫을 닫는 파리지옥, 끈끈한 점액질의

덫으로 무장한 끈끈이 주걱, 포충낭으로 곤충을 잡는 네펜데스 등 식충 식물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영양분이

부족한 환경을 극복해 가며 살아가고 있죠. 하지만 식물임에도 워낙 그 생김새와 생태가 괴상했던 탓에

18세기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파리 지옥이 있다는 괴담이 돌기도 했고, 이를 바탕으로 거대 식충 식물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들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식충식물은 무려 800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남극을 제외한 전 세계에 분포하고 있는데요. 간혹 어떤 분들은 식충식물 목이나

식충식물 까처럼 큰 분류 줄기가 있고 이 안에서 지금의 다양한 식충 식물들이 분화되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식충식물은 따로 분류되는 계통이 아닌 수렴진화의 결과입니다 한 예로 통 모양의 함정을 지닌

사라세니아, 네펜데스, 세팔로투스 그 모양이 비슷하지만 사라세니아는 진달래목, 네펜데스는 석죽목, 세팔로투스는

굉이 반목으로 완전히 기원이 다른 식물들이 질소와 인 같은 양분이 부족한 토양에서 서식하다 보니 동물을

잡아먹어 이를 보충하는 전략으로 수렴 진화하게 된 겁니다 사실 과학자들도 지난 100년 동안 식충식물의 분류

그리고 그 기원과 진화를 연구하는 데 많은 의견 충돌이 있었습니다 찰스 다윈은 끈끈이 주걱과 네펜데스 전혀

다른 분류군이 이제 그 기원도 다르기 때문에 수많은 식충 식물들이 제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했죠. 반면

1960년대 프랑스 식물학자인 레옹 크로이 아트는 이들이 한 계통에서 기원했다. 기존과 반대되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난 30년간 분자 유전학적으로 연구한 결과 보시는 그림처럼 이들이 각기 다른 계통에서

진화해 나왔다는 사실을 밝혀지면서 현재는 식충 식물들이 수렴 진화의 결과라는 사실이 명확해졌고, 그러나

식충 식물의 과거를 보여주는 화석은 거의 없다시피 해서 이들이 언제 처음 등장했고 또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여전히 베일에 쌓여 있습니다. 현재 가장 오래된 식충식물 화석은 발트 해 연안에서 발견된 것으로

약 4천만 년 전에 만들어진 호박 속에 남아 있죠. 이들은 끈끈이 나무라 불리는 현재 로리둘리 과와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DNA 분석상 최초의 식충 식물은 속씨 식물이 등장한 후 4천만 년 정도가 지난

시점인 약 8,500만 년 전에 처음 등장했음을 말해줍니다. 자, 그런데 어떻게 평범했던 식물이 육식성으로

진화해 나가게 된 걸까요? 많은 과학자들은 일부 식물들이 곰팡이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식충

식물로 진화가 시작됐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식물을 괴롭히는 여러 병원체 중에

대표적인 게 곰팡이인데, 이들의 세포벽은 키틴 질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어떤 식물들은 키틴 질을

분해하는 키티나아제 효소를 분비해 곰팡이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죠. 그런데 재밌는 건 곤충의 외골격 역시

키틴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난 2022년 버팔로 대학교의 식물 진화학자

빅토르 알버트 박사는 한 과학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곰팡이 방어용으로 지니게 된 효소를

절지동물이 등장한 후에는 이들에 대한 방어 용도로 사용하다가 나중에는 영양분이 부족해진 환경에 처하자

곤충을 잡아먹는 용도로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죠. 그렇다면 이들의 진화 과정은 어땠을까요? 기본적으로는 털이

많은 잎이 변형되면서 시작됐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털이 많은 잎은 빗방울을 보다 잘 붙잡을 수 있고 우연히

이곳에 곤충이 걸려들 경우 식물이 보유한 효소 혹은 물에 든 박테리아에 의해 곤충이 소화되고 식물의 이로 그

영양분이 흡수되면서 육식성이다 보는 관점이지. 그리고 이런 털이 변형된 가장 기본적인 형태가 잎에 끈끈이가

달린 녀석들입니다. 간혹 어떤 분들은 어떻게 식물이 2%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냐라고 반문하시는 실제로 연면

10이라고 해서 식물을 키울 때 영양분이 부족하다 싶으면 입에다가 직접 비료를 공급해 주기도 합니다.

그러면 표피나 기공을 통해서 특정 양분이 흡수되지. 또 지난 2008년 독일 뮌헨 대학교의 식물학자인 권터

박사는 이렇게 털이 끈끈한 형태로 변형되고 소화샘이 마련되자 잎을 접어 사냥하는 식충 식물이 등장하는가 하면

또 일부는 잎이 접히고 말리면서 물과 곤충을 더 잘 가둘 수 있는 통발 형태로 진화해 나갔을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파인애플과의 식물들이 이 과정을 잘 보여 주는데 이들은 잎이 원통형의 모양을 뤄 간혹

이곳에 물이 고이고 곤충이 빠지면 자연스레 잎을 소화시켜 영양분으로 활용할 수 있죠. 특히 파인애플은

브로멜라인이라는 단백질 분해 효소 덕분에 꼭지에 갇힌 곤충이 분해돼 파인애플의 영양분이 됩니다. 실제로

파인애플과에 속한 브로키 이아 레덕 카토시 베르테르 이아나는 물 웅덩이를

갖춘 기관과 소화 효소 또 곤충을 유인하는 냄새를 방출하는 특징 등으로 인해 완전한 식충 식물로 분류되고

있죠 추가로 위스콘신 메디슨 대학교의 식물학자인 도널드 월러 박사는 끈끈이

식물 중 일부는 돌기와 소화샘이 점차 짧아지고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지금의 파리지옥처럼 덫 형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식충 식물의 진화사 참 신기하지 않나요? 또 식충 식물은 습한 늪지 주변에서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긴

하나 이례적으로 건조한 토양에서 자라는 식충 식물도 있습니다. 이들은 끈끈이귀개과와 정말 닮았지만 실은

드로세라속에 속해 있죠. 이 역시 수렴 진화입니다. 게다가 환경에 따라 잠깐 동안만 육식성으로 변하는 식충

식물도 있는데요. 바로 트리피오필룸 펠타툼입니다. 지난 2023년 독일 라이프니츠 대학교의

식물학자인 트라우드 빙켈만 박사는 이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토양의 영양 상태가 괜찮을 때는 평범한 잎이

자라나 광합성을 하지만 질소나 포타슘 등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돋아나는 잎의 일부가 이처럼 끈끈한 형태로 변해

곤충을 잡아먹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또 대표적인 식충 식물인 세팔로투스 역시 15도씨에서는 약

90% 일반적인 잎으로 자라지만 주변 온도가 25도로 오르면 상당수의 잎이 곤충을 잡는 형태로 돋아납니다. 이런

걸 보면 식충 식물을 정의하는 기준이라는 게 참 부지하다 생각이 들기도 하죠. 이렇듯 식충 식물은 다양한

형태만큼이나 곤충을 사냥하는 법도 각양각색입니다. 파리지옥이나 끈끈이주걱이 아 워낙 유명하니까 둘째 치고

그중에서도 네펜데스 속에 녀석들의 생활상이 참 재밌습니다 네펜데스 알보 아르 기나 타는 포충낭 입구가 하얀

털로 둘러싸인 게 특징인데 국내 한 정보 사이트에는 개미가 이걸 뜯어먹고 해충으로부터 이들을 지켜주는 일종의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돼 있죠 하지만 이는 잘못된 설명입니다 지난 2002년 독일 괴테 학교의 생태

학자인 말리스 메르바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이 네펜데스는 하얀 털로 개미가 아닌 흰개미를 유인합니다 그리고 이

털은 공생 목적이 아닌 덫에 가깝죠 이 털을 뜯어먹거나 수확하기 위해 몰려든 흰개미떼들은 털을 뜯다가 분당 최대

2마리씩 포충낭 안으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메르바 박사는 하얀 털이 완전히 사라진 네펜데스의 포충낭 안을

들여다보면 흰개미 떼들도 가득하다고 밝혔죠. 즉 이들은 자신의 조직을 미끼로 제공하는 식중 식물이었다

겁니다. 또 네펜데스 안플라워 cre이 아닌 떨어지는 낙엽을 받아먹는 초식성 식충 식물도 있습니다. 그러면도 한개

이들에겐 곤충을 유인하는 꿀샘도 드물며 곤충이 포충낭에 빠졌을 때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왁스

성분도 거의 없다시피 하죠. 투수 안에는 모기 유충이 서식하는데 이 안으로 낙엽이 떨어지면 모기 유충이

이들을 분해해 암모늄 이온을 생성하고 네펜데스 안플라그 것으로 알려져 있죠. 식충 식물이라고 하기엔 정말 애매하죠.

이처럼 다른 생물과 공생하는 네펜데스는 여러 있는데 개미와 공생하는 네펜데스 비칼 카라타

대표적입니다. 개미들은 이들에게 꿀을 제공받는 대가로 다구미로부터 식물을 보호해 주고 주기적으로 포충낭 입구를 청소해 주기도 하죠. 한편 개미들은 포충낭 속에 빠진 곤충들을 먹이원으로 해소해 가는데, 이는 포충낭

너무 많은 유기물이 축척되는 걸 막아주기 때문에 네펜데스의 생존에도 유리합니다. 실제로 영상에서 보시는

것처럼 공생 개미들이 포충낭 속에 빠진 모기 유충의 번데기나 파리 애벌레를 공격해 먹잇감으로 가져가는

장면들을 목격할 수 있죠. 물론 이 개미들은 물 위를 헤엄칠 수 있고 30초 동안 물 속에 잠겨 있어도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또 네펜데스 라자는 곤충이 아닌 포유류와 공생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곤충 분변을

아니라 간혹 개구리나 도마뱀, 쥐를 잡아먹을 정도로 큰 벌레잡이 통풍인솔 이들은 이들의 뚜껑 안쪽으로

흘러나오는 꿀을 먹는 동안 포충낭 안으로 배설을 하고이는 네펜데스의 든든한 질소원이 되죠. 이와 비슷하게

네펜데스 햄슬라이서 합니다. 하드윅 양털 박지는 포충낭 안에서 낮잠을 자고 종종 배설도

하는데 네펜데스 햄슬라이서 거죠. 재밌게도 이들의 입구 모양이 박쥐의 초음파를 잘 반사시키는

형태라서 박쥐는 이 네펜데스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식충식물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곤충들과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그리고 이들의 기이한 형태와 생태가 모두 진화가 빚어낸 작품이란

사실에서 다시 한번 자연의 경이로움이 느껴집니다. 과학은 세상을 보는 창, 지금까지 과학 드림이었다.

식충식물은 어쩌다 식충이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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