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이 있었습니다. 이 남자가 저에게 먼저 헤어지자고 한 거예요. 그렇게 저는 구글에서 정리하고 된 후 열흘 만에 미국 슈퍼마켓 알바생이 되었습니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다 끝냈지만 막상 첫 출근을 하려고 마트 앞에 딱 서는데 문을 열 용기가 안 났어요.

정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더라고요.

최면이 거죠. 나를 만나보고 나니까 정말 안녕하세요.

구일 본사 디렉터로 있었던 루이스입니다.

저는 전에 남친이 있었습니다. 근데 10년 넘게 사귀다 보니까 좀 다른 사람을 만나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2년 후면 내가 이 남자랑 헤어져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어느 날 글쎄 이 남자가 저에게 먼저 헤어지자고 한 거예요.

아니 뭐라고, 네가 나를, 내가 너를 차야 되는데 어떻게 감히 네가 나를 차?

여러분, 이런 느낌 완전 아시겠죠, 제가 16년 넘게 다니던 구글이라는 회사에서 갑자기 정리해고를 통보받았을 때, 딱 이런 기분이었습니다.

2020년, 3년 동안 구글 본사에서 일하고 있던 저는 1월 20일 정리해고 통보 메일을 받았습니다.

처음에 이게 장난메일인 줄 알았는데, 저희 부사장이 전화하면서 아, 현실이구나, 하고 알았죠.

그리고 나서는 하필 왜 내가, 왜 우리 팀이 이런 상황에 처했는지 분노가 일었습니다.

또 자존심도 많이 상했습니다. 그리고 부정과 분노, 배신감, 또 타협과 수용이라는 슬픔의 다섯 단계, 그 단계를 모두 경험했습니다.

당시 현실적으로는 직장을 다시 바로 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어요.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업들이 경쟁이라 하듯이, 어제는 이 회사에서 1만 명을 정리했고, 오늘은 이 회사에서 또 1만 명 정리 예고가 이렇게 대량으로 이어지는 상황이었거든요.

당시 가족들과 친구들은 제게 그랬어요.

어, 회사생활 30년 해봤으면 다 해봤으니까 이제 좀 쉬자, 여행도 다니고 휴가도 가고 근데 저는 이 변화가 내가 원한 게 아니었지만 이걸 정말 제가 원하듯 활용해 보고 싶었어요 내 인생에 이런 시기가 또 언제 오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나하나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또 당시 적금 통장에 얼마 돈은 있었지만 그 돈을 손대지 않고 한 달 한 달 내가 돈을 벌어서 먹고 살아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일주일에 70시간 일을 했습니다 또 일을 하면서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당시 제 아들이 뉴욕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가끔 저한테 전화해서 엄마 돈 좀 꺼내줘 그러면 야 너도 알바생이고 나도 알바생인데 왜 너는 나한테 돈을 빌리냐라고 말하기도 했죠 그렇게 저는 구글에서 정리하고 난 후 열흘 만에 트레도 조라는 미국 슈퍼마켓 알바생이 되었습니다 구글 디렉터에서 하루 아침에 마트 알바생이 된 거죠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사실 채용 인터뷰도 성공적으로 하고 모든 것을 다 끝냈지만 막상 첫 출근 하려고 유니폼을 다 입고 명찰을 달고 마트에 갔습니다.

앞에 딱 서는데 문을 열 용기가 안 났어요. 정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어요.

보고 싶더라고요. 음, 세 면인 거죠. 그런데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지금 내가 이것을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그 어떤 것도 못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이 제가 구글 디렉터 혹은 구글 전무라는 그 타이틀을 떼는 그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20kg 넘는 감자 박스, 사과 박스를 버쩍 들고요, 바나나 박스를 넣고 사과, 양파 이거 피라미드처럼 이렇게 쌓는 거 한 시간 걸려서 쌌습니다.

제가 사무직에서 일을 하다가 이렇게 또 육체 노동자가 되더라도 제 이름인 로이스는 어디 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남들이 싫어하는 구준 일을 더 먼저 찾아 하고요, 또 100명이 넘는 저희 알바생의 이름을 달달달달 외워서 인사합니다.

잉 뭐 제시카, 뭐 굿모닝 에릭 이렇게요 사람들이 좋아하죠.

그리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를 바꿔주는 그런 로이스.

당시 저는 과자 섹션을 맡았는데, 그 글루텐 프리 과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하나 다 모아서 한 군데 이렇게 글루텐 섹션도 만들고요.

이렇게 구글 디렉터라는 수식어가 없는 그냥 날것 로이스를 그제서야 만나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 날것에 제가 참 멋있더라고요.

썩 괜찮았고요. 제 머리 이렇게 하면서 아, 내가 생각해도 너 참 멋진 걸.

제가 원하지 않는 때,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찾아온 내가 원하지 않는 변화였지만 그 변화를 오히려 제가 주도적으로 했을 때, 내 것으로 했을 때 나 자신을 오로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요새 사실 권고사직 실직 되게 많이 있거든요.

주변에 그런 분 계시지 않나요? 권고사직 받으시면 또 혹은 본인이 사표를 쓰고 나오셔서 일단 어디 소속이 안 되면 어떻게 될까요?

하시죠, 잠수를 타십니다. 모든 연락이 두절되고 SNS에서 싹 사라집니다.

그러다 어떻게 하냐면, 짜잔하고 SNS에 나타나기 시작해요.

이렇게 소셜에 그림을 올리죠. 사원증 올리고 명함 올리고, 오늘이 저의 첫날이에요.

축하해 주세요. 그런데 저는 그 뒷면이 너무 궁금했어요. 왜냐하면 저도 제 소속이 없어졌을 때 너무 처지고 우울했고, 그래서 혼자 이렇게 혼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지낼까 걱정도 됐어요.

그래서 저는 구글에서 정리해고된 그 경험담을 책으로 썼어요.

구글 임원에서 실리콘 밸리 알바생이 되었습니다라고요.

제가 정리해고된 것을 만천하에 공개한 거죠.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같이 만나자는 뜻으로 책을 쓴 거죠.

그리고 나서 저는 비투인 잡스라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비투인 잡스가 뭔지 아세요? 잡과 잡 사이 예, 실직한 상황이죠.

예, 그런 분들의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책을 쓴 다음에 많은 분들이 이메일과 쪽지를 보내 주셨어요.

어, 이렇게 실직하고 있는 그런 것을 공개해서 공유하니 너무 좋았다고, 용기를 얻었다고 가장 많았던 내용은 회사를 떠나서도 명함이 없어도 또 실제로 된 상태에서도 멋지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줘서 참 고맙다고 그런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실질적으로 괜찮은 거야 떳떳하게 드러내고 또 나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정말 눈물겹게 고맙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제가 '비트윈 잡스'라는 1과 1사이 계신 분들의 연결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첫 번째 모임에 많은 분들이 나와 주셨는데요.

한 분은 실직한 후 처음으로 집 밖에 나와 보셨다고 해요.

그동안 혼자 외로 오셨겠지만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데, 저보고 '아, 저는 정말 밖에 나갈 수가 없다.

밖에 나가면 다 우리 회사 로고가 달린 자동차다. 울화가 치밀어서 나갈 수가 없다.

그래서 제가 그분께 뭐라고 했겠습니까? 선생님, 저 구글 다니 왔어요.

맨날 봐야 되는 게 구글 검색이고, 맨날 보는 거 유튜브입니다. 이제 그렇게 말씀을 드렸거든요.

이렇게 사람들과 함께 위로하고 웃으면서 그럴 때 힘을 더 많이 얻는 것 같습니다.

또 에너지를 나눌 때 자존감도 회복이 됩니다.

또 사실은 이렇게 만나면 서로에게 도움도 돼요. 어 서로서로 채용도 추천해 주고요.

그래서 저는 이 비트인 잡스 모임을 통해서 사람들과 그 진정한 연결의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끝으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오늘, 지금, 여기 현실에 충실하자입니다.

사실 전재 최선을 다하면, 그건 미래의 어떤 의미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아시죠?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 인생의 점들이 이렇게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미리 볼 순 없다.

근데 이렇게 인생을 되돌아보면 아 이론과 이 점과 이 점이 연결되어 있었구나 라고요.

그래서 오늘 지금 살아가는 것은 우리 미래에 어떻게든 연결이 되어 있다는 믿음을 갖고 오늘 생활하시면 조금 더 자신 있게 생활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의 1년 반 알바를 끝내고 저는 지금 국내 굴지의 제약 회사인 한미그룹 브랜드 총괄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희 팀 안에 디자인 팀이 있어요. 디자인 팀에서는 저희 약 패키지도 디자인하는데요. 제가 이전에 마트에서 하루 종일 뭐 했겠습니까?

진열합니다. 초코파이 같은 거 진열합니다. 아이 상자는 이렇게 쌓으면 훅 가닥 넘어져요.

넘어지는데 초코파이가 이렇게 써야 될 것을 넘어지면 거꾸로 보여요.

얼마나 짜증이 나겠습니까? 또 어떤 것은 내용물이 들어가면 안 써요.

저는 이거 빨리빨리 세워야 되는데 그러니까 저는 패키지에 대해서 생각을 너무 많이 한 거예요.

세우다 보니까 일하다 보니까 저는 그 내용을 알고 나서 지금 디자인 팀이 있다 보니까 제가 디자인은 모르지만 아, 디자인은 사용자 입장에서 아니면 진열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돼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거죠.

이렇게 미래가 제 그때 현재랑 연결되어 있더라고요.

그죠? 나를 둘러싼 그럴듯한 포장을 벗겨내어 보았고, 그동안 저는 또 날것에 저를 만나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날것에 나를 만나보고 나니까 정말 괜찮았습니다. 제가 그동안 못 봤던 저였어요.

그 무엇에 의지되는 그 자체, 홀로 선 멋진 나의 모습을 봤을 때 자신감이 더 들었어요.

여러분, 맨날 스마트폰 보고 계시죠? 노트북, 그런 생각 안 드세요?

하루 아침에 스마트폰, 노트북 누가 갖고 가면 뭘 할 수 있을까?

지금 AI 발전해서 다 뭐 대체한다고 하는데, 저는 사실 지금 지구 어디를 가도 저의 몸뚱아리 하나면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그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우리 인생에서는 사실 이렇게 예기치 못한 변화, 또 원하지 않은 변화들이 원하지 않은 때 옵니다.

말씀드린 대로 직장에서 일찍 권고사직을 당할 수 있습니다.

또 자의 안타까운 퇴사 혹은 가족이나 자신의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 또 남자친구, 여자친구와의 갑작스러운 헤어짐, 또 결혼 생활에서의 변화, 이런 모든 형태의 변화들이 왔을 때 거기에 종속되지 말고 그 변화를 이끌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변화가 내 삶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변화를 지배할 수 있도록 말이죠.

여러분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무엇입니까?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해보고 싶으세요?

내 때를 경험해보고 싶지 않으세요? 모든 사람이 여기 계신 분들이 제가 겪은 경험을 다 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명함이나 명함 같은 포장지가 없더라도 우리는 정말 괜찮은 사람입니다.

아, 그걸 발견하는 그런 도전과 탐험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 그런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음악] [박수] 감사합니다.

(Kor, Chn) 가장 화려했던 커리어 정점에서 떠밀려 추락해보니... | 정김경숙 Lois Kim | 추천 강연 강의 듣기 | 세바시 19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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