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 혁명은 인류를 한 단계 도약시킨 거대한 전환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산업 혁명의 인과를 살피다 보면 생각지 못한 흥미로운 변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거죠.

모두 아시겠지만 지구는 탄생일에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됐고 가장 최근에 끝난 빙하기는 약 1만 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 이후론 얼음이 녹으면서 지구는 계속 온난한 기후를 유지했고 비로소 인류가 문명을 일으키고 번성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약 14세기에서 19세기 중반에 걸쳐 인류에게는 커다란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전 지구적인 추위가 닥친 거죠.

이 시기에 전 세계 각지에서는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 기상 이변이 발생했고 자연재해는 대규모 기근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이처럼 지구 전체를 강타한 추위를 현대에서는 리틀 아이스 에이지, 소빙하이라고 부릅니다.

교양의 시대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이 추위라는 게 인류의 삶을 어떻게 극적으로 변화시켰는지 그 혹독하고 치열했던 과정을 알아가 보겠습니다.

일단 소빙하기 단어 자체에서 알 수 있듯 기온이 감소하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포인트는 단순히 추워지는 게 아니라 과도하게 커지는 온도 차이로 인해 기후의 불안정성이 증가한다는 거죠.

쉽게 말해 홍수와 가뭄 같은 극단적인 형태의 기후가 빈번해진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소빙하기가 찾아온 14세기에서 19세기 사이는 전 세계 어디를 봐도 세상의 중심은 농경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차이가 있다면 당시에는 인공 질소 비료와 같은 현대의 농경 기술이 전무했다는 거죠.

그러니 기후 변화로 인해 죽어가는 농작물 앞에서 인류는 너무나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당시에 취약했던 사회 안전망을 고려한다면 흉작을 따른 기근의 피해는 더욱 치명적이었습니다.

소빙하기 동안 기근은 전 세계 각지에서 발생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19세기 중반에 아일랜드 대기근입니다.

이 사건은 아일랜드가 잉글랜드에 뿌리깊은 반감을 갖게 된 계기이기도 하죠.

아일랜드는 오랜 세월 잉글랜드에 지배를 받았는데 이로 인해 매년 대규모의 곡물이 잉글랜드로 반출되어 아일랜드인들은 만성적인 굶주림에 시달렸죠.

게다가 애초에 아일랜드의 기후 자체가 농업에 그다지 좋은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아일랜드인들은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했고 그때 그들을 구원해 준 작물이 바로 킹갓 포테이토, 감자였다.

대표적인 구황 작물의 먼 치킨입니다.

현재 재배되고 있는 모든 식물 중에서 환경 적응력이 가장 뛰어난 종이고 인체의 필수적인 영양분이 알차게 함유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생육 기간도 2, 3개월밖에 안 돼서 아일랜드인들은 그야말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희망과도 같았죠.

하지만 1845년 여름 아침에 대재앙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그 해 여름은 이상하리만큼 이상 조음과 포구가 다, 전체적으로 작황이 좋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미국에서 유입된 감자마름병으로 인해 감자의 수확량마저 급감해 버렸죠.

특히 폭우로 인해 조성된 습한 기후는 전염병의 확산을 가속시켰다.

이런 악조건들이 결합하면서 아일랜드의 곡물 수확량은 엄청나게 감소했고, 그러나 잉글랜드는 그 와중에서도 기존처럼 대다수의 곡물을 자국으로 반출해 버렸습니다.

게다가 더욱 문제는 여름부터 지속된 이상 저온 현상이 겨울철이 되면서 더욱 기승을 부렸다는 거죠.

기록적인 폭설과 강추위가 끊임없이 몰아 닥쳤고, 이로 인해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겨울철 업과, 즉, 먹을 수 없는 것까지 먹어야만 하는 상황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이때부터 아일랜드인들은 살기 위해 먹고 죽지만 않는다면 뭐든지 입에 넣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게 됐죠.

참혹하게 그 해 겨울에만 엄청난 규모의 아사자가 발생했는데, 문제는 이런 비극적인 상황이 무려 3년간이나 지속되었다는 겁니다.

아일랜드는 이때의 인명 피해가 얼마나 막심했는지, 근대 발생 전의 인구를 회복하지 못했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거나 혹은 미국으로 도망치듯 이민을 갔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죠.

한편 아일랜드 외에도 소빙하기 동안 추위에 관한 역사적 기록은 다양하게 남아 있습니다.

먼저 런던을 가로지르는 템즈 강은 잘 얼지 않는 강으로 상당히 유명합니다.

그나마 가장 최근에 얼어붙은 시기가 60년도 넘었죠.

그런데 이러한 템즈 강은 소빙하기 동안 최소한 20차례 이상 얼어붙었고 특히 기온 하강이 가장 심했던 17세기에 거의 두 달간 얼어붙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 정도로 추웠다면 극심한 작물 피해는 말할 필요도 없었겠죠.

또한 이외에도 독일에는 흑빵을 만들어 먹으며 연명했다는 기록이 있고, 북유럽 일대 에서는 11세기부터 17세기 주민의 평균 신장이 무려 5cm 이상 작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는 소빙하기 동안 극심한 영양실조가 만연했다는 증거죠.

소빙하기에 따른 기근 사례는 당연히 유럽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도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조선 시대의 경신 대기근이죠. 경신 대기근은 경신년, 신해년에 걸쳐 조선에 발생한 기근을 의미합니다.

당시 조선에는 이상 저온 현상과 가뭄, 홍수 등의 자연재해가 끊이질 않았고, 이로 인해 농작물의 수확량이 급감해 버렸죠.

경신 대기근이 얼마나 심각했냐면, 현재의 장관에 해당하는 판서까지 굶어 죽을 뻔한 시기입니다.

당시 약 100만 명 이상이 굶주림과 전염병으로 사망했다고 추정되는데, 중요한 건 이게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병자호란과 정묘호란, 이 4번의 전쟁 동안 사망한 자들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는 거죠.

그러니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그 사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또 이와 유사하게 17세기 초반 중국 명나라에서 이상 기후로 인해 대기근이 발생했습니다.

굶주림에 시달린 사람들이 인육을 먹거나 비둘기 배설물을 먹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벌어졌죠.

이러한 대기근과 지배층의 타락은 결국 이자성이 이끄는 농민 봉기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명제국이 무너지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또한 18세기 말 인도에서도 이상 기후로 인해 이른바 벵골 대기근이 발생하여 무려 천만 명에 달하는 아사자가 발생했죠.

이처럼 소빙하기 동안 전 세계는 이상 기후로 인해 극심한 굶주림과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당시의 사람들은 이런 천재지변을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중세의 사람들은 지속되는 이상 기율을 신이 내린, 또는 하늘이 내린 형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의 죄악으로 인해 신이 진노했다는 거죠.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면 비합리적 사유의 결과로 희생양을 찾습니다.

이런 경향은 현대에도 그러할진대 몽매가 퍼지기 전인 중세의 종교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랬겠죠.

결국 이러한 생각은 죄악의 근원을 제거해야 한다는 그릇된 생각으로 확장되었으니, 바로 그 유명한 마녀 사냥입니다.

보통 이러한 혐오적 사고는 사회의 하층민과 소수 민족이 그 대상이 되었습니다.

주로 하류층 여성들이 마녀로 지목되어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죠.

마녀로 한 번 낙인 찍힌 대상은 오로지 죽음을 통해서만 그 무죄를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나무에 온몸을 묶은 뒤 물에 빠뜨리고 그대로 죽어야만 마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게 되는, 실로 터무니없는 종교 재판이었지만, 하층민 여성들이 억울하게 물에 빠지거나 불에 타 죽었습니다.

또한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는 유대인들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종교적 교리로 인해 신체를 평소에 깨끗이 유지했고, 비교적 위생 상태가 좋은 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흑사병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공포와 분노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는 마치 그들이 흑사병의 원흉처럼 비춰졌고 이처럼 소빙하기 동안 유럽 사회에서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희생자가 무려 5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중세 시대를 다크 에이지, 암흑 시대라고 부르는 이유 중에 하나죠. 어둠이 있으면 빛도 있는 법, 인류는 마침내 틀을 깨고 나와 사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가혹한 날씨를 극복하고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을지, 국가가 어떻게 해야 굶주리는 백성을 효과적으로 구휼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한 거죠.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인류는 점차 자연을 따라야만 하는 섭리적 존재가 아니라 극복하고 연구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이성의 시대, 계몽의 시대가 시작된 거죠. 그리고 이런 새로운 시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측면에서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먼저 각 사회는 흉작과 기근에 대비해 각각적인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기근에 대비해 일정량의 곡식을 보관하도록 강제하고 과정에서 곡물 보관 기술이 발달하기 시작했죠.

뿐만 아니라 이상 기후로 인해 감소한 곡물 생산량을 증산하기 위해서 새로운 농법을 연구 개발하고 전국적인 토지 개간 사업을 시작했죠.

또한 유랑민이 도적 때가 되자 인구 조사를 벌여 거주 안정을 도모하는 등 행정 체계를 강화시켰습니다.

물론 이런 조치가 지배층을 위한 것이었다는 측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마저도 안 하는 곳이 많았죠.

그리고 그러한 곳은 결국 농민 봉기가 일어나 사회가 급격히 변화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프랑스에서 일어난 바스티유 과목 습격 사건이나 앞서 말한 명나라 이자성의 농민 봉기지.

한편 소비 강기에 따른 변역의 과정은 정치뿐만 아니라 당연히 산업에서도 발생했습니다.

먼저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선 원초적으로 인류에겐 불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기에 당시의 사람들은 불을 피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목재를 땔감으로 사용했죠.

나 이런 추위가 수백 년간 이어지자 살림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고 당시 대부분의 건물과 선박 또한 목재로 이루어졌기에 목재의 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은 불을 피울 수 있는 새로운 연료가 필요했고, 바로 이때 새로운 자원 하나가 부상하기 시작했죠.

그게 바로 석탄입니다. 석탄은 비교적 전 세계에 골고루 매장되어 있고 그 양도 많은 편이라 당시로선 비교적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연료였다.

탄광, 쉽게 말해 땅을 파지 않아도 캘 수 있는 탄광이 굉장히 많았죠.

말 그대로 산 전체가 석탄 덩어리인 경우가 많았고, 그렇게 오죽했으면 영국이 석탄 위에 자리를 잡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영국은 자연스럽게 석탄 광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만큼이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석탄 소비량은 필연적으로 노천 탄광에서 지하 갱도를 만드는 채굴 방식의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이때 광산업자들은 한 가지 문제에 봉착했고, 바로 갱도에 계속 지하수가 스며든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안이 나왔는데, 그중에서 고안된 장치가 바로 그 유명한 증기 기관입니다.

영국의 공학자 토마스 뉴커먼의 피스톤의 왕복 운동을 활용해 갱도의 지하수를 퍼올리는 증기 기관을 발명한 거죠.

이제 인류는 더 깊은 곳으로의 갱도 채굴이 가능해진 겁니다.

그리고 약 50년 후 제임스 와트가 뉴커먼의 기관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량하면서 인류사에는 더욱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죠.

이제는 증기 기관이 비단 광산뿐만 아니라, 어, 직물, 철도, 제철, 제분, 조선업 등 그야말로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기계를 바탕으로 한 대량 생산 체제, 그리고 철도를 이용한 대규모 운송이 이루어지는 바야흐로 산업 혁명의 시대가 도래한 거죠.

오늘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역사를 이해할 때 단일한 인과로 모든 결과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허나 소빙하기와 같은 기후 변화가 인류에게 미친 영향은 실로 거대했다 할 수 있죠.

인류는 소빙하기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고 그 과정에서 사회는 중요한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경제와 산업에서 혁신이 이루어졌고 정치적 사회적 구조가 변화했으며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가속화 되었습니다.

대기근이 인류에게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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