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커뮤니티에 한국 급식 사진이 한 장 올라온 적 있어요. 비빔밥, 된장국, 치킨 외에도 반찬이 몇 가지 더 있는데… 뭐 우리나라도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아마 이것과 비슷한 급식을 경험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미국인들이 이 사진에 보인 반응이 굉장히 재밌죠. 피자나 케첩이 아니라

진짜 최고다! 전형적인 미국 급식에 비하면 정말 획기적이다. 다른

나라는 인류를 소중히 생각하는구나! 심지어 이게 무료라고! 이거 외에도

극단적으로 미국의 급식을 비판하는

댓글들이 많았는데요. 이들이 이렇게

화가 난 이유는 미국의 급식 사진을 보면 압니다. 미국의 모든 학생들이

이렇게 먹는 건 아니지만, 이런 식단을 제공하는 학교들이 실제로 많죠.

미국인들이 워낙 고칼로리 음식이나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먹잖아요. 그런데

급식도 비슷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왜

무료 급식이 있는 것처럼 먹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말이 미국인들

사이에서 도는 걸 보면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는 거 같습니다.

감자튀김, 맥앤치즈, 과자 같은 게

자주 오릅니다. 미국에서 피자와 감자

튀김은 다 뭐 이런 이야기가 있죠. 근데 이게 놀랍게도 진짜입니다.

이건 뒤에서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이런 급식은 주로 공립학교 급식에서

많이 보입니다. 영국도 마찬가지죠. 2005년에 영국의 스타 셰프인

제이미 올리버가 '제이미의 스쿨 디너'라

는 프로그램에서 영국 학교 급식의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 준 적 있는데요,

그때 많은 사람들이 충격받았고, 당시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는 학교 급식을

개혁하겠다며 2억 8천만 파운드를

투입하게 됐습니다. 이게 참 이해가 안 가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미국과

영국은 아동 인권과 보호에 엄청난

관심을 두는 나라인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걸까요? 여기엔 당연히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김밥이 그, 제가 오늘 떠먹여 드릴 이야기,

부자 나라의 가난한 급식입니다. 우리나라 학교에서 급식을

4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유럽과

미국은 급식의 역사가 훨씬 오래된

편입니다. 미국은 1946년 학교 점심

급식법을 도입했고, 급식에 대한 법적

제도를 만들었죠. 근데 이 급식 제도를

도입한 이유가 꽤 잔인합니다. 애들이 밥을 제대로 못 먹으면 잘 자라지

않겠죠. 이러면 나중에 전쟁이 벌어졌을

때 굉장히 불리해집니다. 이 아이들이

결국엔 다 징집 대상이 될 텐데,

그때를 대비해서 잘 먹여야 한다는 거였죠. 이유가 너무 살벌한 게 아닌가?

싶으실 텐데요.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에는 국력을 키우는 게 정말로

중요했거든요. 사실 현대 올림픽이

탄생한 이유도 비슷합니다. 청년들과 병사들이 육체 단련을 통해 전투력을

높이고 국력을 강화하는 게 목적이었으니,

달리기, 멀리뛰기, 원반던지기, 창

던지기 같은 고대 올림픽 종목들도

병사들의 전투를 재현한 거고요.  미국

급식의 문제가 생긴 건 1980년대부터, 바로 돈 때문이었죠.

사실 대부분의 문제는 돈에서 시작됩니다. 환경, 정치, 사회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의 돈이 들어가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거든요. 미국과 영국의 급식도

그랬습니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가

학교 급식 예산을 대폭 삭감해 버렸죠.

연방정부 급식 예산에서 무려 14억 6천만 달러를 삭감합니다. 이유는 음식

낭비를 줄이겠다는 거였죠. 이게 꽤

황당한데, 학교에서 법적 기준보다 더

많은 음식을 급식으로 주고 있으니까 음식을 낭비하지 말라는 거였어요. 이

정도 예산 삭감은 학생들에게 별 심각한 피해가 가지 않을 거라고

믿었죠. 물론 미국 학교 예산의 상당

부분은 주정부와 지방정부의 세금에서 충당됩니다. 연방 정부의 세금은

일부만 들어가고요. 하지만 80년대 이후 주정부나 지방정부가 재정 위기와

파산 위기에 몰리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교육비는 점점 더 삭감되어, 영국도

비슷합니다. 사실 현대의 급식이란 개념은 영국에서 처음 출발했는데요,

보어 전쟁 당시에 신체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걸

보고 급식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70년대쯤부터 영국에도 경제

공황이 불어 닥쳤고, 대처 총리도 예산

절감을 위해 교육 예산을 삭감했어요.

대표적인 게 무상 우유 급식 폐지였죠. 이런 별명이 붙었죠.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다음부터 벌어집니다. 1980년대 학교 급식에 대한 영향

기준 자체를 완전히 폐기해 버립니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가 하면,

사람이 먹을 수 있게만 만들면 문제가 안 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두 나라의 급식 퀄리티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죠.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잘 차려 먹으려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듭니다. 제대로 된 급식을 만들려면 급식을 담당하는 직원이

필요하잖아요.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학교에 영양교사나 영양사, 조리사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예산이 없으니까 이

사람들을 다 해고해 버립니다. 영양사를 해고하고 나니까 굳이 학교에 조리

시설을 둘 필요도 없죠. 재료를 다듬는

기계, 조리 기구도 싹 다 정리해 버립니다. 그럼 학생들 밥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바로 아웃소싱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음식을 사 와서 데워

주는 거죠. 전자레인지나 오븐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되니까 영양사 같은 고급 인력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버튼만 눌러서 학생들에게 나눠 줄

사람만 있으면 되거든요. 때마침 미국과

발달하기도 했고요. 당시엔 TV 디너라

불리던 냉동식품이 대중화되어

있었는데요. 이건 고기와 매시드 포테이토

소스를 한 용기에 담아서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지금의

기내식과 비슷하게 생겼죠. 지난 냉동

피자 편에서 언급했던 슈완스 브랜드

미국인들은 왜 이런 급식을 먹을까🥄ㅣ돈슐랭 / 1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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