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복수는 용서다. 적어도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선 바보같이 들리는 말일 것입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진정한 복수가 없었다면 협력적인 인간도 존재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영화 존에서 키아누 리부스 역할을 맡은 영화배우 존의 작중 복수는 보는 사람에게 강한 쾌감을 선사하는데요.

배우 키아누 씨는 한 영화 인터뷰에서 '복수를 해도 변하는 게 없다면 그래도 역시 복수를 하는 게 상쾌하지 않을까'라는 언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감자였던 사회적 키워드 중 하나는 가해자 신상 털기, 혹은 가해자 담그기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수는 왜 그렇게 짜릿한 것일까요? 왜 사람들은 자신과 관계가 없더라도 나쁜 사람들을 벌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불평등이나 부당한 행위를 마주하면 복수 혹은 처벌하고 싶어 합니다.

진화심리학 보는 그 복수심 이면의 내적 동기는 지위 방어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나에게 잘못을 해놓고도 사과나 처벌 없이 그냥 지나간다면 그 행동을 묵인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그러므로 내 지위는 낮아질 것입니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으셈. 복수심의 이러한 면을 이해한다면 복수를 할 때 상대방이 어떤 잘못으로 복수받는지를 알게 하고 싶은 심리가 왜 존재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복수의 역할이 상대방이 자신에게 똑같은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와 전혀 관계도 없는 제3자 지급 능력에서 나옵니다.

우린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과 괴로움뿐 아니라 가해자에게 느끼는 원한에 대해서도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피해자가 원한을 가지는 건 아닌데요.

예를 들어 학대당한 아기 고양이가 가해자에게 복수의 원한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 극소수일 것입니다.

제3자 처벌 심리에서 공감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나라는 삼각 관계입니다.

만약 경찰이 흉포한 범죄자를 가해한다 해서 우리가 그 경찰을 벌하기 원하진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피해자에게 공감하기 힘든 경우, 예를 들어 나쁜 짓을 한 사람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에도 우리가 그 피해자의 고통과 원한에 공감하긴 힘들겠죠.

그러니까 피해자는 우리와 심리적으로 가까워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며 우리가 처벌을 원하는 가해자는 그런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람이어야만 합니다.

어린아이들도 단순히 같은 반인 아이보다는 피해자의 단짝 친구가 피해자의 원한과 고통에 더 공감할 것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죠.

우린 제3자에 대한 복수를 생각할 때 피해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나 자신이나 아끼는 사람이 피해자가 됐을 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3자 처벌은 개인적인 복수 심리가 공감을 통해 나와 가까운 존재에게 까지 확장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제3자 처벌의 미묘한 특성도 이해할 수 있는데요, 사람들은 복수를 통해 사회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벌받는 쪽이 피해를 입는 것에 집중합니다.

애덤 스미스의 말을 빌리면 목적 달성은 그 사람이 바로 그 행동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할 때 이루어지죠.

이런 제3자 처벌이 개인적인 복수는 그 표면적 이유와 동기는 당연히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 즉 복수심 혹은 복수의 쾌감이 한편으로 복수에는 이타적인 면, 사회 정의에 기여하는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인간의 이타심을 연구하던 학자들은 아주 아주 커다란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이타적인 인간은 자신이 가진 자원을 일부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생존력과 번식 능력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그런 반면 이타주의자가 나눈 자원을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 않는 이기적인 무임승차자, 노력 없이도 손쉽게 이득을 얻을 수 있기에 가만히 놔두면 곧 집단 내에서 번성에 득시글 거리게 될 것이며 협력 시스템이 쉽게 무너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 사회 내에 처벌자가 존재한다면 단기적 정의가 실현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처벌자 존재 자체가 무임승차자를 억제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제도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처벌에는 비용과 대가가 따릅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할 뿐만 아니라 처벌 대상이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원한을 가지게 되면서 끝없는 복수의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이타적 처벌은 처벌에 참여하지 않고도 그에 따른 보상을 누리는 2차적 무임승차자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임승차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만약 처벌 문제를 회피함으로써 이득을 얻는 2차적 무임승차자가 존재할 때 그 사람을 처벌하는 2차 처벌자가 존재해야만 했던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3차, 4차 무임승차자에 대한 처벌은 어떨까요?

인간들은 처벌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소문 퍼트리기 같은 집단 전체가 관여하는 처벌 등 비용이 작은 처벌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이 문제를 다뤄왔습니다.

또한 앞서 말했듯이 처벌자 존재는 마치 제도와 같은 역할을 하기에 처벌 자체가 그렇게 자주 필요하지 않은 협력적 사회 구조를 낳을 수 있으며 처벌 자체의 비용 또한 자연스럽게 상당히 작아지게 만듭니다.

게다가 협력을 증진하는 이타적 처벌자는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기에 부차적 이득을 얻는다고 할 수 있죠.

아기들은 5개월 이후의 어느 시점에 못된 짓을 하는 개체에게 잘해 주는 개체보다 그 개체를 처벌하는 개체에 대한 본능적인 선호를 타고나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현대의 인간 사회는 사법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 부도덕한 일을 저지른 인간을 내 손으로 직접 벌할 필요가 없죠.

처벌하는 사람이 복수의 악순환이 아는 큰 비용을 겪지 않으면서도 처벌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의 견해에 따르면 현대 사회에서는 외부 당국에 의한 제3자 처벌이 개인적인 보복 심리 욕구를 아주 만족스럽게는 아니지만 상당히 잘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폭력이 상당히 급감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반대로 이런 제3자 처벌이 잘 작동하지 않는 사회이며 개인이나 집단의 명예를 중요시 여기고 모욕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마피아나 카우보이 사회와 같은 명예 문화가 지배적인 환경에선 오히려 폭력적이라거나 위험하다는 평판이 아주 중요해집니다.

그래야만 잘못을 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보복을 예측하게 되므로 사람들은 나를 더 조심이 대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쩌면 가해자 신상 털기와 같은 자력 구제 문화가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일종의 쾌감을 일으키며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회는 시스템에 의한 제대로 된 정의 구현을 기대하기 힘든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영상은 책 '선악의 기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상입니다.

사람들이 가지는 처벌과 복수 심리를 살펴봤는데요. 괜히 악당들이 주인공 복수의 이유를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게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복수가 자기 방어 수단의 일종이기 때문이기에 그랬던 것입니다.

무작정 참아주면 상대방은 날 만만히 볼 겁니다. 또 우리 사회에서 시스템에 의한 정의구현이 잘 작동하는 것이 사회 질서 유지에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악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처벌을 받고 있지 않다고 느낀다면 자력으로 그들을 처벌하고 싶어 할 것이며, 그런 사회에선 곧 혼돈이 펼쳐질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죠.

요즘 들어 사람들이 누구 하나 담가야 직성이 풀리는 이유 | 복수의 진화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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