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난 고향의 등장. 얘는 왜 우리가 정원만 나오면 이렇게 좋아해 하는 거야?

아, 뭐야? 내가 간다. 비 오니까 간다. 얼마 전 강의를 다녀왔다.

조금은 유별난 인생을 살아온 덕분인지,

내게는 때로 강의 요청이 들어온다. 매번 최선을 다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느낀다. Q&A 시간이 특히 그렇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강연자의 내공이 여실히 드러나는 탓이다. 이번에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아직 하고 싶은 일은 없고 그래서 이것저것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나는 도연 누군가의 진로를 3초 안에

결정해 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엄청난 책임감과

압박감에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았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건 그다지 어려운 질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건 나를 포함한 전 인류가 살면서 한 번쯤은 겪는 인생의

노잼 시기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솔직히 난 꿈이

없었다. 염세주의적인 어린이였던 건

아니고 초등학교 학과 동시에 미래를

고민할 시간이 도통 주어지지 않았던

탓이다. 어른들은 일단 수업을 열심히

듣고 시험을 잘 보고 대학에 잘 들어가면 마법처럼 살도 빠지고 남친도

생기고 취업도 잘되고 평생 잘 먹고

잘 살 거라고 호언장담했다. 난 착한

아이답게 어른들 말씀대로 살았고,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하더니,

하라는 대로 해도 잘 안 됐을 때는 아무도 그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았다.

도리어 전부 내 책임이고 내 잘못이고,

내 인생이었다. 뒤통수도 이런 뒤통수가 없다. 내 인생은 아무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결국 나는 자체적으로 길을 닦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방도가 없기도 했고, 주변에 그럴듯한 조언을 해 줄 멘토도 없었던

탓이다. 열심히 살았던 건 인간으로서

존엄을 잃지 않기 위함이었을 뿐, 인간된

사명감만 아니면 나는 그냥 아메바처럼

살았을 것이다. 재미있는 건 하나도 없고, 남들이 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일들로만 가득한 노잼 구간. 끝없이

달리는 와중에도 나는 주기적으로 무기력증에 빠지곤 했고, 그리고 그

당시에 난 이런 시간들을 어찌 해야 할지 몰랐다. 하나 다행인 건, 이런

인생의 노잼 시기가 내게만 찾아오는 게

아니란 사실이었다. 인터넷 검색과 주변

관찰을 통해 알아낸 건, 공백기의

선택지는 보통 세 가지로 나뉜다는 점이었다. 이런 공백기의 사람들은 첫째,

사회에서 인정받는 자격을 취득하거나, 둘째 돈을 벌거나, 셋째 그냥 냅다

놀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해봤다. 첫

번째로 공인된 자격증을 무작정 따는 건

남들을 따라 공부한다는 의미였다.

난 토플과 아이엘츠를 공부하고, 코딩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뜬금없이 중국어를

배우거나 언어 교환 모임에 나가 보았고

인간의 루틴을 따라 해 보기도 했다.

그러다 깨달았다. 모방에는 끝이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욕망을 한정된

육체와 정신을 가진 나라는 개인이 모방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두 번째로 나는 돈도 벌어 봤다. 돈 벌기는 단순하다. 그냥 몸과

시간을 갈아 넣으면 된다. 대신 열심히

번 돈은 이후 돈을 버느라 갈아 넣은

몸과 정신을 복구하는 데 상당량 사용하게 된다. 돈은 돌고 돈다는 말은

이래서 생긴 모양이다. 그래서 돈 버는 데 인생을 올인하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나는 그냥 놀아도 봤다. 사람들은 노는 게 제일 힘들다고

하는데, 사실 노는 건 하나도 힘들지

않다. 아무리 놀아도 매일이 새롭고

재미있고 짜릿하다. 단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그게 전부라는 거다.

들어 누워서 놀면서 허비한 시간은

무엇으로도 치환되지 않은 채, 그냥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이런 식으로 50년만 살면 어영부영하다가 저승행

하게 뻔했다. 결국 나는 노잼 시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하루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시간, 즉 인생의 메인 콘텐츠가

노잼이라는 건 심각한 문제였다. 하고

싶은 일도 없고, 하는 일은 지겨웠다. 사실 나는 내가 왜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무기력해진 이유도 모르면서 스스로

어떤 활동에 흥미를 갖도록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오래도록 그에 대해 고민했고, 답을 찾은 건 인도의

철학자이자 성자인 크리슈나무르티의

책을 읽고 난 다음이었다. 그는 그것에 대해, 자기로부터의 혁명에서 우리가

쉽게 멈추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늘 감정에서 감정으로, 자극에서 자극으로

이동하다가 끝내 지쳐 버린 나머지

무기력증에 빠져 버렸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 대한 불안, 초조, 두려움 같은 감정들을 무기력증이라는 방어 기제로

억누르고 있었다. 불안은 무기력을

그리고 그 무기력은 또다시 불안을 불렀다. 사람들은 무기력함에 매몰되면

그런 정체된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친다. 나도 그랬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나는 매일 도파민에 절여진

영상을 봤고, 정보를 접했고, 소속감을

느끼고자 많은 일에 손을 뻗쳤다. 한

곳에서 요구되는 일을 완료하면 헐레벌떡 다음 퀘스트를 찾아 떠났다.

답답한 삶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한

강연에서 찾지 못하면 또 다른 강연을

찾아가고, 상담가를 방문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배려심이 많은

친구를 만났다. 그래도 마음속에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핸드폰을 붙잡았던 것

나는 항상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기력한

사람이 되지 않고자,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계속해서 달렸고,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도 모른 채 계속해서 열중하고 있었다. 그런 활동들에 뇌와

정신은 잠식당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해야 할 일은, 움직이는 걸 일단

멈추는 것이었다. 일단 멈춰선 채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내가 왜 반드시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자문하다 보면, 내면의 불안, 두려움, 걱정은 서서히 사라지곤 했다. 좋아하는

일이 없어도 괜찮다. 인생이 지루할 땐

조금쯤 지루한 채로 있어도 괜찮다.

반드시 누군가가 되지 않아도,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빛날

무기력 불안 인생의 정체기...난 무력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30대 리틀타네와 20대 망고로아 자매의 생활이 주기적으로 업로드됩니다!

남들과는 다르게, 세상이 시키는 대로 살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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