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당신은 혹시 살인을 해 본 적 있나요? 아, 물론 없으시겠죠. 예전부터

내려오는 한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부 특별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죽이면 직접 기억, 지능, 재능, 인격 등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요. 그럼 잠시 제 이야기를 한번

그래, 언제 온다고? 어, 나 지금 가고

있어서 금방 갈 거 같아요. 그래, 문전 조심히 하고. 있다 보자. 네, 이따

아, 죽을 것 같아. 분명 뭐랑 사고 난

것 같은데… 아으, 으, 으… 뭐야? 저 사람, 피를 너무

많이 흘리는데… 뭐, 뭐야? 피가 저렇게 나면 사고가

나서 과다 출혈을 발생할 경우, 가장 먼저 지혈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뭐야, 이거요? 일단 119에 전화해 주세요. 아, 네. 저기요, 괜찮아요?

저기요, 심장이 뛰질 않아요! 심정지 환자에게 가장 급한 건 심폐소생

술을 하며 119가 올 때까지 버텨야 하는 것입니다. 최지수 학생, 한번

시연해 볼까요? 네, 교수님. 저기, 지혈에

아니, 천이나 아무거나 갖다 주세요. 결국 최지수 씨는 병원에서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알고 있었다면, 만약 차량 충격으로 그가 죽지

않았어도 결국 과다 출혈로 죽을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CCTV 보니 최지수 씨는 무단횡단을 하다가 사고가

난 모양이더군요. 젊은 의사였다니 정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현장 목격자들은

김기신 씨가 사고를 내고 최선을 다해 의료 조치를 했다고 하는데, 혹시

의료 쪽 관련 일을 하셨었나요?

제가 원래 피만 보면 기절하는 타입이라 의료와는 상관없어요. 김기신

사고라는 점을 참작하여 저희도 조사할

예정입니다. 선생님도 사고 나서 몸이 멀쩡하지 않으실 텐데, 병원에서 잘

치료받으시고 마음 잘 추스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심폐소생술 강의도 들어본 적 없는데, 대체

뭐였지? 어서 와, 김기신. 뭐야, 너는?

최지수? 여긴 어디야? 이곳은 너의 의식

속이야 확실히 신기하네, 인간의 의식이

속이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을 줄이야. 의식이라니… 너, 아까 사고로

죽었잖아. 너, 설마 귀신이야? 여기는…

의식 속인데 귀신이 어디 있어? 이제부터 나는 너고, 그리고 너는 나야.

그 사고로, 김기신, 네가 날 죽였기

때문에 너랑 내가 합쳐진 거지. 그게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설명해. 하나만 물어볼게. 너의 이름은 뭐야? 나는 최지수.

김기신? 뭐야? 어떤 게 내 이름이지? 뭐야?

왜 내가 거기서 있어? 난 분명 최지수인데… 피를 보면 기절하는 네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의료 행위를 한 것도, 내가 갖고 있는 의료 지식, 기억,

능력, 정체성을 네가 흡수했기 때문이야.

우리는 하나가 되었으니, 이제 나의 모든 것은 너의 것이야. 김기신이자

최지수… 이제야 확실히 깨달았다. 내가

최지수를 죽여서 그가 나와 하나가 됐다는

것을… 곤란하네. 의학 지식은 있는데…

의료 자격증이 없어서 병원에 취직할

수도 없고, 그렇지. 지금부터 의대 준비해도 최소 6년은 더 걸릴 거고,

귀신이, 구독 고객님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민지야, 사랑해.

나도 사랑해, 지수 오빠. 민지야,

너무 보고 싶었어. 민지야, 누구세요? 저 아세요?

나… 체지… 아, 맞다. 나 김귀신이지. 아니, 아… 그게… 오빠, 다음 주에 귀신이

스릴러 극장판 몰래… 나, 그거 예전부터 엄청 보고 싶어했잖아. 그럴까?

우리 민지 좋아하네. 와사비맛 팝콘

먹으면서 같이 보자. 어예! 역시 내 취향 아는 건 오빠밖에 없다니까.

저랑 귀신이 스릴러 극장판 같이

보실래요? 제가 와사비맛 팝콘도 사드릴게요. 와사비맛 팝콘… 일단

얘기부터 할까요? 아, 진짜요? 귀신 씨도… 귀신이

대학교 나왔어요? 아, 저 의대 아니고, 저

거기 기계공학과 나왔어요. 아, 저도 귀신이… 대학교 간호… 아까 나왔는데, 혹시

그럼 정문 앞에 귀신이 분식 알아요?

알죠 알죠. 거기 피카츄 돈가스, 제가

맨날 싹쓸이했거든요. 저도 거기서

피카츄 돈가스 먹었는데, 얘기해 보니

신씨, 저랑 좋아하는 거나 취미가 되게 비슷해요.

그러니까요. 민지 씨, 학교 뒤에 막걸리

동산 알아요? 거기 맨날 수업 끝나고

막걸리 마셨는데… 아, 막걸리 동산. 왜

그래요? 민지 씨… 아, 그냥 잠깐 아는

사람이 생각나서요. 식사 다 하셨죠?

이건 제가 결제할게요. 저희 와사비맛

팝콘 먹으러 가요. 기숙사 대학 때

추억들… 이것은 모두 최지수의 기억들이고,

그 모든 순간 내 옆에는 민지가 함께

있었다. 사장님, 계산할게요. 나는 지수가 아닌데, 내가 민지를 사랑하는 게 맞는

걸까? 너 뭐… 정말 좋아 보인다. 남자 친구 사귀었다고 펑펑 울던 이민지…

어디 갔냐? 그냥 언제까지 죽은 사람

생각하고 살겠어? 산 사람은 살아야지.

너 요새 남자 만나? 뭐야, 어떻게

알았어. 그냥 맨날 울던 애가 표정이

밝길래. 어떤 사람인데? 내가 좋아하는

것도 다 잘 알고, 되게 오래 만난 사람처럼 막 편해. 그냥 끌린다고 해야 하나.

진짜 말로 만들어도 운명 같은 남자네. 그러니까 나랑 또 같은 대학

나왔는데 취향도 엄청 비슷하더라고요.

학교 축제 때 귀신 분장 댄스 춘 것도

얘기해 주는데. 아니, 그거 말고도 피카츄

돈가스 싹쓸이한 것도 있는데. 민지야,

너 아직 지수 오빠 못 잊었어? 어, 뭐가

지금 네가 하는 얘기 전부 지수 오빠 얘기잖아. 피카츄 돈가스도 축제 때

귀신 분장 댄스도. 너 힘든 거 이해하는데,

이제 지수 오빠 잊고 살아야지. 아니, 지수 오빠 말고 이 사람은 김기신. 잠깐

분명히 와사비 팝콘은 지수 오빠랑

나만 아는 얘긴데, 귀신 오빠가 어떻게

알았지? 나는야 최강의 원숭이! 어, 귀신

오빠가 그 노래를 어떻게 알아? 아, 아…

그냥 어디서 들었어. 민지야, 내가 새로

만든 노래 들어볼래? 아, 뭘 또 이상한

거 만들었는데, 잘 들어봐. 나는야 최강의 원숭이! 원숭이가 세상에서 말도

사람을 죽이면, 기억을 훔친다 -1- [기시니 스릴러툰]

사람을 죽이면, 기억을 훔친다 -1- [기시니 스릴러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