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한국의 과학 기술이 많이 부족하다며 비판하지만 세계에서 바라보는 한국은 전혀 다릅니다. 스위스

국제경영 개발원은 1989년부터 매년 IMD 세계 경쟁력 연감을 발표합니다. 이 기관은 국가 경쟁력을

단순히 GDP 생산력으로 규정짓지 않고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달성하기 위한 영량 관리 능력으로 인식하고

순위를 부여하는데요. 올 2024년에는 OECD 회원국 및 신흥국 67개국 대상으로 경제성과, 정부 효율, 기업

효율, 인프라 네 개 부문을 336개 지표로 평가해 순위를 발표했습니다. 그럼 한국의 순위는 어떨까요? 우리

생각만큼 낙담했을까요? 국가 경쟁력 부문에서 한국의 올해 순위는 20위. 이는 2023년에 28위였던

8계단 올랐는데 1997년 평가 대상에 포함된 이래로 최고 순위입니다. 싱가포르가 작년보다 올라 1위를

차지했고 스위스, 덴마크, 아일랜드, 홍콩이 뒤를 이었습니다. 대만은 8위, 미국과 중국은 각각 12위, 14위로

나타났고 일본은 38위. 그리고 선진국 중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은 작년 22위에서 올해 24위로 떨어져

우리나라보다 밑으로 내려왔죠. 한국은 인구수 5천만 명 이상이면서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인 국가, 즉 3050

클럽 일곱 개국 가운데 미국의 이어 2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간 한국은 낙후 됐다고만

생각했던 곽 인프라 수준이 세계 1위라는 점입니다. 작년보다 한 계단 뛰어올라 세계 1위가 됐고 기술

인프라는 작년보다 일곱 계단 뛰어올라 세계 16위, 기본 인프라는 작년보다 아홉 계단 뛰어올라

14위인데요. 많은 분들이 한국의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는 이유로 과학 분야가 부족하다, 과학 기술 후진국이다

비판하지만 세계가 바라보는 한국의 과학 인프라는 세계 1위입니다. 한국 전쟁을 겪은 지 불과 70년 만에 이룬

세계 1위인데 이렇게 고도화된 과학 기술 역량을 보유하게 된 데는 한국 과학기술 연구원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런데 1966년 설립된 이 키스트 초대 소장으로 임명된 고체 영 박사는 우리나라 과학 기술사에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안녕하세요. 디스멘터리. 지난 1964년 9월부터 1973년 1월 완전히 철수하기까지

한국은 베트남 전쟁에 약 32만 명의 군인을 파병했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는 비판이

있지만 당시 한국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았습니다. 실업률은 높았고 농촌 경제는 붕괴됐으며 산업 기반

시설은 취약하기 그지없었죠. 한국 전쟁으로 국토가 황폐해졌고 미국의 경제 원조에 지나치게 의존했었다는 것도

붕괴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설상가상으로 1960년대로 접어들며 미국의 원조마저도 줄었고 국제

신용도는 최악이었고 때문에 외국으로부터 차관도 도입할 수 없었죠. 이에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1961년

11월 미국을 방문해 케네디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통해 한국군을 베트남에 파병할 의사가 있음을 피력합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노림수가 있었는데 하나는 북한의 도발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주한 미군의 베트남 파견을

차단하고 또 하나는 이 전쟁으로 벌어들이게 될 돈을 경제 개발에 투입하겠다는 것 최초 미국은 한국에게

상징적인 숫자만 파병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한국은 달랐습니다 1964년 국내 실업률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전역 군인들을 파병에 실업률을 낮추고 외화 획득의 기회로 베트남 파병을 바라봤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베트남전 파병으로 직접적인 외화 수익 10억 달러 즉 간접적인 외화 수익이 50억 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젊은이들의 목숨을 받쳐 경제 발전 비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반인륜적이고

할 수 있지만 당시 지도자는 어쨌든 그런 선택을 했습니다. 1965년 2월로 접어들며 베트남 전쟁이

악화되자 존슨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을 미국으로 불러들여 긴급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합니다. 당시 미국 측은

한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고 주한미군 주둔을 약속하며 병력 감축도 없을 예정이고

한국으로부터의 수입 개발 차관, 기술 원조 그리고 평화 목적의 식량 지원까지 엄청난 선물 보따리를

풀어놨습니다. 그리고 공동 성명문에는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담겼습니다. 미국이 개발 차관 1천만 달러를

제공하고 한국의 산업 발전에 기여할 응용과학 연구소의 설립을 원조한다는 내용이었죠. 사실 원래 미국이 제안했던

것은 공과대학을 하나 지어 주겠다는 것이었는데 박정희 대통령은 공과대학 대신 한국 과학 기술을 발전시킬

연구소를 하나 지어 주시라 ja 연구소 설립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존슨 대통령은 연구소 설립에 천만 달러의 원조를 약속했고 이 약속은

1965년 5월 17일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 문에 담겼는데요 사실 이 문화는 같이 수행했던 사람들도

모르게 비밀리에 작성됐습니다 이 문화를 계기로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 연구소이자 수많은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의 모태가 된 한국 과학 기술 연구원이 설립되는데 1966년 설립 당시 미국 원조 1천만 달러 한국

정부가 1천만 달러까지 총 2천만 달러가 투입됐는데 그때 쌀 한 가마 값이 3,000원임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그래서 먹고 살기도 힘든데 과학 기술이 무슨 소용이냐 반대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기어코 연구원은 세워집니다. 그리고 이 연구원을 이끌 초대 소장으로 곧 최영섭 박사가 임명됩니다. 지난

2018년 우정 사업본부는 한국의 과학인을 기념하고자 기념우표 '세종'을 발행했는데, 대동여지도를 만든 지리학자

김정호, 장영실을 도와 다양한 천문기구 제작에 참여하고 금속활자인 경자자, 갑인자 등을 만드는 등 인쇄술 발달에

크게 기여한 과학 기술자 2천 명과 채용석 박사를 선정했습니다. 김정호와 2천 명 등은 한국 역사의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라서 수긍되는 최영섭 박사가 이들과 함께 선정됐다는 것은 그의 업적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일

텐데요 1920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그는 대정 고등 보통학교를 거쳐 일본 명문 와세다 대에서

수학했습니다 그는 민족이 부강하고 지하자원 개발이 필수라는 생각에 와세다대에 채광 야금학을 공부했는데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우리나라에 필요한 재련 공학을 연구해 철광석을 비롯한 비황화 광물의 분리 선별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는 논문으로 1958년 박사학위를 받습니다 초대 키스트 소장 임명 당시 낮에는 원자력

연구소에서 원자력을 연구했고 밤에는 금속연료 종합 연구소에서 금속공학 분야의 여러 주제를 연구했습니다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당시로서는 굉장히 귀중한 인재였기 때문에 귀국과 동시에 많은

기업의 러브콜을 받았는데요 1959년에는 국산 자동차 주식 회사의 부사장으로 재임하며 국내 최초의

소형 자동차 제작에 관한 세부 계획을 마련하기도 했고 1961년에는 원자력 연구소 1급 연구관이 되어 연구에

매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5·16 군사정변이 일어나면서 상공부 광무국장을 겸임했는데 이 과정에서 광업

재련 공사 및 대한중석 등의 기술 개발을 도왔고 이를 계기로 1962년 금속연료 종합 연구소가 설립됐습니다

그는 박사 졸업 후 귀국한 후부터 원자력 연구소장, 과학기술 연구소장, 과 기술처 장관 등을 거치며 고속 출세

가도를 달렸는데 뛰어난 두뇌와 대단한 열정, 끝없는 노력을 모두 갖추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는 금성 연료 종합

연구소를 운영하며 산학연이 합동으로 연구하는 수탁 연구 제도, 즉 연구를 의뢰받아 연구하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러한 운영 관리 형태는 키스트 설립을 위한 사전 검토 차 내한한 미국 대통령 과학자 문단 일행에

찬사를 이끌어냈습니다. 이후 키스트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었고, 그러나 최영석 박사가 과학 행정적인 기지를

발휘하기 시작한 건 키스트 초대 소장으로 임명되면서부터입니다. 한국의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겠다고 맨땅에

헤딩 아드 시작한 키스트의 가장 큰 문제는 인재였습니다. 당시 한국에서 똑똑하다는 젊은 과학자들은 전부

선진국으로 유학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죠. 한국에서 연구해 봐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무엇보다 금전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이런 상황에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최영섭

박사는 직접 해외로 나가 훌륭한 한국 과학자와 기술자를 데려오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한국보다 월등히

훌륭한 연구 환경, 넉넉한 연구비를 제공하는 선진국에서 활동하는 과학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젊은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 하고 싶은 연구보다 국가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는 것이 어떤가 하며 설득했습니다.

한국의 상황에 비추면 언제 성과가 나올지 모르는 기초 연구보다는 바로바로 성과가 증명되는 응용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연구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최고 대우를 약속하자 젊은

과학자들에게는 애국심이 샘솟기 시작했고 한국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선진국에서 활동하던 과학자 18명이 귀국을 결심했고 이후 그들이 대한민국 과학 기술의 발전을 이끈 초석이

되었습니다. 한국인 중에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과학자는 이론물리학의 세계적인 대가인 이휘소 박사가 있는데

최용섭 박사에게 먼저 편지를 보내 KIST에서 일하고 싶다고 제의했었다고 하죠. 그러나 이 편지에 대해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기초 연구를 할 단계가 아니니 그 분야에서 대성해 주기 바란다고 답장했습니다. 맞은 이휘소 박사는

언젠가 KIST에서 기초 연구를 할 처지가 되면 반드시 저를 가장 먼저 불러 달라고 부탁해 왔음이 최용석 박사

회고록에 남아 있습니다 한편 키스트 초대 소장으로 근무하면서 그는 연구자들은 연구에만 몰두하라면서

정부의 간섭이나 외압 통제로부터 벗어나 완전히 자유로운 연구가 가능한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반

행정으로 연구 업무를 평가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봤죠. 또한 계약 연구 제도를 도입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연구자의 책임 있는 업무 수행이라는 기본 자세를 확립시키고 했습니다. 이를 통해 키스트는

발족 10년 만에 수천 권에 달하는 계약 연구를 진행했고 국가 공업화에 지대한 발전을 가져왔는데요. 그 이런

운영 방식은 다른 개발도상국의 모범 사례가 되었고 그의 운영 이념은 국제적으로 최고의 모델이라고 불립니다.

키스가 국내의 R&D 분위기를 조성하고 동양 최대 연구소로 주목받을 만큼 성장하게 되자 1971년 그는 51세의 젊은 나이에 제 2대

과학기술처 장관으로 임명됐습니다. 그는 취임 직후 과학 기술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대한민국 과학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과학기술 행정의 주요 정책 목표로 과학기술 기반 조성 및 강화,

산업기술의 전략적 개발, 과학기술 풍토 조성이라는 3대 슬로건을 설정하고 꼼꼼하게 정책을 펼쳐 나갔죠. 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 연구기관 간에 협력이 탄생할 수 있도록 키스를 중심으로 서울 연구단지, 대덕 연구단지 등을

계획해 실행하기도 했는데요. 한국 최고의 과학 기술 연구 센터로 알려진 카이스트의 설립도 그가 주도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추진하는 사업마다 막대한 국가예산이 필요했기 때문에 수많은 반대와 난관에 봉착했지만 조금의

사심도 없이 진심으로 사람들을 설득해 냈고 결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성공시켰습니다. 사실 키스트 설립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이해와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최영석 박사는 자신있게 말합니다. 일본 6.25

출신의 박정희 대통령은 일본에서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체감했고 그 필요성을 절감했던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

덕분에 박정희 대통령과 최용선 박사의 궁합이 잘 맞았는지도 모릅니다. 키스트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한

연구원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 중 키스트를 가장 많이 방문한 사람은 박정희 대통령이었습니다.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고 하는데 특히 설립 당시 공사 현장에는 2개월에 한 번씩 시찰해 문제는 없는지, 애로 사항은 없는지 등을

꼼꼼하게 확인했다고 하죠. 연말이 되면 연구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봉투를 주는 등 연구원들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면서 한국 과학의 미래를 위해 사심 없이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최용석 박사는 과학 기술인들의 처우

및 자율성, 자부심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기술 인재가 거의 전무했던 1966년 최영선 박사는

한국 74년 만에 세계 1위, 초대형 사고쳤다. / 디씨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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