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자세히 따라오세요. [음악] 전상엽, 나이 31세, 네, 대학도

4년제로 졸업하셨네요. 좋은 곳은 아니지만, 그렇습니다. 집안에도 큰

문제는 없고요. 예, 어제는 뭐 했어요? 어제

그냥 쉬었어요. 그러니까 그동안 계속

쉬었던 거 같은데, 뭐 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동안 저, 확인 좀 해봐. 지난 3년 동안 뭐

했냐고 말해주기가 어렵나요? 뭐

3년 동안 어디로 가고 뭐라도 했을 거

아니에요? 궁금해서 그래요. 내가 그, 뭐, 공부도 하고

전사시네? 장난치는 거 아니에요? 지금. 예예, 저도 진지합니다. 시간 끌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해 보세요. 사회 경험도 하면서 뭐, 일도 하고,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지냈어요? 사회 경험은 어떤

거예요? 업무에 도움이 될 만한 뭐,

그런 일들 좀 하고… 자꾸 두리뭉실하게

얘기할 거예요? 아니요, 진짜로 그냥

영어 공부하면서 일반인처럼 지냈다고 뭐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거잖아요. 그런 건 아니고요, 운동도 하고 그랬죠.

알리바이를 짤 거면 제대로 하던가. 준비도 안 했네. 너무 대충했어.

아니야, 진짜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건데,

지금 좀 긴장이 돼서. 내가 너 같은 애들 한두 번 본 줄 알아?

죄송합니다. 지금 제가 시간이 남아돌아서 너랑 여기 앉아 있는 줄

아, 아니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예. 지난 3년 동안 어디에 있었고, 누구랑 있었는지, 뭘 했는지,

그리고 왜 그랬어야만 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네, 긴장 푸시고 시간 충분히 드릴 테니

정리되면 말씀해 주세요. 네. 이력서에 정확하게 적어

놓지는 못했지만, 대학 졸업 이후 제

진로에 대해 고민했던 때가 있었는데요,

그때 좀 방황을 하기도 했고, 일단 영어 공부를 해둬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 그리고 돈도 벌어야 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지내다가 진로 결정을 하고 나서 이 회사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음, 그럼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아, 네. 아무것도 안 한 거잖아요,

지금 어, 어떤 말씀은 번지점프를 하는데 성과를

낸 게 없잖아요. 성과는 없었지만 취업

시도를 그동안 하기는 했습니다. 영어 공부

했다면서 별다른 자격증도 없고 좋은

곳에 지원해 보고 안 되니까 여기 밀려나서

지원하신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한 건 아니었습니다. 저도 이 회사에 비전이

있다고 생각을 했고, 그리고 제 적성을 살려 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기획이 뭐 하는 건지 알아요. 마케팅 업무를

하고 경력도 없이 그냥 지원한 거 보니까, 대충 조건 맞으니까 온 거

아니냐는 질문인데요. 아니요. 제 전공을 살릴 수 있으면서 신입을 뽑는 회사도

드물기도 하고, 신입인데 경력 있는 사람들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근데 제가 3년 동안

쉬면서 아무 커리 없이 일단 전화 애를 써야 되는 본인의 경쟁력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어, 일단 제가 많은 것을

알지 못하지만 어, 빠르게 습득하는

편이기 때문에, 또 이렇게 여러 가지 것들을 그럼 어떻게 활용할 건데?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서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일을 했고, 그만큼 또 빠르게

배우고 책임감이 있는 성격이죠. 아니, 사정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아, 책임감은

당연히 가져야 되는 거고, 그게 다야? 그 저는 제가 스스로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럼 그 가능성으로 뭐라도 했었어야 될 거

아니야. 말밖에 없잖아. 말밖에. 또 제가

성실한 편이기도 하고, 학교를 다닐 때

또 성적이 좋은 편이었어서, 또

장학금도 받고. 아니면 대학에서 대외 활동 한 적

없으신가요? 어, 예. 제가 학업에 집중하느라

고민한 건 맞는데, 뭐 한 건 없다 이거네. 맞아.

아니야, 맞습니다. 그러니까 왜 이제야 인정을 해? 빨리 말하지. 아, 알았어.

일단 저는 예음 씨, 저도 많이 고생했습니다.

뒤쪽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자기소개 좋아하는데...

아쉽네. 다음 면접 잡아 보세요.

아들 나와서 과일 먹어. 맞다, 너 지난번에 선 본 여자 어떻게 됐어?

그 언제 쫓는데? 야, 너 이제 올해는 꼭 가야 돼. 지금 몇 살이야?

아, 너 누나보다 나… 어… 잠… [음악] 명절에 가족들 모여 있는데 얼굴도 비추고 해야 되지 않겠냐.

그래서 나왔잖아요. 피곤하면 그럴 수도 있지. 어제 잠을 못 잤대.

피곤해? 너 왜 분위기 잡아? 요즘 뭐 하고 있어?

준비 중이라고? 너 그 진수를 3년째 하고 있는 거 알아? 나도 나름 열심히 하는데 안 되는 거야.

최선을 다했네. 아니, 경력이 있는 신입만 뽑는데 어떡하라는 거예요?

저보고 '네가 눈이 높은 게 아니고 더…'

안 높아요. 아직 눈이 너무 높아? 이미

내려놓은 지가 오랜데. 난 사람 눈을

보면 진실인지 아닌지 다 알고, 제가 뭐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일단 어디든 들어가서… 아무 데나 들어가면 커리어가 꼬인다고는… 야, 제

의뢰인은 그쪽과 다른 세대이기 때문에

그런 발언은 자제해 주시죠. 엄마, 당신도 알고 있지 않나? 취업을 못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제 아들은 가정에 손 벌리지 않고 본인이 일에서 흘린

땀으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간과하고 결과론적으로

말씀하시는 분께는 답변드릴 의무가

없습니다. 아, 고마운데 일단 그만 싸우시고… 그 의뢰인께서 연애는 잘만

하시던데… 아니, 연애를 한다고? 아, 언제적 얘긴데. 헤어졌어. 그만해요, 둘 다.

난 사람 눈을 보면 다 알아. 도대체 뭘

자꾸 다 안 돼, 아무것도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한테…

말이야, 다 그 시기가 있는 거야. 본인부터 연애를 해야 될 거 같은데요.

내가 다 알아서 하고 있는데, 그만하시오. [음악]

나왔어. 뭐, 뭐냐? 뭐가 뭐냐고 그러니까,

뭐가 어디 갔다 왔어? 공부하고 온다고

했잖아. 공부를 하다 왔다고. 어, 솔직히

말해. 아니, 뭐를? 명절의 착장까지 신경

쓰고 굳이 나가서 공부를 하고 왔다.

그냥 입고 싶어서 입은 건데, 의미 부여 좀 하지 마. 너, 연애하지?

뭐래? 진짜. 말 같지도 않은 소리하지 마.

얼마나 됐어? 안 사귄다고. 썸 타는 거야?

미친놈인가 진짜. 대학부터 잘 나와야

서류라도 붙는다고 해. 지금 전처를 밟지 말라고. 어, 전처를 밟아? 버스

대답.

문의는 메일로 부탁드립니다 :)
nerdult1@gmail.com
